[연재] 사하라에 지다. 파리 -디카르 경주의 추억/지옥의 랠리 스무째 날 대서양 대접전 _최종림 작가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2-21 17:33

맑고 신선함



📍 누아디부 Nouadhibou - 리샤톨 Richard-Toll. 716km.

스페셜 스테이지. 총 주파 11,865km.



대망의 완주를 눈앞에


대회 본부 시각 아침 6시 30분 출발.


오랜만에 샤워를 하고 잠을 잤다. 좀 더 눈을 붙이려 아침 브리핑은 녹음기로 대신 듣기로 했다. 만신창이가 된 몸이 이질 기운까지 더해 쇳덩이를 짊어진 듯하다. 적도 사하라를 횡단하여 대서양 연안까지 죽기를 각오하고 왔으나 이제는 대망의 완주를 눈앞에 두고 다른 망설임이 필요 없다. 오늘부턴 촉촉하고 단단한 해안 모래 위의 접전이다. 아프리카 황금해안을 타고 세네갈 수도 다카르까지 내려가는 3코스이다. 오늘은 모리타니아 수도 누아초까지 가 그곳에서 다시 세네갈 강을 도강, 국경을 넘어들어 가는 700km가 넘는 긴 코스를 견뎌야 한다.


50km. 해안으로 난 피스트가 만만찮다. 그동안의 지표는 마른 사막 모래였으나 물기 있는 모래는 처음 달린다. 모래는 생각보다 무겁고 칙칙한데 외길 피스트는 이미 많은 차가 지나가며 차 하부가 닿고도 남을 만큼 깊이 파여있다. 이때는 피스트 가운데 튀어나온 부분을 지그재그 대각선으로 타고 넘어야 하는, 소위 말타기를 해야 하는데 바보들은 여기서도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마의 언덕을 비상하듯 날아내리는 주자. 일본 미쓰비시 팀을 비롯해 차 두 대가 이곳에서 결국 뒤집혔다.


93km. 속도 접전 중 넓지 않은 피스트를 만나면 서로 먼저 빠져나가려 양보 없이 밀어붙이다 차끼리 부딪치기 일쑤다. 차 옆면이 서로 스칠 땐 그라인더로 가는 것처럼 불꽃이 튄다. 124번 주자와 티격태격 밀어붙이다 몇 번 스쳐 갈았다.

“야 인마, 죽을래 너? 같이 죽자는 거냐?”

고함을 지르며 나는 앞 범퍼 한쪽이 떨어져 나와 너덜거리는 놈의 앞으로 치고 나갔다.

“어쭈, 미친년 치마 같은 차로…, 미친놈!”

내가 놈을 쳐다보며 고함을 지르는 동안 놈은 잽싸게 또 내 차를 앞지르곤 혀를 쭉 빼 보이며 달아나버린다. 약이 올라 죽을힘을 다해 놈을 쫓아가고 있는데, 그놈도 죽어라 계속 도망가고 있다.

“야, 반자이(‘가미카제식’이란 말로 어쩌다 내 별명이 이렇게 불렸다’), 

차 깨지겠다. 그만해 인마.”

제롬이 빈정거렸다.

“짜식, 넌 인마… 지금 싸울 힘도 없는 다 죽어가는 놈이… 쫓아가 되레 두들겨 맞으려고 까불어.”


사실이다. 나는 태권도 6단, 유도 3단, 검도까지 4단이지만, 지금 내 몸 상태는 누구와 몸으로 싸우긴커녕 실껏 두들겨 맞을 수도 있는 빈사 상태다. 물론 우리 주자들 입은 험하지만 치고받는 그런 일은 없다. 하지만 자동차 경주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남을 따돌리고 추월해 내는 맛일 것이다. 더욱이 나는 추월당하기를 정말 싫어해 곧잘 치킨 게임도 마다치 않는다. 그래서 친구들이 나를 ‘반자이’라 부른다.


길에서 가장 교통 법규를 잘 지키며 운전하는 사람의 운전 방법과 정반대의 운전을 최고로 잘하는 사람이 자동차 경주 선수이다. 마치 우리가 농구장에서, 남의 볼을 잘 빼앗는 선수에게 박수를 보내지만, 만약 길에서 그 일을 잘하면 강도나 소매치기로 벌을 받는다. 그건 우리들 모든 사람 핏속에 남아있는, 그리해야 잘 살아남을 수 있었던 원시 선조들을 닮아있기 때문이리라. 내 친구 홍수환이는 남을 실껏 잘 두들겨 때려 기절시키고 국민 영웅이 되어 아직도 신나는 사나이 아닌가.


대회 본부에서 만들어 놓은 수중 구간을 지나는 주자들.


현대의 모든 스포츠는 못된 자신의 욕구를 대리 만족게 하여 사회를 범죄로부터 정화시키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태어나서 한 번도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 우리는 남을 괴롭히는 걸 잘도 한다. 때리고(권투), 빼앗고(농구, 럭비), 훔치고(야구), 차고(태권도). 속이고(모든 스포츠 게임), 도망하고, 앞지르고픈(경주) 욕망을 대신 풀어주기 위하여 수십, 수백억 원을 들여 귀중한 시간을 할애해 그 짓거리를 중계하는 현대 매스컴의 기교에 찬사를 보낸다.



대서양에 지다


오후 3시. 피가 터지는 대접전이 붙고 있다. 물도, 사람도 보이는 곳. 이제야 세상 밖으로 나온 자동차 경주는 해안으로 난 수십 km의 백사장 위에서 펼쳐지는 속도전의 대 파노라마다. 모래사막에 차가 빠져 시속 10km도 못 가던 놈들이 언제 그랬던가 싶게 모두 일 초가 아까운 듯 서슬 퍼렇게 독이 올라 달리고 있다.


350km. 숲길 옆 경사 심한 둔덕을 넘다 차 두 대가 전복되어 있다.

“그래 어째 카메라 든 놈들이 저쪽 숲에 숨어있더라니… 쯧쯧.”

제롬이 혀를 차며 내게 조심하라 이른다. 사진 기자 놈들은 경주 코스의 가장 지형이 험하거나 파일럿들이 코스 파악에 실수할 수 있는 묘한 장소에 숨어 우리들이 겪을 불행을 기다리고 있는 놈들이다. 얄밉기 그지없으나 그 짓 하는 것이 놈들 직업이니 어쩔거나.


오후 4시 40분. 주자가 또 넘어져 헬기로 후송되고 있다. 처음에는 충격도 받고 염려도 되었으나 이제는 일상사처럼 사고를 봐와 제롬과 난 이제 그 상황에 무감각해져 버렸다. 서로 쳐다보는 것으로 그곳을 지나쳐 버릴 만큼 사고에 익숙해져 버린 것이다.


사고 주자는 응급 치료 후 유럽으로 후송된다.


유럽 최고의 포뮬러 선수 여러 명이 이 경주에 참가했으나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사고로 후송되었다. 넘어지고 뒹굴고 다쳐 유럽으로 후송되는 동지들을 매일 밥 먹는 것보다 많이 본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이제 이틀 후면 최종 도착점인데 그 주자들이 동료로서 안타깝기만 하다.


일반 랠리 경주는 사람 사는 세상 부근에서 하기에 사고는 다반사지만 이 경주만큼 많지 않고 응급구조나 병원이송 등 모든 것이 쉽게 행해진다. 나는 이 경주가 끝났을 때 나 자신도 경악하고 말았다. 매일 이 현장에서 보아온 일이지만, 다친 사람이 2백 명이 넘고 죽은 사람이 일곱 명이었다. 스포츠에 초연하던 바티칸 교황 쟝 폴 2세가 이례적으로 나서 이 대회는 인명을 너무 많이 살상하는 ‘비인간적 스포츠’라 공식적으로 기자 회견까지 했다. 앞으로 이 경주의 향방이 가늠될 만한 일이다.


490km. 해안이 끝나고 산길로 접어들었다. 수십 km 해안선 모래 위의 속도 접전이 끝나는 곳에서 우린 산과 들판을 가로지르고 해안 마을을 지나 다시 접전이 시작된다. 미안하기도 하고, 성가신 것은 해안 쪽 날아가듯 지나는 곳곳에 왜 그리도 많은 사람이 나와있는지…



오후 6시 48분. 마지막 체크 포인트 통과.


도착지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구경 인파가 나와있다. 위협적인 속도로 들이닥치는 경주 차에 아랑곳하지 않는 열광적인 관중들이다. 이들은 사고로 다치거나 죽기도 했는데, 사망한 한 아이의 엄마는 그들로선 생각하기 힘든 거액의 보상금을 받아낸 후에야 주자를 풀어주었다.


나는 비켜주지 않는 군중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빠져나와 곧장 친구인 빠스칼의 집으로 갔다. 군중의 무리를 빠져나온 마을 어귀에 그는 이미 마중 나와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었다. 아마추어 무선사(HAM)인 그는 이미 우리에 관한 생생한 뉴스를 더 많이 알고 있었다. 키가 하도 커 작은 비행기에 들어가 앉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인데, 그는 이곳 대통령 전용 비행기 파일럿인 프랑스인이다.


그의 집에 도착하자 말자 목욕을 하고 그가 내주는 얼음 가득한 진 토닉 한 잔을 들고나니 내 몸은 테라스 앞으로 트인 대서양 어디메로 바위처럼 가라앉고 있다.

“으악, 내가 아직 살아있구나!”


나는 문명 세계로 처음 나온 것처럼 들떠있고, 그 안락함이란…. 무턱대고 비방해 온 우리의 물질문명이 감탄스러울 뿐이다.


빠스칼의 집에서 가진 저녁 만찬. 이렇게 큰 도미는 처음 본다.


식탁에는 80~90cm는 됨직한 엄청나게 큰 도미와 알자스 지방산 내가 좋아하는 리슬링 백포도주가 차갑게 올라와 있다.

그리고 넓은 거실에서 울리는 라벨의 볼레로 음률은 이미 진 토닉으로 콩닥거리는 내 심장을 멎게 하려 한다. 아마 놀부가 동생 집에 초대받아 화초장을 얻었을 때 이 기분이었을까? 도미 대가리를 내가 먹어도 되겠냐고 물으니 생선 대가리를 먹지 않는 그들 모두 나를 의아해한다. 이럴 때 제롬이 또 빠질 리 없다.

“내가 이때까지 봐와서 아는데… 이놈은 원시인이야.”


제대로 된 포구도 없는 곳에서 배를 밀어 바다로 나가는 어부들.

우리가 지나는 길의 바닷가 마을에 어둠이 내리고 있다.




❛ 최종림 작가 프로필 ❜



출생: 부산

학력: 프랑스 파리 4 대학 현대 불문과 졸업

데뷔: 미당 서정주 추천으로 『문학 정신』을 통해 한국 문단에 등단



주요 경력:

한국 시인 협회 회원

한국인 최초 FISA 자동차 경주 자격증 A** 취득

파리-다카르 사하라 사막 자동차 경주 참가 및 완주



주요 작품:

소설: 『코리안 메모리즈』, 『사라진 4시 10분』, 『사하라에 지다』

시집: 『에삐나』

논픽션: 『사하라 일기』

오페라 시나리오: 『하멜과 산홍』, 『오디푸스의 신화』(번역 및 각색)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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