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봄이 오면

매년 봄이면 서점에 다녀온다. 지금도 내 책장 한 칸을 차지하고 있는 '정리 잘하는 사람은 이렇게 합니다' 같은 실용서다. 나는 단정한 삶을 꿈꿔왔다. 내가 지향하는 공간의 미학은 '검이불루 화이불치'다.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은 상태로 잡지 화보처럼 세련된 집보다는 간소하고 명료하게 정리된 집 말이다. 식탁이나 책상에 쌓인 물건을 볼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이 공간의 주체로 살고 있는지, 물건에 밀려나 손님으로 머물고 있는지. 집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곧 나 자신을 대하는 태도 같았기 때문이다.
사실 집안 보다는 집 밖의 다른 재미난 일들이 머릿속에 가득한 나에게 그동안 정리는 '가끔 버리고, 보이지 않게 감추며, 자리를 이동하는 것'이었다 가족에게 어쩌면 이렇게 많은 물건이 필요한 것일까! 나는 삶을 조금 더 단호하고 간결하게 꾸리고 싶다.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은 열망만큼, 집 안에 어떤 물건이 어디 있는지 명확히 알고 싶다. 모든 존재가 제자리를 지키며 평온히 머물기를.
나는 결심한다. 우리 집에 사는 물건에 제자리를 찾아주고 숨 쉴 수 있는 빈 공간을 마련해주리라. 나 또한 그렇게 살아가리라. 오랫동안 식탁 귀퉁이에 붙어 있어 색이 바래고 너덜너덜해진 글귀를 노트에 옮겨 적는다. 우루과이 전 대통령 호세 무히카의 말이다. "나는 인생을 간소하게 살기로 결심했다. 많은 것들을 소유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이런 삶이 주는 여유가 좋다. 내 인생의 철학은 절제다. 이것은 내핍과는 다르다. 나는 필요한 만큼 소비하고 낭비하지 않는다. 내가 무언가를 살 때 그것은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 그 돈을 벌기 위해 쓴 시간으로 사는 것이다. 이 시간에 대해 인색해져야 한다. 시간을 아껴서 정말 좋아하는 일에 써야 한다. 시간을 우리 자신을 위해 쓸 수 있을 때 나는 자유라고 부른다. 자유롭고 싶으면 소비에 냉정해져야 한다."
무히카의 말처럼 자유로워지고 싶었기에, 나는 옛날에 이사하면서 처음 소파와 TV를 장만했다. 단순함과 여백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품고 살고자 했지만 여전히 많은 택배가 우리 집을 찾아온다.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1+1이라는 문구에서 마음의 안정을 느끼는 가족, 좋아하는 모자를 색깔별로 소장해야 하는 가족, 맘에 드는 옷은 쟁여두고 입는 가족, 맥시멈 삶을 추구하는 가족. 가족 구성원의 욕구는 다양했고 비움은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
정리란 단순히 물건을 치우는 노동이 아니다. 내게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이며 물건을 채우고 관리하느라 흘러간 '시간'을 다시 찾아 누리는 철학적 실천이다. 물건을 덜어낸 자리에는 내가 좋아하는 일에 몰입할 수 있는 '자유'가 들어설 것이다. 올봄, 나는 다시 결심한다. 누군가에게 기꺼이 열려 있는 집, 차 한잔을 나누며 느긋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편안한 집, 사람에게 너그러운 공간으로. 나의 정리는 비움의 마침표가 아닌 '환대'라는 봄날의 쉼표가 되기를 바란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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