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의 병역의무

(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해금강)
미국 하버드대학의 고풍스러운 교내 예배당에는 재학중 한국전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학생 20여명의 이름이 동판으로 새겨져 있다. 6·25때 미 군사고문관으로 근무했던 짐 하우스맨은 몇해 전에 펴낸 자신의 회고록에서 이같은 사실을 소개하면서 미국은 한 도시에서 한 사람이 나올까말까 한 ‘미래의 희망’인 하버드 대학생들을 자유를 지키기 위해 멀리 한국으로 내보냈다고 썼다. 그러면서 하우스맨은 한국에는 왜 전후에도 팔을 잃은 국회의원이나 한쪽 눈을 잃은 국방장관이 없느냐고 개탄하기도 했다.
유럽이나 미국의 상류사회는 신분에 걸맞은 정신적 의무를 다한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 Oblige)의 전통을 엄격하게 지켜오고 있다. 1982년 남대서양의 고도(孤島) 포클랜드에서 영국과 아르헨티나간에 전쟁이 터졌을 때 엘리자베스 여왕의 둘째 아들 앤드루 왕자가 해군중위로 참전한 것도 이러한 전통을 말해준다. 여왕의 아들이라 해서 본부에 앉아 펜대나 굴리는 시늉만의 군복무가 아니라 직접 전함을 타고 위험한 포클랜드 전선까지 나갔던 것이다.
제2차대전이 터지자 할리우드의 내로라하는 연예인들이 다투어 전선으로 달려나갔던 것도 그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제 전통 때문이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징집연령을 훨씬 넘어선 사람들이었다. 나라가 어려울 때 전선으로 나가는 것은 인기인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인기절정이던 60년대 초에 입대, 옛 서독주둔 미군부대 사병으로 근무했던 것 역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요즘 국외이주자로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른바 해외파 연예인들이 병역문제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개정된 병역법 시행령에 따라 국내에서 연간 60일 이상 영리활동을 하면 병역의무를 부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러는 병역을 피할 묘책을 강구한다는 얘기도 들리지만 이들 대부분이 청소년들의 우상이라는 신분을 생각하면 흔쾌히 앞장서 군문(軍門)을 두드리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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