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예술》 예술의 사회적 역할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4-29 23:00


예술의 사회적 역할





"기업의 이윤은 문화에 쓰여야 한다. 돈 버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된다면 우리는 영원히 행복해질 수 없다."(후쿠타케 소이치로 베네세그룹 회장)


연말이면 새해맞이 수첩을 구입해 표지 안쪽 면에 이 문구를 적는다. 베네세그룹은 1980년대 초 일본 가가와현 세토 내해의 작은 섬 나오시마를 예술섬으로 바꾼 출판기업이다. 1970년대 제련소로 번성했으나 사양산업이 된 후 폐허가 된 섬 전반을 문화지대로 재생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대자연과 건축, 현대미술이 어우러지며 세계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나오시마는 예술이 기업과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새롭게 실천한 가장 아름다운 예로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에도 기업의 문화재단이 미술관을 운영하고 문학 예술을 후원하는 곳이 적지 않다. 특히 해외 미술관 프로그램이나 한국 작가의 해외 프로젝트를 후원하는 기업이 점점 많아지고 있으며, 이러한 지원은 한국 문화예술을 해외로 확장시키는 주요한 매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미술 문학 분야에만 국한해서 보면 개인과 기업 그리고 정부가 운영하는 미술관과 갤러리의 수는 2025년 기준 900여 곳에 이르고, 그중 180여 개의 미술관과 갤러리가 서울에 밀집해 있다고 한다. 우리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 같아 보이는 예술은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로 우리 시대를 감각하고 사람 간의 소통을 풍부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때로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감동을 주기도 하며, 우리 일상에 새로운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경제는 문화에 종속돼야 한다"는 후쿠타케 회장의 말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갖게 했다. 미술계에 종사하면서 대체로 힘들고 가끔 보람을 느낀다. 겉보기에 화려한 모습과는 달리 고될 때가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길은 걷는 이유는 물론 미술이 좋아서이고, 미술이 지닌 '사회적 공헌'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재능 있는 작가들이 창작의 끈을 놓지 않고 작업을 이어 갈 수 있게 돕는 일, 더 많은 대중이 미술을 향유하며 각자의 미적 취향을 발견하도록 이끄는 일, 그리고 미술 컬렉션이 단순한 소비를 넘어 예술 생태계를 살리는 선순환이 되도록 안내하는 일 등이 미술계 종사자들의 공통된 사명이라 생각한다.


매월 새로운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미술 전시회에 많은 분이 방문하기를 바란다. 거의 모든 갤러리 전시는 무료고, 언제든 요청만 하면 전시와 작가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미술에 대한 관심이 작품 소장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한국 미술 시장은 급격한 성장기를 맞이했으며 우리 미술 시장의 확대와 질적 성장은 향후 우리 문화의 세계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2024년부터 이어진 미술 시장의 부진은 최근 뉴욕, 런던, 파리 등 세계 주요 미술 시장에서 거래가 살아나며 긍정적인 신호로 바뀌고 있다. 2026년은 이러한 회복세를 바탕으로 문학 예술로 더 행복하기를, 사명을 나누는 작가와 갤러리 그리고 가치를 공유하는 컬렉터들이 더 많아지는 풍요로운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한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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