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정치》 일하는 의회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4-27 22:41


일하는 의회





현대 민주주의 국가들이 지지층 결집만을 노린 극단적 대립으로 입법 기능 마비라는 중대한 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 미국 연방하원의 초당적 의원 모임인 '문제해결위원회(Problem Solvers Caucus)'가 보여주는 행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7년 1월, 미국 정치가 당파적 양극화로 치닫던 시기에 결성된 이 위원회는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이 동수로 구성돼 주요 정책 문제에 대한 초당적 협력을 실천해왔다. 이들의 설립 배경에는 정당 이름을 떼고 오직 국가와 시민의 문제 해결에 집중하자는 취지로 설립된 시민단체 '노 레이블스(No Labels)'가 있다. 창립자인 낸시 제이컵슨과 그의 남편이자 미디어 전략가인 마크 펜은 위원회의 사상적 기반을 닦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펜은 과거 빌 클린턴 대통령의 중도주의 노선을 설계했던 인물로, 좌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실용적 중도주의가 실제 국가 운영의 유효한 해법임을 강조해왔다.


이러한 철학적 지원 아래 탄생한 문제해결위원회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비결은 그들만의 엄격하고 독특한 운영 규칙인 '75·50 룰'에 있다. 위원회가 특정 법안이나 정책을 공식 지지하기 위해서는 각 당에서 50%, 위원회 전체에서 75% 이상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도록 설계됐다. 이는 초당파주의를 단순한 구호가 아닌 제도로 정착시킨 장치로, 양측의 극단 세력을 배제하고 중도 세력이 합의를 이끌어낼 때 비로소 추진력을 얻게 된다. 따라서 위원회가 지지하는 법안은 이미 의회 내에서 광범위한 중도층의 신뢰를 확보했다는 강력한 신호로 작용하며 입법의 마중물 역할을 한다.


위원회의 진가는 제117회기(2021~2022) 당시 여실히 드러났다. 조 바이든 정부가 노후화된 국가 인프라스트럭처 재건을 위해 대규모 예산 투입을 추진했으나 양당의 입장 차이로 입법은 교착 상태에 빠져 있었다. 이때 위원회는 상원의 초당적 그룹과 손잡고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 법(IIJA)'의 기초 프레임워크를 마련하며 협상의 교두보가 됐다. 도로, 교량, 철도, 고속 인터넷망 등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1조2000억달러를 투자하는 이 역사적인 법안은 위원회의 중재가 없었다면 당파 싸움 속에서 사장됐을 것이다. 이들은 모두를 만족시키는 완벽한 법안보다 국민에게 실질적 혜택을 줄 수 있는 '가능한 법안'을 선택하는 결단을 내렸고 이는 바이든 행정부 최대의 초당적 입법 성과로 기록됐다.


이제 막을 올린 119회기(2025~2026)에서도 위원회의 활약은 계속되고 있다. 양당 하원의원 25명씩 총 50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민주당의 톰 스워지 의원과 공화당의 브라이언 피츠패트릭 의원이 공동의장을 맡아 이끌고 있다. 특히 한국계인 영 김 의원이 공화당 측 주요 멤버로 활동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평소에도 비공식적인 모임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며 여야 간 실질적인 협력의 토대를 닦고 있다. 이는 정부의 낭비와 비효율을 줄이기 위한 초당적 법안 발의와 토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치는 한쪽이 모든 것을 얻고 다른 쪽은 모든 것을 잃는 제로섬 게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의 본질은 상대 정당을 궤멸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법안을 만들어내는 일 그 자체여야 하기 때문이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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