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랠리 넷째 날
맑고 건조함 모래바람
자르다이아Cardhaia-엘 글리아 티-Golea.455km.
파리로부터 2.338km 주행. 알제 남쪽 1,048km 지점.
북 사하라에서 피스트를 잃고 -최종림 작가-
아침 7시 기상 커피와 치즈 한 쪽으로 아침을 대신했다. 그간의 접선 구간Liaison은 한정 시간 내에 도착 장소에 들어오면 페널티Penalty(한정 시 간보다 늦게 도착한 만큼 늦게 출발시키는 별점제)만 받으면 되는 가벼운 것 이었으나 오늘부터는 스페셜Special(주행 시간 채점) 구간이다.
넷째 날 이동 경로
8시 5분 출발. 연료 240L. 일반 점점 및 각종 계기 점검 오케이. 전진 방향 235° 주행로는 피스트piste(차가 지나가면서 저절로 생긴 걸)로 자갈과 굴곡이 심하다. 안전벨트를 단단히 죄었으나 차가 튈 때마다 몸과 의자 사이가 흔들려 충격과 함께 눈알까지 튕겨 나갈 것 같이 고통스럽다. 시속 90km에서 110km 속도로 달리면 수많은 구덩이 끝부분만 타이어에 닿는다. 공중에 떠있는 시간과 땅에 닿는 시간이 반반씩이다. 만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차가 붕붕 튀면서 달리는 현상이 계속된다 앞으로 갈수록 피스트의 흔적은 옅어지고 막 우리들 앞을 지난 몇 줄의 차바퀴 흔적만 남아있다. 조수석에 앉은 항법사Nevigator는 시계로 구분되는 노면 상황과 상태를 충고하는 것을 비롯하여 노선 책 Road Book을 정확히 읽고 목표물 거리 계산, 나침반 방향 제시를 매 순간 경주자에게 지시해 주어야 한다.항법사의 거리 계산과 시간마다의 나침반 방향 수정에 조금의 오차라도 생기면 차는 꺼낼 수 없는 모래 늪으로 들어가거나 멀리 지평선 넘어 엉뚱한 곳으로 가다 조난 당하게된다. 그때는 차를 움직이지 말고 구명 깔개를 편 다음 예비 타이어부터 본 타이어까지 태우며 검은 연기를 하늘 높이 올리고, 밤에는 불을 지펴 구조 신호를 보내야 한다. 송수신 라디오를 사용하면 바로 퇴장이다.
모래에 빠진 차 하부까지 닿으면 그걸로 끝이다.
우리나라의 수십 배가 넘는
이 넓은 사하라에서
구조 비행기가 우릴 찾지 못하면
이 사막에서 생을 끝내야 한다.
그러한 일이 설혹 우리에게 일어나더라도
나는 구차한 눈물은 흘리지 않을 것이다.
유서 한 장은 이미 내 품에 있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 경주에 참가하고 싶었던
내 꿈이 이루어지고 있는 이 순간 무엇이 두려우랴.
온몸의 흔들리는 무게만큼 마음이 전율하고 있다.
토끼 심장처럼 콩당거리며 살아온 나이지만
한평생을 선하게 살아온 노인처럼
담담하고 곱게 죽음을 맞으리라.
34.50km 지점. 나침반 230° 수정.
자동차가 지나가며 일률적으로 만들어 놓은 딱딱한 모래톱Tole시작
피스트 외각 주행 금지. 38.35km. 차는 시속 100km로 모래톱 위에 떠 있는 현상 계속 피스트 외곽 주행 계속 금지, 차는 지그재그의 커브를 주행하는 데 거의 60 ~70의 방향을 꺾어야 하고, 그때마다 5~6m씩 미끄러졌다.TV헬리곱터가 우리 위를 2바퀴 선회한 후 사라짐. 47.04km 나침반 240° 수정. 흰 모래 계속, 하씨 엘 하자Hassi El Had-jar의 폐허된 보루 왼쪽으로 선회. 64km 수많은 모래 무덤 시작. 곳곳에서 차들이 모래 무덤에 얹힘 "최대한 모래 무덤을 돌아라, 방향190으로 바꿔!" 나는 끝없이 전개되는 상황을 제롬에게 고함쳐 주었다. 81km 지점 전방 100m 앞 급경사 모래 언덕. 15m 언덕 아래로 미끄러진 후 골을 가로질렀다. 건너편 흙모래 산, 우측 편으로 공격했으나 골의 커브를 벗어나지 못했다. 나는 제롬으로부터 핸들을 받았다. 후방 50m 까지 넉넉하게 후진. 사륜구동 저속 보조 기어로 갈고, 2단 기어로 최대 액셀러레이터, 좌편 35° 경사의 자갈 모래 산으로 공격. 중간에서 1단 기어로 바꾸었으나 정상 4m를 남기고 멈춰서 버렸다.
우리 차 우편에선 푸조와 닛산 등 대여섯 대의 차가 모래에 빠져 삽질 작업으로 허우적거리고 있다.
왼편 산을 향한 나의 세 차례 공격도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 화가 치밀어 차를 주먹으로 쥐어박았으나 애꽃은 손만 아프다. 한참 공격 지형을 의논한 후 제롬에게 다시 핸들을 넘겨주었다. 내가 방금 공격 한 전방 35° 경사, 좌편 15° 경사를 제롬은 두 번째 공격에서 아슬아슬하게 차를 기울이곤, 기울어지는 쪽으로 곡선 커브를 그리며 오르기에 성공했다. 그는 이 대회에 네 번째 참가하는 직업 레이서답게 능숙했다. 소요 시간 1시간 10분. 언덕을 내려가며 둘은 손바닥을 마주치곤 목을 빼 늑대 울음소리블 냈다. 해냈다는 성취감에 겨워 우린 음악을 틀었다.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중간 부분이 나왔다. 따르르 랄라.. 버릇처럼 나는 멋진 지휘자가 됐다.
92km. 시속20~60km로 달릴 때에 신체가 가장 많이 상하게 돼있고, 심리적으로도 가장 불안한 상태가 된다. 자동차 경주에서 이 속도로 달려야 하는 것이 답답하지만, 지표가 굴곡이 심해 그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없 다. 이 속도를 낼쯤의 모든 경황이 가장 쉽게 차를 넘어뜨린다. 우리는 2시간 이상 이런 상태로 달리다 갑자기 절벽 앞에서 아슬아슬하게 멈추어 섰다. 발끝을 가시로 간질이는 전율이 온몸으로 짝 퍼져왔다.
차를 뒤로 빼 좌회전하여 절벽을 따라가다 모래가 모여 비스듬히 생긴 라디에Radier(자동차가 지나가기 어려운 모양의 여러 가지 지표 상태)를 타고 코끼리처럼 밀려 내려가는 데 성공했다. 염병할.. 모래 산을 미끄러져 내리는 것이 자동차 경주라니..
150km부터 구간 끝. 지루한 터덜거림으로 머리는 멍청해지고 허리와 엉덩이엔 아예 감각조차 없다. 해가 지고 있다. 뿔뿔이 흩어져 왔으나 황야에서 같은 목표 지점으로 달리는 우리 주자들이 일으키는 수십 km의 먼지가 지평선으로 구름이 되어 피어오르고 있다. 큰 고장으로 뒤에 따라오고 있을 보조 차를 기다리고 있는 차량, 그리고 차가 부서져 아예 경기를 포기하고 구조 신호(X표 사인을 다른 주자가 받으면 대회 본부에 알림)를 하고 있는 주자들이 측은하게 먼지를 덮어쓰고 있다.
앞서간 차의 먼지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추돌 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차가 일으키는 거대한 먼지,
정면으로 내리는 석양은 앞을 가리고
또 불쑥 부닥칠지 모르는
절벽에 대한 연속된 공포로
나는 지쳐버렸다.
운전석을 제롬에게 넘기고
모래로 그득한 입안을
인삼가루 탄 물로 씻어내었다.
후! 정신이 든다.
광막한 하늘의 거대한 덮개로
대지는 하늘 아래 서서히 깔려
강아지처럼 안겨온다.
그 대지 어디쯤
한 곳을 어지럽게 달려가는 지친 심신은
금방 고개를 묻고
의식 세계로부터 잠시 멀어져 가고픈
위험한 안식이 스며든다.
아직은 안된다.
조금만 더 가자.
졸음을 쫓으며 지도 읽기를 잠시 멈춘 나를 내버려 둔 채
제롬은 어두운 계곡 아래 종착지의 피스트가 확인된 곳으로 내달리고 있다.
황무지 계곡을 몇개 돌고 나니, 이미 포기한 채 두고 간 오토바이와 빈 차 주위 에터번을 두른 사람들이 드문드문 모습을 보인다.
마을이 가까워져 오고 있는 것이리라.
아프리카, 아랍의 하느님..! 인 살라.
❛ 최종림 작가 프로필 ❜
출생: 부산
학력: 프랑스 파리 4 대학 현대 불문과 졸업
데뷔: 미당 서정주 추천으로 『문학 정신』을 통해 한국 문단에 등단
주요 경력:
한국 시인 협회 회원
한국인 최초 FISA 자동차 경주 자격증 A** 취득
파리-다카르 사하라 사막 자동차 경주 참가 및 완주
주요 작품:
소설: 『코리안 메모리즈』, 『사라진 4시 10분』, 『사하라에 지다』
시집: 『에삐나』
논픽션: 『사하라 일기』
오페라 시나리오: 『하멜과 산홍』, 『오디푸스의 신화』(번역 및 각색)
다음주에 계속.....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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