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

사람은 직립보행한다. 머리는 하늘을 향하고 있지만 두 발은 땅을 디디고 있다. 땅과 하늘 사이에서 사는 것이 인간의 모습이다. 이것은 사람이 이상과 현실, 정신과 물질, 영원과 순간, 사고와 행동의 이중구조 속에 사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러시아 작가 투르게네프는 문학작품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성격을 두가지로 나누었다. ‘돈키호테형’과 ‘햄릿형’이 그것이다. 흔히 돈키호테형은 ‘행동형’, 햄릿은 ‘사색형’으로 구분된다. 돈키호테형은 꿈과 낭만은 있지만, 현실을 무시하는 분별없고 직정적인 행동형, 또는 과대망상적 공상을 실현하려는 인간형으로 일컬어진다. 햄릿형은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라면서 행동이 결여된 사색형으로 불린다.
‘돈키호테형’은 물론 스페인 작가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에서 비롯됐다. 돈키호테의 꿈은 중세의 방랑기사가 되어 세상의 악을 없애는 것. 그는 이상주의자라고 할 수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졌기 때문에 환상가이자 몽상가이다. 그래서 풍차를 향해 돌진한다. 하지만 그의 시종 산초 판자는 어디까지나 냉정한 현실주의자로 돈키호테와 대비되는 인물형이다. ‘돈키호테’가 국내에 소개된 것은 1915년. 최남선이 번역해 ‘돈기호전기’(頓基浩傳奇)라는 이름으로 잡지 ‘청춘’에 실었다.
‘돈키호테’가 살만 루시디, 노먼 메일러 등 세계유명작가 100명이 뽑은 사상 최고의 픽션작품으로 선정됐다고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투표는 노르웨이의 노벨연구소가 주관했다고 한다. 때마침 최근 돈키호테가 풍차와 싸운 스페인 남부 라만차 지역에 돈키호테박물관이 개관됐는데, 관광명소가 될 것 같다.
요즘 우리사회는 연일 각종 게이트로 홍역을 앓고 있다. 현실 속에서 지켜야 할 법과 룰을 무시하고 자기분수를 모른 채, 무모하고 황당하며 환상과 과대망상에 빠진 돈키호테들이 많아서일까. 세르반테스가 오늘의 우리사회를 토대로 ‘돈키호테’를 쓴다면 어떤 작품이 될지 못내 궁금하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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