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랠리 둘째 날/ 바르셀로나, 맑음
기자들은 우리가 가장 힘들어하는 코스에 숨어서 사진을 찍었다. 우리의 불행이 그들에겐 멋진 작품이다.
새벽 3시 50분, 바르셀로나 도착. 거리엔 골목마다 경찰이 나와 길을 안내해 주고 있고, 부두에서 또한 많은 사람이 밤을 새워가며 우리를 환호하고 있다. 이곳에서 오늘 알제리로 가는 배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게 된다. 잠을 한숨도 못 자고 차와 함께 우린 승선 수속을 했다.
랠리 경로
3,000km 이상의 북아프리카 코스가 알제리에 있는데 불행히도 알제리는 친북한 노선으로 우리나라와는 외교 관계가 없는 나라다 하여 나는 우리들 대열 가운데 유일하게 알제리 비자를 받지 못했다. 파리의 알제리 대사관에서는 대뜸 "북에서 왔소?"하고 물었다. 내가 남쪽이라고 했더니 내 비자 신청 서류조차 보기를 꺼려 했다.
이 대회를 주관하는 막강한 대회 조직 본부 측은, 프랑스가 자랑스럽게 개최하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경주에 참가하는 각국 선수와 팀이 당사국과의 외교 관계 때문에 거부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들은 나의 참가가 알제리 정부의 비자 시비에 좌지우지되는 것을 우려했고, 이는 또한 국제 스포츠 교류 정신에 엄연히 위배되는 것이다. 그들은 세계 자동차 스포츠 연맹과 프랑스 측 내무, 외무부에 진정서를 넣고 알제리 쪽으로도 전문을 보냈다. 물론 파리의 우리 대사관에서도 내게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대회 본부 측은 이 대회에 작은 한국인이 참가함을 감탄해 마지않는 터였고, 특히 동양에서는 일본 일색으로 판을 치는 상황 이어서 내게 많은 호감을 갖고 있었다. 대회 회장인 질베르 사빈느 씨와 재정 담당 책임자 쟈끄 씨가 알제리 출입국 책임자에게 서약서를 적고 난 후에야 나의 입국이 허락되었다
돌밭 주행길 튀고 솟구치고... 몸속 장기 모두가 제자리를 이탈하는 듯하다.
5년 전에 만들어진 내 여권에는 알제리를 뺀 모든 나라를 여행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이 배짱과 억지스러운 알제리 입국이 우리나라 법을 어기는 것이 아닐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나는 파리 제4대학(소르본느 대학)을 유학하며 태권도 사범으로 아르바이트를 해 왔었다. 70년대 당시 우리나라와 외교 관계가 전혀 없었던 중동과 남미, 그리고 동구 공산권까지 내 선배들이 작은 한국인의 매서운 주먹을 시범으로 보여주며 그 나라 정부 수뇌의 총애를 받아왔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더러는 이미 뿌리박힌 일본 가라데의 현지 패거리에 장살 당하기도 하고, 총에 맞아 죽어가며 그 나라에 한국을 심었다. 그리곤 통상 대표가 태권도 사범에 의해 그 나라에 소개받아 들어갔으며, 뒤이어 영사관이 들어간 경우도 있다.
외람된 말이지만 한국 외교사에 한국 태권도의 활동 사항이 완전히 빠져있는 것을 나는 아직도 의아해하고 있으며, 그 엄청난 어려움과 희생을 당한 선배 제위들을 위해서는 한국 태권도 외교사를 책으로 만들어 외교사 어디에든 비집어 넣어지길 바라본다
나는 그런 마음으로 또 앞으로 13,000km의 죽음을 각오한 사하라 종단과 횡단의 길목 앞에서 용기를 잃지 않으려 쓸쓸해지는 마음을 추슬렀다.
오후 2시 우리를 태운 3대의 거대한 페리호는 알제리를 향해 바르셀로나 항을 떠났다.
나는 선실로 들어가 알제리 비자가 현지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잠에 떨어졌다.
❛ 최종림 작가 프로필 ❜
출생: 부산
학력: 프랑스 파리 4 대학 현대 불문과 졸업
데뷔: 미당 서정주 추천으로 『문학 정신』을 통해 한국 문단에 등단
주요 경력:
한국 시인 협회 회원
한국인 최초 FISA 자동차 경주 자격증 A** 취득
파리-다카르 사하라 사막 자동차 경주 참가 및 완주
주요 작품:
소설: 『코리안 메모리즈』, 『사라진 4시 10분』, 『사하라에 지다』
시집: 『에삐나』
논픽션: 『사하라 일기』
오페라 시나리오: 『하멜과 산홍』, 『오디푸스의 신화』(번역 및 각색)
다음주에 계속...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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