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돼도 기쁘지 않아"…안산 성폭행 사건 유족의 원망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10-08 14:12

경찰 불송치 뒤 숨진 10대 알바생의 어머니 "처음부터 제대로 수사했다면"


(안산=연합뉴스) 김지원 기자 = "기소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기쁠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아요. 처음부터 경찰이 제대로 수사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너무 슬프고 원망스럽습니다."


'청소년아르바이트생 성폭력 부실수사 사망사건' 진상 규명 촉구'청소년아르바이트생 성폭력 부실수사 사망사건' 진상 규명 촉구 [촬영 김인유]


경찰이 '혐의없음'으로 판단했던 '안산 10대 아르바이트생 성폭행 사건'이 공소청의 보완수사 끝에 기소로 이어졌지만, 피해자의 어머니는 끝내 딸을 지키지 못했다는 슬픔과 경찰 수사에 대한 원망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2월 경찰의 불송치 결정을 통보받은 지 사흘 만에 숨진 A씨의 어머니는 8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오늘 아침 변호사에게 기소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딸의 주장이 맞았다는 결과를 이제야 받아들이는 것 같아 너무 원통하다"며 "경찰이 처음 수사를 잘못했더라도 다시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점에서 원망이 더 크다"고 했다.


특히 유족은 경찰이 과거 검찰(현 공소청)의 보완수사 요구를 받고도 관련 증거들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사건을 재차 종결했다고 주장했다.


A씨의 어머니는 "(당시)검찰에서 보완수사 요구가 내려온 뒤 휴대전화 통신 기록과 피해를 호소했던 SNS 기록, 해바라기센터 응급진료 기록, 산부인과와 정신과 진료 기록, 약물 처방전 등을 경찰에 제출했다"며 "참고인 2명도 추가로 진술했지만 경찰은 기존의 '혐의없음' 결론을 그대로 유지해 사건을 다시 넘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첫 번째 수사에서 잘못 판단했더라도 두 번째 기회에서는 바로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기 싫어 증거를 외면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호소했다.


수원지방공소청 안산지청수원지방공소청 안산지청 [촬영 김인유]


반면 공소청의 기소 판단에 대해서는 안도의 뜻을 전했다.


A씨의 어머니는 "딸이 생전에 작성한 이의신청서에는 단순히 걷는 모습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의학적이고 전문적인 검토를 해달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며 "공소청이 뒤늦게나마 아이가 요구했던 부분을 실제 수사에 반영해 준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다만 업주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데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불구속기소 됐다는 소식을 듣고 속상했다"며 "딸은 이제 사과조차 받을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재판에서 엄중한 처벌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찰로부터 별도의 설명이나 연락을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지난 4월 3일 담당 수사관을 찾아간 이후 경찰과 직접 접촉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다만 "7∼8월께 아이 아빠에게 피해자 유가족을 위한 생계비와 학자금 지원 정책 등을 안내하는 문자가 한두 차례 왔다"며 "경찰은 딸을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았으면서 왜 이제 와서 우리를 피해자 유가족으로 대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유족은 이번 사건이 단순히 업주에 대한 처벌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또 같은 피해자가 나오면 어떡하느냐"며 "누구나 언젠가 수사기관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는데 수사기관을 믿지 못하고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무섭다"고 했다.


그러면서 "딸아이의 사건이 제대로 밝혀져 우리가 안전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수원지방공소청 안산지청은 지난해 12월 술에 취해 항거불능 상태에 있던 10대 아르바이트 여성 A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40대 주점 업주를 불구속기소 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은 당초 CCTV 등을 근거로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지만, 공소청은 CCTV 원본 재분석과 의료 자문,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통해 준강간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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