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통과 정쟁으로 밤새는 ‘30일짜리 국감 쇼’, 국회는 ‘종이호랑이’를 자처하려는가

대한민국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최고의 무기라는 국정감사가 또다시 구태의 늪에 빠졌다. 여야는 민생을 돌보겠다는 말과 달리, 시작부터 거친 고성과 막말, 송곳 검증 대신 정쟁용 이슈 몰이에만 혈안이다. 한 달 남짓한 기간에 800여 개가 넘는 기관을 수박 겉 핥기 식으로 불러 모아 호통만 치다 끝내는 ‘백화점식 쇼’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국민의 인내심은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현재의 국정감사는 구조적으로 극도의 비효율을 안고 있다. 국회의원 한 명이 피감기관 한 곳을 질의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5~7분 안팎이다. 이 짧은 시간 동안 복잡한 국가 정책의 모순을 파헤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의원들은 정책적 깊이를 채우는 대신, 카메라 앞에서 자극적인 폭로를 터뜨리거나 피감기관장을 윽박질러 존재감을 증명하려는 ‘권력 갑질’에 치중하게 된다. 대기업 총수나 유명인을 무더기로 증인 채용해 세워두고 정작 질문 한 마디 던지지 않는 호사스러운 낭비가 매년 되풀이되는 이유다.
게다가 피감기관들은 이 한 달만 머리를 숙이고 버티면 다음 1년이 편하다는 ‘시한부 면피’의 요령을 터득한 지 오래다. 수만 장의 서류를 국회에 던져주고 정작 핵심 자료는 보안을 핑계로 숨기면, 국회는 이를 제대로 검증할 시간조차 없다. 행정부를 견제하겠다는 국회가 스스로 시스템의 한계를 노출하며 ‘종이호랑이’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삼류 정치의 악순환을 끊어내려면 국정감사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갈아엎어야 한다.
가장 먼저 10월 한 달에 몰아서 숙제 검사하듯 치르는 현행 방식을 버리고, ‘365일 상시 국감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상임위원회별로 분기마다, 혹은 주요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족집게식 청문회와 감사를 열어야 국회의 전문성이 살고 행정부도 상시적인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모든 기관을 기계적으로 부르는 비효율을 없애고 현안이 시급한 핵심 기관만 추려내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여기에 방대한 행정 데이터를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디지털 검증 시스템까지 도입해야 비로소 ‘현미경 국감’이 가능해진다.
국정감사는 국회의원들이 권력을 과시하며 분풀이를 하는 놀이터가 아니다. 국민이 위임한 권한으로 정부의 실정을 바로잡고 혈세 낭비를 막는 엄숙한 책무의 장이다. 민생은 외면한 채 정쟁용 확성기로 전락한 국감은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 국회는 호통과 쇼맨십으로 점철된 구태를 당장 멈춰야 한다. 스스로 효율적인 정치 시스템을 증명해 내지 못한다면, 국감 무용론을 넘어 ‘국회 해체론’이라는 국민적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