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평범한 기적, 새날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10-01 00:18


평범한 기적, 새날




우리가 당연히 맞는 오늘은 어떤 이에게는 기대할 수 없었던 내일이기도 하다. 평범한 하루하루는 어떤 이에겐 천금을 주고라도 사고 싶은 미래일 수도 있다. 가령 생의 끝에 선 환자나 노년에게 새날의 삶은 얼마나 절박한 소망인가. 새 아침, 새 태양을 맞는 것 자체가 어떤 이에게는 기적 같은 일일 수도 있다.


헬렌 켈러에게는 보고 듣는 것도 큰 축복이었다. 어느날 그는 숲을 산책하고 온 친구에게 무엇을 보았는지 묻는다. “뭐 별 게 없었어.” 시큰둥한 친구의 대답을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단지 나무를 만지기만 해도 새들이 노래하는 것까지 느끼는데, 두 눈과 두 귀로 보고 듣는다면 얼마나 흥미로운 게 많을까. 그는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이라는 글에서 간절한, 그러나 우리에게는 평범한 소망을 밝힌다. 1933년 월간지에 발표한 이 글은 당시 대공황으로 암울했던 미국인들의 마음에 한줄기 빛으로 다가간다.


촉감으로만 세상을 느끼다가 두 눈이 열린다면 보고 싶은 게 많을 것이다. 하지만 헬렌 켈러의 소망은 소박하기만 하다. 첫째 날 가장 먼저 보고 싶은 사람으로 그는 설리번 선생을 꼽았다. ‘손끝으로 만져서만 알던 그녀의 얼굴을 몇시간이고 바라보면서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해 두겠다’고 다짐한다. 그 다음에는 나뭇잎과 들꽃, 석양을 보고 싶다고 밝힌다. 둘째 날 눈에 담고 싶은 것은 ‘먼동이 트며 밤이 낮으로 바뀌는 장관’과 박물관, 그리고 밤하늘의 별이다.


셋째 날의 소망은 기적의 마지막 날인데도 우리에겐 시시한 것들이다. 그는 아침 일찍 거리에 나가 출근하는 사람들을 보고 싶다고 말한다. 혼잡한 길 모퉁이에 서서 사람들의 발걸음을 쳐다보는 것도 그에겐 특별한 일이다. 영화나 공연을 본 다음, 네온사인이 반짝거리는 밤거리를 지나 집에 돌아오는 것으로 ‘사흘 간의 기적’을 끝내도 그는 여한이 없다. 잠시라도 세상을 보았던 것에 감사 기도를 하고 다시 영원한 밤으로 돌아가겠다고 글을 맺는다.


헬렌 켈러가 소망했던 일들을 우리는 날마다 한다. 그에게는 기적이 우리에게는 일상이다. 2026년 한 해도 3개월 정도 남았다 남은 3개월,새날은 그래서 하루하루가 평범한 기적이다. ‘기적의남은 사흘’을 365일이나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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