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문학》 다르위시의 시와 희망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9-26 22:49


다르위시의 시와 희망




억압과 거짓이 승(勝)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시인은 고통스럽다. 눈 부릅뜨고 세상을 지켜보며 탁한 공기를 샘물 같은 언어로 고발해야 하는 게 시인의 소명(召命)이기 때문이다. T S 엘리엇은 “위대한 시인은 자신에 관해 쓰면서 자기 시대에 관해 쓴다”고 했다. 시대를 초월한 시인이란 있을 수 없다는 말이다.


16년 전 숨을 거둔 팔레스타인의 민족시인 마무드 다르위시는 평생을 자신에 관해, 팔레스타인의 현실정치에 대해 노래한 지식인이다. 일곱살 때 이스라엘 군대에 의해 고향에서 쫓겨났고, 이후 50년 가까이 유랑하면서 저항과 투옥을 반복하는 곡절의 삶을 살면서도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팔레스타인의 영웅이다.


“시는 자유를 향한 거대한 광기입니다. 아무리 삶이 칠흑같이 어둡더라도 그 안에서 빛을 찾고 희망을 만드는 게 시인의 사명입니다.”


그가 자신의 시선집 ‘팔레스타인에서 온 연인’ 한국어판 출간에 즈음해 한국을 찾았을 때 한 말이다. 국제작가회의 대표단이 팔레스타인을 방문했을 때도 그는 ‘우리에게는 희망이라는 불치의 병이 있습니다’라는 연설을 통해 같은 뜻을 밝힌 바 있다. 감동의 글귀 하나로 인간의 상처를 감싸주는 존재가 작가임을 새삼 느끼게 한다.


다르위시는 시가 현실을 바꿀 수는 없어도 사람의 양심과 느낌을 바꿀 수는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시를 통해 정신적·은유적 나라를 세울 수 있다고 본다. “내 시가 조국의 정신적 지평 위에 집 몇 채 지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인의 정신적 지평을 넓혀간 저항시인 이육사를 떠올리게 한다.



다르위시의 시는 기품이 있고 상징이 깊다. “피로 시를 쓰기 전에 잉크로 쓰는 것부터 배워야 한다”는 그의 소신이 시어 하나하나에서 묻어난다.


‘내 글이 밀이면 나는 땅/내 글이 분노라면 나는 폭풍우/내 글이 바위라면 나는 강/내 글이 꿀로 바뀌면 파리들이 내 입을 덮겠지’(words·존버거의 모든것을 소중히 하라에서 재인용)


읽다 보면 시와 시인이 하나가 된 느낌을 준다. 이런 위대한 시인을 저 세상으로 보냈다는 것은 팔레스타인뿐 아니라 우리 인류의 손실이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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