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장소 ⑧] 내 사랑의 저 악착보살, 청도 운문사

박상봉 사회부장 기자

등록 2026-03-20 08:12

청도 운문사 비로전 천정에 밧줄을 한사코 잡은 채

매달려 있는 이가 있다. 악착보살이라 한다.

경상북도 청도군에 위치한 운문사땅질레*


이하석 


주검 덮은 땅이라도

착근하자마자 사정없이 앙칼지게 사방 거머쥐는,

온몸의 촉수가

새파랗다.


내 사랑의 저 악착보살*.


* 청도 운문사 비로전 천정에는, 극락 가는 반야용선을 타지 못하자 배에 맨 밧줄을 한사코 잡은 채 매달려서 가는 이가 있다. 악착보살이라 한다.


이하석 시인은 1948년 경북 고령 출생. 1971년 『현대시학』 추천으로 등단했다. 시집 『투명한 속』, 『김씨의 옆얼굴』, 『우리 낯선 사람들』, 『연애 간(間)』, 『천둥의 뿌리』, 『기억의 미래』, 서사 시집 『해월 길노래』 등이 있으며, 김수영문학상, 김달진문학상, 이육사시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김만중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한편, 이하석 시인은 계간 시 전문지 《사이펀》 창간 10주년 기념 설문조사에서 한국시인들이 좋아하는 시인 12명에 선정돼 《사이펀》 2026 봄 창간 10주년 기념호에 이 신작시를 발표했다. 


청도 운문사 비로전 천정에 매달린 악착보살

이 시에 나오는 ‘악착보살’을 이하석 시인을 따라 운문사에 가서 본적이 있다. 운문사 비로전(옛 대웅전) 천정에 작은 조형물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데 그 크기가 워낙 작아 여간해서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비로전 천장을 유심히 올려다보면 용 모습을 새긴 반야용선(般若龍船)이 있고, 귀엽게 생긴 한 동자가 밧줄에 악착같이 매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동자를 ‘악착(齷齪)보살’이라고 부른다. 이런 악착보살상은 청도 운문사 비로전과 영천 영지사의 대웅전 등 몇 곳에서만 볼 수 있고 다른 절에는 없는 매우 드물고 독특한 불교문화유산이다. 


그런데 이 작고 앙증맞은 조형물의 이름이 왜 악착보살일까? 


우선 반야용선에 대해서 알아보자면 반야용선은 “반야, 즉 최고의 지혜를 향해 용이 끌어주는 배”라는 뜻이다. 그래서 절의 법당을 종종 반야용선에 비유하기도 한다. 법당 정면의 현판 양옆으로 용머리가 있는 것도 다 이런 이유다.


악착보살은 원래 이 생에 기필코 성불하겠다고 서원을 세우고 악착같이 용맹정진했다. 이 보살이 오로지 수행자로서 일념으로 한 길만 걷다가 어느 날 청정하고 신앙심 깊은 이들을 서방의 극락정토로 인도해 가는 반야용선이 도착했을 때는 자식들과의 작별 인사가 길어져 그만 배를 놓치고 말았단다. 


이미 용선은 떠나가고 있는 도중이었지만 보살은 뱃사공이 던져준 용선의 밧줄에 악착같이 매달려 서방 극락정토로 갔다고 해서 악착보살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한순간도 정신줄을 놓지 않고 지극한 수행의 마음가짐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일깨우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운문사의 또하나 명물 처진소나무

운문사의 또하나 명물은 만세루 옆의 넓은 뜰을 넉넉하게 차지하고 있는 ‘처진소나무’다. ‘처진소나무’로는 우리나라에서 최대 규모다. 


가지가 밑으로 늘어지는 독특한 모양이 보통 소나무와 다른데 자연적으로 이 나무처럼 둥글게 자라는 소나무는 매우 드물다. 나무의 모양이 아름답고 전형적인 ‘처진소나무’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생물학적으로도 가치가 크다. 


어떤 고승이 소나무 가지를 꺾어서 심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며, 운문사에서는 매년 막걸리를 물에 타서 뿌리 가장자리에 주고 있다. 높이는 약 6m이고 둘레가 3.5m이며 나무의 나이는 500년 정도로 추정된다. 가지가 밑으로 처지는 모양이 수양버들과 같은 특징을 가졌다고 류송이라고도 부르는데 자연 상태에서는 대단히 희귀종이라고 한다.


오랜 세월을 견딘 노송이라 수형이 매우 유려하고, 바람과 시간의 방향이 그대로 몸에 새겨진 듯한 인상적인 모습이 땅으로 내려앉으면서도 하늘을 기억하는 나무로 하나의 은유를 지닌 풍경으로 읽히기도 한다.


운문사 경내에 활짝 핀 꽃산딸나무

박상봉 사회부장

박상봉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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