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에 지다 저자 최종림 작가
얼마 전까지 나는 병으로 취급되지도 않는 병을 앓고 있었다. 지옥의 경주라는 파리-다카르 자동차 경주에 참가하여 이십여 일 동안 사 만 리 사하라를 헤맨 것이 거대한 기억의 망령이 되어 나를 괴롭혀 오는것이었다.
사하라의 자락 자락에 묻혔던 내 생명의 얼룩이 기억으로 되살아날 때는 일없이 숨결이 가빠지고 온몸이 땀에 젖는 촌스럽기 이를 데 없는 병이었다.
그러나 나는 고국으로 돌아왔고, 내 병을 스스로 달래며 견더 왔다. 청량한 계절, 여유로운 시간 그리고 짜임새 있는 생활의 무늬들은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내 눈앞에 스쳤던 그때의 신기루는 내가 헛것을 본 것일까, 아니면 사하라의 위대한 착각이었을까?
내가 본 많은 짐승의 뼈들, 살아보려 버둥대다 뿌리를 하늘로 쳐들고만 나무들, 모래바람이 산을 삼켜버리고 앙상한 바위만 남겨놓은 채 사하라는 모든 것을 죽이며 살아있었다.
인간의 근원적 불확실성에 대해 끊임없는 도전의 몸부림을 유혹하고 있는 불가사의한 땅 사하라, 각종 경주에서 정상을 다투는 카레이서 들이 가장 어렵고 혹독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유혹받는 대질주의 전쟁터.
불타는 사막에서 불꽃 튀는 레이서들의 질주하는 모습은 장관이 아 닐 수 없다. 장장 스무이튿날을 오로지 나침반에 의지하며 동료와의 사투인지 사막과의 사투인지, 생사의 기로를 스피드에 맡긴 채 굵주린 늑대처럼 광막한 사막을 헤맸다.
세계와 나 자신으로부터 항상 변방을 떠돌며 혼불을 흘려 온 내 별수없는 욕망은 나를 사막으로 내몰았고. 미친 욕망과 나 사이에서 원시적 방황을 하는 생명의 본연을 나는 사하라에서 보았다
[신동아]에 연재되었던 사하라 일기.를 책으로 엮은 지 제법 세월이 흘렀다. 절판되었음에도 독자들의 꾸준한 언급과 관심에 복간할 용기를 내게 되었고, 미공개된 사진들 역시 사장될 위기에서 세상과 조우하게 돼 또한 다행스러운 마음이다
이 책의 발간에 붙이는 작은 바람이 있다면, 감힌 사회의 무한경쟁 속에서 꿈조차 시들어 갈 내 조국의 병약한 젊은이들에게 나의 이 체험적 수기가 그들의 창조적 모험심을 자극해 또 다른 신명나는 도전의 한마당 을 펼쳐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 마지않는다.
다음주에 계속...
이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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