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배신자’ 논란, 끝장 토론 하라.

국민의힘은 한동훈 전 대표 제명을 계기로 내전 상태에 빠져들었다. 107석 소수야당으로, 정책과 정치에서 영향력을 잃어버린 정당이 이만한 일로 싸울 때냐는 비판이 많다.
한동훈 제명 과정은 위태로웠다. 이성적으로, 순리대로 했더라면 없었을 일들이 반복된 탓이다. 당무감사위원장은 “(사람을) 받아 죽이면 소는 돌로 쳐 죽인다”는 글을 썼다. 본인은 성경을 인용한 통쾌한 비유라고 여길지 몰라도, 공적 책무에 적개심 비슷한 감정을 뒤섞어 드러낸 까닭을 모르겠다.
당이 내세운 징계 사유는 여론 조작이었다. 익명의 당원 게시판이라지만, 한 전 대표의 가족 넷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판 글을 1000개 넘게 올린 것이 드러났다. 한 전 대표가 ‘나중에야 알게 됐다’고 해명했지만 사실관계는 더 가릴 필요가 있다. 한 전 대표도 민망했을 것이고, 그래서 어정쩡하게나마 사과했을 것이다. 그런데 당의 결정은 쫓아내겠다는 것이다. 이만한 일이 제명 사유가 될 수 있나. 친윤 주류에서 ‘이건 아니다’는 만류가 있었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비상계엄으로 파면된 전직 대통령을 상대로는 징계조차 않던 국민의힘 아닌가.
이러니 ‘미래 경쟁자 제거’, ‘친윤의 복수극’이라는 평가가 따라다니는 것이다. 매년 세금으로 수백억 원대 보조금을 받는 정당의 정치가 이래서는 곤란하다. 그럼에도 당 지도부가 초강수를 둔 것은 여론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1월 7일 발표된 KSOI 여론조사(무선 ARS)에서 국힘 지지층만 떼놓고 보면 46%는 ‘한동훈의 여론 조작이니 징계가 맞다’는 쪽에 손을 들어줬고, ‘장동혁 체제의 조작 감사’라는 견해는 33%였다.
윤 전 대통령도 한 전 대표를 두고 배신이란 실제 말을 썼다고 한다. 계엄 1개월 전인 2024년 11월 “살다 보면 나는 꼭 배신당한다”며 만취 상태에서 한동훈 이름을 거론했다는 것이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의 법정 진술이었다. 당시는 한 전 대표가 김건희 특검, 채 상병 특검 필요성을 거론하고, 김건희 인맥 배제를 요구하던 때였다.
친윤 주류의 요구는 이렇다. 설령 윤 전 대통령에게 부족함이 있더라도 민주당이 이재명 당시 대표 문제를 ‘검찰의 조작 수사’라며 똘똘 뭉쳐 방어했듯이 한 전 대표도 감쌌어야 한다는 것이다. 친윤그룹이 이렇게 느끼는 걸 일방적으로 탓하기 힘든 정서적 측면도 있다. 그게 옳은 일이냐는 건 별개의 문제지만.
결정타는 한 전 대표의 ‘대통령 당론 탄핵’ 구상이었다. 실제로 친한계 의원 여럿이 찬성하면서 국회 탄핵소추안은 가결됐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뜻에 따라 법무부 장관과 당 비대위원장을 맡았다. 이렇듯 누릴 건 누려 놓고 어떻게 등 돌릴 수 있느냐는 질문은 윤-한 사이의 사적 관계에서라면 상상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은 헌법 판단이 필요한 공적 행위다. 사적 인연에 가둬 둘 수 없고 가둬서도 안 된다. 그가 자행한 비상계엄은 표를 준 유권자 1639만 명의 기대를 꺾은 행위였다. “공정과 상식”이란 선거 때 구호는 어떤가. 그는 지킬 뜻도, 의지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망쳐버린 국정까지, 이 모든 것이 배신 아닌가.
민주당은 2024년 12월 토요일마다 탄핵소추 국회 표결을 시도했다. 2번째 토요일에 가결이 안 됐더라면 3주, 4주, 5주 차 소추안은 계속 상정됐을 것이다. 그때의 극심한 사회 혼란은 누가 책임지나. 무장한 군을 국회에 투입했는데, 어떻게 그가 하루라도 국가와 정부를 대표하는 상황을 그냥 둘 수 있나.
지금 국힘은 어두운 계곡을 헤매고 있다. 인공지능 어젠다 설정, 미일중 정상외교를 통해 미래라는 주제를 이 대통령이 독차지하고 있다. 한동훈 제명과 장동혁 단식 모두 과거에 머무는 행위다. 장-한 두 정치인의 역량 한계 때문이든, 정치적 셈법 때문이든 타협과 조율의 정치력은 찾아볼 수 없다.
정치라는 것이 하나하나 따지는 것보다 묻어두는 게 상책일 때가 있다. 하지만 한동훈이 걸린 배신 프레임은 두고두고 살아 움직이며 갈등의 씨앗이 될 것이다. 봉합하거나 미루지 말고 뜨겁게 논쟁해야 하는 이유다. 국힘 안팎에서 ‘배신자와는 정치 같이 못 한다’는 주장은 넘치지만 뭔가 알맹이가 빠져 있다. 한동훈의 어떤 행위가 배신인지, 그렇다면 어떻게 행동했어야 했는지 구체적인 논리가 안 들린다. 장동혁 한동훈 두 경쟁자는 제대로 붙길 바란다. 그 과정에서 인간적 정리(情理)와 공인의 공적 선택을 누가 어떻게 설명하고 논박하는지 유권자는 지켜볼 것이다. 그 대결의 승패와 관계없이 ‘한동훈=배신자’라는 인상만 남을 여지가 없진 않다. 그러나 그마저도 감내할 각오가 필요하다. 당의 ‘4번 타자’도 자연스럽게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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