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정치》 희생하는 정치인, 군림하는 정치인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2-02 22:35


희생하는 정치인, 군림하는 정치인





스웨덴 쇠데르텐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인 최연혁 박사는 저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를 통해 25년간 스웨덴 생활의 경험들을 나눠주며, 대한민국의 미래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복지국가의 상징과도 같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은 원래 스웨덴을 두고 나온 것이다.


사실 행복이나 복지처럼 정치와 잘 어울리는 말도 없다. 인간사회는 제한된 자원을 놓고 서로 경쟁하고 갈등하는데, 바로 그 갈등을 공평하게 조정하는 것이 정치다. 정치가 없다면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은 행복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이 행복하도록 국가가 공적으로 돕는 것이 바로 복지정책이므로 정치의 본질과 닿아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지금 행복하지 못한 것은 곧 정치부재 때문이다. 스웨덴의 정치인은 세상에서 가장 고된 직업이라고 한다. 의원 임기가 4년인데, 임기가 끝나면 다시 선거에 도전하지 않고 그만두거나 직업을 바꾸는 비율이 30%나 된다.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이유는 업무 강도가 너무 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년 중 회기가 10개월에 이르는 데다 매일 출근해 업무를 보는 것도 모자라 밤을 새며 공부하고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게다가 월급까지 박하고, 비정규직이라 연금 혜택도 상대적으로 적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러한 희생에도 불구하고 조그만 실수나 잘못이라도 하게 되면 국민들로부터 가혹하게 버림받는다.


한국이나 스웨덴이나 정치인은 인기가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자세히 보면 번지수가 전혀 다른 얘기다. 한국의 정치인은 특권 남용과 부패 등으로 인해 국민들에게 인기가 없다는 뜻이지만, 스웨덴의 정치인은 직업으로서 인기가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일이 너무 고되고 돈도 벌지 못하지만, 국민의 행복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한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여기서 우리는 정치가가 특권을 내려놓으면 국민이 행복하게 되고, 내려놓지 않으면 정치가만 행복하고 국민은 불행해진다는 상식을 다시 확인한다.


스웨덴이라고 해서 옛날부터 행복한 나라였던 것은 아니다. 반대로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초까지 극심한 빈곤에 시달려 인구의 3분의 1이 먹고살기 위해 이민을 떠났다. 그런데 지금은 매년 10만명이나 몰려드는, 모두가 꿈꾸는 나라로 다시 태어났다.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한 중심에는 정치가의 희생을 통한 정치의 힘이 있었다. 우리나라가 행복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정치인들이 많이 나와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우리의 처지는 전혀 다르다. 현재도 정치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기는커녕 불행하게 만들고 있지만, 미래 전망은 더 어둡다. 정치가들은 자기 이익만을 보고 돌진할 뿐 국민의 행복은 안중에도 없다. 야만적이고 천박한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우리 사회의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불평등 구조를 만들어내면, 이를 줄이고 보완해야 할 정치권력은 오히려 확대 재생산한다. 권력의 사유화와 소수 또는 1인 집중이 도를 넘고 있다. 정당정치도 기능을 못하고, 공공성과 국민의 행복을 위한 정치는 자취를 감췄다. 국민의 뜻에 의해 정당화된 권력이 아닌, 날것 그대로의 힘만 작동하는 정치판이다. 당연히 그 힘은 비민주적이고, 자의적이며, 폭력적이다. 공익도 헌신짝처럼 버리고, 삼권분립을 유린해도 아무런 부끄럼이 없다.


정치학자 베르나르 마냉은 오늘날의 민주주의 후퇴 현상으로 ‘청중 민주주의(audience democracy)’를 지적한다. 주권을 가진 시민보다는 정치가가 만들어내고 조종하는 이미지에 반응하는 구경꾼으로 전락한 민주주의를 말한다. 그런데 구경만 하고 살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이런 민주주의의 실패가 초래할 불행이 문제다. 게다가 가해자보다 청중에게 더 큰 비극을 안길 것이다. 스페인의 사바테르라는 교수는 정치 무관심에 대해, 만취한 조종사(정치가)가 모는 비행기 안에서 테러리스트가 폭탄을 가지고 인질극을 벌이고 엔진 하나가 고장난 상황에서 다른 승객들과 협동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대신, 휘파람을 불고 창밖을 내다보면서 스튜어디스에게 점심을 가져다 달라고 요구하는 것을 현명하다고 여기는 것과 같다고 했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을 ‘idiotes’라고 했는데, 이 말이 오늘날 영어의 ‘idiot(바보)’이라는 단어의 어원이다. 정치하는 위험한 바보와 이를 방관하는 어리석은 청중이 향하고 있는 우리의 미래는 암울하다. 이렇게 가만히 앉아 당할 때가 아니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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