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독재국, 주목받는 K-민주주의

전 세계적으로 K-컬처가 대세다. K-컬처의 융성은 한글을 전 세계로 확산시켰고, 김치와 김밥 등에 매운 떡볶이와 불닭볶음면 먹기 챌린지가 퍼질 정도로 K-푸드 유행이 이어졌다. 전 세계인이 열창하고 가족 단위 n차 관람이 유행한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는 골든 글로브 2관왕에 올랐고, 각종 K-헤리티지 상품까지 퍼트렸다. 전 세계 관광객이 한국으로 몰려들어 K-뷰티를 사서 돌아가는가 하면,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해 65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유치해 루브르박물관(870만 명)과 바티칸박물관(682만 명) 다음이다. 하늘에서 세종대왕이 활짝 웃고 문화 강국을 꿈꾼 김구 선생도 득의양양해 할 일이다.
이제는 K-민주주의, K-외교, K-선거를 수출할 차례이다. 이미 한국은 제3의 민주화에 있어 성공적 사례로 꼽히는데, 12·3 비상계엄을 평화적으로 극복하면서 K-민주주의의 회복 탄력성을 다시 한 번 전 세계에 과시했다. 비상계엄 재판 과정에서는 부정선거가 없었는데도 ‘우두머리’(윤석열)가 공연히 구실로 삼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사실, K-선거의 우수성은 오래전부터 외국에서 인정받았고 대한민국 주도로 전 세계적으로 전파돼 왔다.
인천 송도에 사무처를 둔 세계선거기관협의회(Association of World Election Bodies) 덕이다. 2013년 한국 주도로 창설된 A-WEB는 세계 109개국의 119개 선거관리 기관이 참여하는 명실상부한 ‘선거 분야 유엔’이다. 한국에 몇 안 되는 국제기구의 본부이자 선거 민주주의를 전파하는 K-외교의 소중한 자산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서로 A-WEB 사무처를 유치해 자기 나라의 취약한 민주주의 수준을 치장하고 외교적 위상도 높이려고 안달인데, 우리나라는 A-WEB를 찬밥 취급한다. 올해 A-WEB 예산은 6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스웨덴 예테보리대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V-Dem)가 지난해에 발표한 ‘2025 민주주의 보고서’는 전 세계가 ‘제3의 독재화 물결’에 휩쓸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20년 만에 독재국(91개)이 민주국가(88개) 수보다 많아졌다. 독재의 방식도 과거처럼 군부 쿠데타에 더해 선거 조작과 가짜뉴스를 통해 민주주의를 질식시키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25개 국가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가 위협받고, 표현의 자유가 후퇴하는 국가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A-WEB의 필요성이 더 강조되고 그 가치가 한껏 빛난다. A-WEB는 선거의 공정성을 지키는 최후의 방패이다. A-WEB는 세계 곳곳에 전문 참관단을 보내 공정(公正)선거의 가치를 수호한다. 우리나라 수준으로 선거관리를 상향 표준화하기 위해 각국의 선거관리 공무원을 송도로 불러들여 교육한다. 민주주의 위기 시대에 한국은 K-민주주의 전파의 전초기지이다. 정부의 방치와 국회의 무관심 속에서 소프트파워 K-외교를 묵묵히 펼쳐온 A-WEB 직원들에게는 훈장을 줘도 부족하다.
V-Dem이 지적한 가짜뉴스와의 전쟁에서도 A-WEB의 실적은 돋보인다. A-WEB의 미디어 연수 프로그램은 각국의 선거관리위원회가 가짜뉴스에 대응하고 효과적으로 위기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개설됐다. 지난해 첫 과정에 참석한 이들은 시의적절하게 한국의 선진적 경험을 공부하면서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국익 중심 실용외교와 주요 7개국(G7)+ 외교 강국을 국정 과제로 내세웠다. 전 세계 안보와 민주주의 증진에 기여하겠다고 천명했다. 한국은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소프트파워의 핵심 가치를 더 확산시킬 국가적 책무를 안고 있다. A-WEB는 아프리카·아시아·중남미 등 글로벌 사우스 109개국과 외교 네트워크를 강화할 수 있는 가성비 최고의 플랫폼이다.
애초 A-WEB 예산은 20억 원 규모였다. 그동안 정부가 냉대하고 국회가 외면하면서 제대로 된 운영이 어려울 정도로 최소 수준만 남아 6억 원으로 줄었다. A-WEB에 투자하는 1달러는 국제사회에 대한민국의 외교적 위상을 높여 수천만 배의 가치로 돌아온다. 전 세계 민주주의를 지키는 대한민국의 리더십 비용이다. 전 세계에 K-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므로 A-WEB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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