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매주 도심 마비시키는 마라톤, '시민 통행권' 침해 방치할 것인가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11-04 22:02


매주 도심 마비시키는 마라톤, '시민 통행권' 침해 방치할 것인가





지난 일요일(1일), 서울 도심은 또다시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했다. 3만여 명이 참가한 마라톤 대회로 인해 광화문에서 석촌호수, 상암에서 여의도에 이르는 주요 간선도로가 전면 통제되었기 때문이다. 시내버스 190개 노선이 우회하고 주변 도로가 극심한 정체를 빚으면서, 수백만 서울 시민과 생업에 종사하는 운전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주말 아침부터 극심한 불편을 겪어야 했다. 이제는 "언제까지 이 불편을 감내해야 하느냐"는 시민들의 분노 섞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달리기 열풍과 건강 증진이라는 명분 아래 마라톤 대회가 폭발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마라톤 전문 사이트 통계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개최된 대회만 610개에 달하며, 이 중 30%에 가까운 181개가 서울에서 열렸다. 특히 본격적인 마라톤 성수기인 11월 한 달 동안에만 무려 33개의 대회가 집중되어 있다. 연도별로 보더라도 2023년 100개, 2024년 120개, 2025년 154개로 매년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주말마다 서울 시내 곳곳의 대동맥을 끊어놓는 이 같은 행태는 '건강한 취미 생활'의 범주를 넘어 다수 시민의 자유로운 이동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정작 서울시가 이러한 혼란을 주도적으로 통제할 법적 권한이 없다는 점이다. 현행 국민체육진흥법상 마라톤 대회는 지방자치단체의 허가 대상이 아니며, 도로 통제 권한 역시 경찰에 속해 있다. 행정 권한과 치안 권한이 이원화되어 있다 보니, 도심 마비를 막기 위한 체계적인 규제나 조율이 불가능한 구조적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가 자체 후원 대회를 지난해 15개에서 올해 7개로 절반 이상 축소하며 자구책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 후원 대회가 같은 기간 1개에서 21개로 급증한 것은 행정의 엇박자를 여실히 보여준다. 정부가 뒤에서 대회를 양산하고 경찰이 기계적으로 도로를 막아주는 사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체육 행사라 할지라도 대다수 국민의 일상적인 생업과 통행 자유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특히 공공의 질서와 시민의 재산권을 중시하는 관점에서 볼 때, 특정 단체나 참가자들을 위해 공공재인 도로를 반복적으로 점거하는 행위는 엄격히 제한되어야 마땅하다. 정부와 관계 기관은 당장 무분별한 대회 후원과 선심성 도로 통제 허가를 지양해야 한다. 아울러 국회와 행정부는 지자체가 도심 내 대규모 행사를 자율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즉각적인 법령 개정에 나서야 할 것이다. 다수의 침묵하는 시민들이 누려야 할 평온한 주말과 통행의 권리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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