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시사칼럼》 '국민 아버지' 최불암이 남긴 유산: 시대의 등불이자 참된 예인의 길을 돌아보며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10-31 14:53


 '국민 아버지' 최불암이 남긴 유산: 시대의 등불이자 참된 예인의 길을 돌아보며





67년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대중과 호흡하고 '국민 아버지'라는 숭고한 칭호를 얻은 배우 최불암(본명 최영한)이 걸어온 길은 단순한 연기 인생을 넘어 대한민국 현대 대중문화사의 거대한 이정표다. 그가 대중에게 전달한 따뜻한 온기와 깊은 인간성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진정한 '어른'의 가치와 '예술가적 사명감'이 무엇인지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단 한 번도 허투루 카메라 앞에 서지 않았다는 그의 고백처럼, 최불암에게 연기는 단순한 생계 수단이나 인기를 얻기 위한 도구가 아니었다. 그것은 시대를 비추는 등불이었고, 굴곡진 현대사를 살아온 서민들의 상처를 보듬는 치유의 행위였다. 수십 년의 세월 동안 불화나 구설수 하나 없이 대중의 한결같은 존경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이러한 철저한 자기관리와 숭고한 소명의식에 기인한다.

특히 지난 2008년 기자회견에서 그가 밝혔던 소회는 오늘날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미디어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당시 그는 안방극장의 시청자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인간성의 회복', 그리고 나아가 '진정한 한국인상(像)의 구현'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고 전했다. 이는 그가 맡았던 배역들이 단순한 허구의 인물이 아니라, 우리 곁에 살아 숨 쉬는 아버지이자 이웃의 자화상이었음을 증명한다. 그는 연기를 통해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고, 무너져가는 공동체적 가치를 복원하고자 전념했던 것이다.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면 진정한 예술가로서의 면모가 더욱 극명히 드러난다. 1967년 TV 드라마에 진출한 이후 그는 주연만을 고집하지 않는 유연함과 작품에 대한 무한한 헌신을 보였다. 젊은 나이에도 오직 작품의 완성도와 예술적 가치만을 바라보며 조연과 노역을 마다하지 않았다. 서른이라는 젊은 나이에 MBC 개국 드라마 《역풍》(1969)에서 노인 역을 완벽히 소화해 낸 일화나, 40대 시절부터 대한민국 대표 아버지의 얼굴로 자리매김한 역사는 그가 배역의 크기보다 그 깊이를 얼마나 중요시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늘날 대중문화계는 자본의 논리와 즉각적인 조회수, 자극적인 서사에 매몰되어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예술이 지녀야 할 시대적 사명감이나 인간성 회복이라는 본질적 가치는 뒤로 밀려나기 일쑤다. 이러한 시점에서 평생을 '시대의 등불'로서 스크린 안팎을 밝혀온 그의 삶은 후배 예인들과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나침반이 되어준다.

그가 남긴 가치와 정신은 비단 연예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타인을 배려하고, 자신의 역할에 책임을 다하며, 공동체의 회복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참된 어른'의 자세야말로 지금 갈등과 분열로 점철된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국민 아버지' 최불암이 평생에 걸쳐 증명해 낸 예도(藝道)와 인간 존중의 철학은, 그가 우리 곁을 떠난 이후에도 영원히 꺼지지 않는 시대의 등불로 기억될 것이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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