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보 역량 강화가 우선되어야 할 전작권 전환, 70년 동맹 신뢰 허물어선 안 된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10-29 22:05


안보 역량 강화가 우선되어야 할 전작권 전환, 70년 동맹 신뢰 허물어선 안 된다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한미 양국의 불협화음이 마침내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대한민국 안보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현안을 두고, 양국 정부가 조율과 협력 대신 장외 신경전과 감정적 대립으로 일관하는 모습은 심히 우려스럽다. 현재 한국 정부는 전작권 회복의 '시기'를 못 박는 데 사활을 걸고 있으며, 미국 정부는 군사적 역량의 검증이라는 '조건'을 앞세워 팽팽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양국 간의 공식 협의는 사실상 지지부진한 상태로 표류하고 있으며, 정책적 이견은 통제되지 않는 정치적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본래 전작권 전환은 우리 군의 독자적인 안보 역량을 강화하여 자주국방의 주춧돌을 다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동시에 다변화되는 글로벌 안보 환경에 맞춰 한미동맹을 보다 수평적이고 현대적인 파트너십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중대한 기회다. 그러나 지금 전개되는 양상은 대북 억지력을 제고하고 연합 전쟁수행 능력을 강화하기는커녕, 지난 70여 년간 피로 맺어온 한미동맹의 핵심 자산인 '상호 신뢰'를 도리어 허무는 자해적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안보의 현실을 외면한 명분론과 감정적 대응이 결합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생명과 국가 안보의 공백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양국의 깊어지는 갈등과 시각차는 최근의 고위급 외교·안보 채널 전반에서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 최근 필리핀에서 개최된 한미 국방장관 회담은 이러한 교착 상태를 타개할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양국 장관은 전작권 관련 의제에 대해 기존의 원론적인 입장만을 되풀이했을 뿐, 실질적인 이견을 좁히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 더욱 심각한 징후는 매년 11월 초순 정례적으로 개최되던 최고위급 안보 협의체인 한미 안보협의회의(SCM)가 내년 초로 전격 미뤄진 점이다. SCM이 연내에 개최되지 못하고 해를 넘기게 된 것은 지난 28년 만에 처음 있는 초유의 사태다. 이는 단순한 일정 조정이 아니라, 양국 안보 당국 간의 정책적 조율 기능이 사실상 마비될 정도로 심각한 진통을 겪고 있음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한국 정부는 올해 SCM을 기필코 개최하여 전작권 전환의 구체적인 시점을 명문화하고, 이르면 내년을 목표로 전환 프로세스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을 고수해 왔다. 반면 미국은 한반도 전장 환경에서의 완벽한 임무 수행 능력을 담보할 수 있는 '조건에 기반한 전환'이라는 대원칙을 굳건히 유지하며 한국 정부의 속도전에 강한 제동을 걸고 있다. 이러한 안보 컨트롤타워의 파행은 한반도 유사시 연합 방위 체제의 안정성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위험 요인이다.

외교·안보 당국 간의 실무적 이견보다 더 큰 문제는 국내 정치권 주요 인사들이 던지는 정략적이고 자극적인 발언들이다. 이들은 군사적 전문성과 안보의 엄중함을 고려하기보다, 진영 논리에 갇힌 대중 포퓰리즘에 편승해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주장은 그 전형적인 사례다. 김 의원은 전작권 전환 시기 결정이 무산될 경우 "우리가 독자적인 전작권 행사를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국가 간의 조약과 오랜 연합 방위 시스템을 단칼에 부정하는 지극히 위험하고 감정적인 접근이다. 한반도 유사시 우리 군의 생존과 승리는 한미 연합 자산의 유기적인 결합과 고도의 상호 운용성에 기반한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한 채 일방적인 독자 행사 선언을 운운하는 것은 실질적인 자주국방 역량을 키우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수십 년간 다져온 우방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순식간에 깨뜨리고,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신뢰도를 실추시키는 무책임한 선동에 불과하다. 안보를 정쟁의 도구로 삼아 동맹국을 자극하는 행태는 국가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정치권이 절대 취해서는 안 될 태도다.

전작권 전환은 단순히 군사 주권의 회복이라는 민족주의적 명분이나, 특정 정권의 임기 내 치적을 위한 정치적 타임라인에 쫓겨 성급하게 밀어붙일 사안이 결코 아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엄중한 글로벌 공급망·안보 위기가 중첩된 현실에서, 전작권 전환의 유일무이한 기준은 오직 '확고하고 빈틈없는 안보 역량의 확보'여야 한다. 정부는 실현 불가능한 시점을 무리하게 대못 박으려 독단적으로 행동할 것이 아니라, 우리 군이 한미 연합작전을 주도하고 통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보 자산과 타격 능력을 갖추었는지 냉정하게 검증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미국 정부 역시 한국의 안보적 요구와 자주국방 의지를 존중하며, 지나치게 경직된 기준만을 강요하기보다 유연하고 호혜적인 태도로 협상 테이블에 임해야 할 것이다. 한미 양국은 소모적이고 감정적인 외교적 신경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피로 맺어진 70년 한미동맹의 가치를 되새기며, 공고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영구히 지켜낼 수 있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전작권 전환 로드맵을 도출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안보에는 결코 연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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