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 = 한국국제협력단(KOICA) 제공]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이 보유한 아르헨티나 '야따마우까 농장'과 칠레 '떼노 농장'은 1970년대 해외 식량기지 확보와 농업이민 지원이라는 거시적 국익을 위해 국민의 혈세로 매입한 소중한 영토적 자산이다. 그러나 지난 반세기 동안 정부와 관계 기관이 보여준 행태는 '총체적 직무유기'이자 무능 행정의 전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막대한 유지 비용 낭비가 심각한 수준이다. 아르헨티나 농장의 경우, 제대로 된 개발이나 활용 계획 없이 방치되면서 전산 조회가 가능한 기간(2001~2026년)에만 토지세와 관리비로 무려 49억 5천만 원의 혈세가 공중으로 분해됐다. 더욱 뼈아픈 대목은 규제 타이밍을 놓친 외교·행정적 실책이다. 외교적 역량을 발휘해 현지 정부와 조율할 기회가 수십 년간 있었음에도 미루다, 2015년 현지 주정부의 환경 규제 강화로 농지 상당 부분이 산림보호구역으로 묶이는 자산 가치 하락을 자초했다.
이처럼 장기간 자산 가치를 스스로 훼손해 온 정부가 이제 와서 "현지 규제 때문에 개발이 불가능하고 고정 비용만 축낸다"며 매각을 강행하는 것은 자산 관리 실패의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근시안적이고 무책임한 행정 편의주의다. 지금 세계는 기후변화와 공급망 위기 속에서 자원과 식량을 무기화하고 있다.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가장 확실한 생존 담보는 '식량안보'이며, 과거 선제적으로 확보해 둔 남미의 영토적 자산은 우리가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될 전략적 요충지다.
과거와 달리 지금의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력과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외교력, 그리고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스마트팜 및 인공지능(AI) 농업 기술력을 모두 갖추고 있다. 현지 규제 장벽 역시 우리의 향상된 외교적 위상을 바탕으로 현지 정부와 윈-윈(Win-Win)할 수 있는 친환경 개발 마스터플랜을 제시한다면 충분히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우리의 독보적인 농업 기술력을 현지 국유지에 이식한다면, 환경을 보존하면서도 미래 세대를 위한 거대한 식량 보급 기지를 구축하는 역발상의 기회가 열린다.
정부는 '헐값 처분'이라는 손쉬운 방법으로 과거의 과오를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 미래 세대의 생존이 걸린 식량 영토를 무책임하게 매각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지금이라도 대한민국의 경제적·외교적·기술적 자산을 총동원해 남미 국유지의 가치를 되살리고, 기후위기 시대의 전제 조건인 식량안보의 든든한 보루로 탈바꿈시켜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