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8조 원 탈취' 당한 미국, 가상자산 보안과 거래소 책임 원점서 재점검하라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11-03 22:50


 '8조 원 탈취' 당한 미국, 가상자산 보안과 거래소 책임 원점서 재점검하라





미국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63억 달러(약 8조 4,000억 원) 상당의 가상자산이 탈취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했다. 연방수사국(FBI)은 배후로 북한을 지목했다. 전 세계 공공기관과 민간 금융시스템을 무차별 공격하는 북한의 사이버 범죄가 날로 고도화되며 국제 금융 안보를 통째로 흔들고 있다.

이번 해킹의 타깃이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라는 점은 가히 충격적이다. 임직원 100여 명이 긴급 대응에 나섰음에도 불과 20분 만에 60억 달러가 넘는 거액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을 무력하게 지켜봐야 했다. 이번 피해는 지난해 바이비트 해킹(약 2조 원) 사건의 4배가 넘는다. 세계 최고 수준의 보안을 자랑한다는 대형 거래소들조차 북한의 정밀 타격 앞에서는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올해 가상자산 해킹 피해액의 89%가 북한과 연관된 것으로 추산된다. 2021년(15%) 대비 5년 사이 비중이 6배나 급증했다. 북한은 정찰총국 소속 해커 8,400여 명을 앞세워 외화벌이의 절반 이상을 해킹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렇게 탈취된 자금이 핵·미사일 개발과 군사력 확충에 전용되어 유엔 대북제재를 무력화하고 있다는 점은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내외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과연 '보안 투자'와 '이용자 보호'라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올리면서도 막상 해킹 사고가 터지면 시스템 한계나 불가항력을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기 급급했다. 이제 거래소들은 단순한 자율 규제에 숨지 말고, 해킹 발생 시 천문학적인 배상 책임을 지도록 보안 기준을 강제화해야 한다. 망 분리와 멀티시그(다중서명) 등 최고 수준의 기술적 방어벽을 의무적으로 구축하도록 책임을 지워야 한다.

정부의 대응 역시 안일한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정부는 가상자산 시장을 단순한 민간 영역으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고위험 지대로 재인식해야 한다. 국가정보원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융위원회 등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문 '민·관·군 통합 사이버 안보 컨트롤타워'를 즉각 가동해야 한다. 아울러 북한의 가상자산 세탁 경로를 원천 차단할 수 있도록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실시간 정보 공유 및 자산 동결 공조 체계를 한층 더 촘촘하게 구축해야 할 것이다.

미국마저 순식간에 8조 원을 털리는 마당에 우리 금융 시장이라고 안전지대일 리 없다. 금융 안보가 뚫리면 국가 안보와 국민의 재산은 한순간에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정부와 거래소는 이번 사태를 엄중한 경고로 받아들이고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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