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자체와 교육청까지 번진 ‘보은성 인사’, 공적 기구의 사유화 방치할 순 없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11-02 22:37


지자체와 교육청까지 번진 ‘보은성 인사’, 공적 기구의 사유화 방치할 순 없다





정치권의 가장 고질적인 병폐로 손꼽히는 진영 중심의 ‘보은성 인사’와 노골적인 ‘자기 사람 챙기기’가 이제는 중앙 정치를 넘어 지방자치단체와 시·도 교육청이라는 풀뿌리 공적 기구에까지 무분별하게 확산하고 있다. 공공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생명으로 삼아야 할 기관들이 특정 정치 성향을 가진 인물들의 사적 활동 무대나 선거 공신들을 위한 보상 창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는 행정의 투명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공적 자산을 사적으로 오용하는 ‘기구의 사유화’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이 유튜브 등을 통해 극단적이고 편향된 역사관을 지속적으로 노출해 온 강사 황현필 씨를 공식 강연회 강사로 섭외한 사건은 이러한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황 씨는 그간 이재명 전 대통령을 이순신 장군에, 윤석열 전 대통령을 원균에 빗대는 등 주요 정치적 국면마다 사실상 정파적 이해관계에 가담해 온 대표적인 정치 인플루언서다. 여당 정치인들이 선거에 출마할 때마다 주저 없이 지지 선언을 해왔던 인물이, 미래 세대의 교육을 책임지는 경기 교육의 중심인 교육청 연단에 서는 것이 과연 공익에 부합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번 섭외 배경을 두고 안민석 경기도교육감과의 특별한 사적·정치적 관계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은 합리적이다. 황 씨는 지난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찬조 연설자로 나서 안 교육감을 극찬했고, 안 교육감 당선 이후에는 교육청 예산을 지원받아 함께 중국과 러시아 출장을 다녀오기도 했다. 개인적인 친분이나 정치적 연대 자체를 법으로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교육청이 주관하고 세금이 투입되는 행사는 특정 진영의 사상을 전파하는 검증 무대가 아니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이 참여하는 공적 자리에 이처럼 편향성 논란이 뚜렷한 인물을 세운 것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전면으로 위배한 부적절한 처사다. 만약 보수 성향의 교육감이 반대 성향의 역사 강사를 초청했다면 진보 진영이 어떤 격렬한 반응을 보였을지 역지사지로 생각해보면, 이번 사태가 가진 불공정성의 무게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반쪽짜리 편향 행정’은 비단 교육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더하다. 최근 울산시 국정감사에서는 울산에 아무런 연고나 활동 기반이 없는 배우 이원종·이기영 씨, 가수 박혜경 씨 등이 울산시 홍보대사로 위청된 사실이 밝혀져 큰 논란이 됐다. 이들의 행적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과거 대선 국면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고, 민주당 선거운동 전면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인물들이라는 점이 드러난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산과 공적 직함이 지역 사회 발전이 아닌, 대선 공신들에 대한 보은용 잔치로 쓰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공공기관의 인사와 강사 섭외, 홍보대사 위촉 등은 철저히 전문성과 공익성, 그리고 대중적 공감대를 기준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단체장이나 교육감이 자신과 정치적 궤를 같이했다는 이유만으로 공적 자산과 기회를 독점적으로 나누어 주는 행태는 성실하게 살아가는 대다수 시민들에게 깊은 박탈감을 안겨줄 뿐이다. 나아가 이는 공공 행정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바닥으로 추락시키고, 우리 사회의 진영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촉매제가 된다.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은 특정 정당이나 정파의 전유물이 아니며, 지역 주민 전체와 모든 학생을 아울러야 하는 공적 공간이다. 자치단체장과 교육감들은 자신들이 시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사적으로 오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엄격히 되돌아보아야 한다. 국회와 감사원 등 감시 기구는 지자체와 교육청의 이러한 보은성 예산 집행과 인사 남용에 대해 철저한 감사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공적 기구의 사유화 행태를 과감히 멈추고, 인사와 섭외의 투명성 및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가이드라인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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