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

김영랑 시인의 ‘오매, 단풍들겄네’는 향토색 짙은 정감으로 다가온다. 시 속에 녹아든 전라도 말이 감칠맛을 자아낸다. ‘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뭐락카노, 바람에 불려서.’ 박목월의 ‘이별가’에서 반복되는 ‘뭐락카노’에는 이별의 안타까움이 담겨있다. 서정주 시인은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에서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라고 노래했다. ‘아조’는 장삼처럼 시적 정서를 한번 슬쩍 감아준다. 시뿐만이 아니다. 조정래의 ‘태백산맥’, 최명희의 ‘혼불’에 나오는 현장감있는 사투리들은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한때. 방송, 영화 등 대중문화에서 사투리 바람이 거세었다. 사투리가 ‘변방의 언어’에서 점차 중심부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친구’는 영화 속 사투리의 한 획을 그었다.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우리 친구 아이가”는 회자됐다. “마이 아파”는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성공과 함께 떠올랐다. 최근 한 TV 드라마에선 강원도 말이 한창 전파를 타고 있다.
이 좁은 땅에 지역별로 다양한 사투리들이 있다는 것은 어찌보면 놀랍기도 하다. 산맥과 높은 고개, 그리고 강 등으로 구분지어진 전통사회에서 오랜 세월 살다보니 그랬음직하다. 사투리는 각 지역의 삶과 정서, 역사와 관습이 녹아있는 우리의 언어적 유산이다. 육지에서 동떨어진 제주도 말은 특히 이해하기 힘들다. “혼자옵서예”(반갑습니다)는 그래도 알아듣기 쉬운 말에 속한다. 최근 제주도에서는 혈족이나 친족 등을 일컫는 ‘괸당’이란 말이 지방선거 속에 부각되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서 사투리는 점차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표준어정책에도 변화가 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역말연구모임인 ‘탯말두레’ 회원들이 표준어 일변도의 어문정책 폐지와 사투리 교육을 요구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고 한다. 사투리를 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도 전환기를 맞은 것 같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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