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능력

고구려 시대의 고분인 안악 3호분에는 당시의 생활상이 담긴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이들 벽화 중 우물물을 푸는 두레박도 보인다. 그런데 한쪽 끝에 추를 매달아 놓아 지레의 원리를 이용한 것을 알 수 있다. 고구려인들의 과학적 지혜의 일단을 보여주는 것 같아 흥미롭다.
우리 선조들의 인쇄문화는 가히 세계에 자랑할 만하다. 1377년(고려 우왕) 흥덕사에서 간행된 ‘직지심체요절’은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이다. 서양의 구텐베르크보다 이르다. 또한 세계에서 처음으로 측우기가 설치되는 등 세종의 치세는 과학문화의 르네상스라 할 만했다. 역사에는 우리민족의 과학적 역량과 잠재력이 숨쉬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의 과학기술은 15세기를 고비로 점차 활력을 상실한 것처럼 보인다. 과학혁명을 이룬 서양과 뚜렷이 대비되니 말이다. 코페르니쿠스는 1543년 지동설을 제창했고, 갈릴레이도 뒤를 이어 1632년 ‘지구는 돈다’고 주장했다. 종래의 우주관인 천동설이 뒤집힌 것이다. 혁명적 발상의 전환인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이루어졌다. 이 시기 조선은 사화(士禍)와 붕당정치,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혼란을 겪었다. 형이상학적 주자학은 과학과 거리가 있었다. 이후 실사구시의 실학이 등장했으나 자주적인 과학기술의 개화로 이어지지 못했으니 안타깝다. 근대 과학기술문명에 뒤진 우리는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유네스코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세계 43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 중학생들이 과학능력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정부는 이공계 기피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대책들을 내놓은 바 있지만 미흡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적 존중과 관심일 것이다. 과학기술은 21세기의 세계를 놀랍도록 바꾸어 놓을 것이다. 과학기술에 뒤지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없다. 우리 학생들의 과학적 능력이 활짝 꽃필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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