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정치》 ‘마지막 빙하’의 JSA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7-05 23:11


‘마지막 빙하’의 JSA






"백일몽과 같은 11분간의 휴전협정 조인식은 모든 것이 상징적이었다. 너무나 우리에게는 비극적이며 상징적이었다. 학교 강당보다도 넓은 조인식장에 할당된 한국인 기자석은 둘뿐이었다. …이리하여 한국의 운명은 또 한번 한국인의 참여없이 결정되는 것이다. 악수도 없고 목례도 없었다. 기이한 전쟁의 종막다운 기이한 장면이었다”. 1953년 7월27일 판문점에서 북한군과 유엔군 사이에 체결된 한국 휴전협정 조인식을 취재했던 최병우(崔秉宇) 기자가 쓴 기사의 한 대목이다.


이 취재기에 따르면 조인식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식장 근처에서 터지는 폭탄의 작렬음이 긴장된 식장의 공기를 흔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휴전협정의 조인으로 한국전쟁의 포성은 멈추었다. 싸늘한 분위기속에 진행된 조인식은 원수끼리의 증오에 찬 정략결혼식처럼 서로 동석하고 있는 것조차 불쾌하다는듯 매우 산문적으로 진행되었다고 최병우 기자는 쓰고 있다.



1953년 7월27일, 그로부터 일제 식민통치 기간보다도 긴 50년 세월이 흘렀다. 휴전이 곧 평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듯 지난 70 여년 동안 155마일 휴전선엔 단 한 순간의 방심도 허용되지 않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1989년 동·서독을 갈랐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에는 휴전선은 외국기자들이 표현했듯이 지구상의 ‘마지막 빙하’였다. 유엔군과 북한군이 마주 서있는 판문점의 JSA(공동경비구역) 풍경은 그동안 외국인들에게 관광자원이 되기도 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로 더욱 유명해진 그 JSA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강산이 일곱번이나 바뀌는 세월이 흘렀는데 언제까지 냉전시대의 체제를 고집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JSA의 변화가 ‘마지막 빙하’를 녹이는 조그만 불씨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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