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둥의 性전환

환경호르몬이라는 개념이 세계적 관심을 끈 것은 1996년 미국에서 발간된 ‘도둑맞은 미래(Our Stolen Future)’라는 책이 계기가 됐다. 이 책은 인간이나 야생동물 등이 겪고 있는 많은 질병들은 농약이나 플라스틱 같은 화학물질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 다음 해 일본 NHK TV에서 시청자들에게 이를 보다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만든 조어가 ‘환경호르몬’이다.
환경호르몬의 정확한 명칭은 ‘외인성 내분비계 교란화학물질’이다. 자연계에서 생성된 특정 화학물질이 몸속으로 들어와 기존의 호르몬 기능을 교란시킴으로써 생식기능 저하, 기형, 암 등을 유발한다. 환경호르몬이 무서운 것은 극소량으로도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뿐 아니라 체내에서 거의 분해가 되지 않아 먹이사슬을 통해 갈수록 축적량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환경호르몬 폐해가 본격적으로 보고된 것은 1980년 이후부터다. 미국에서는 화학공장의 유해물질이 흘러들어간 호수에서 수컷 악어 및 거북이가 암컷화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에서는 암수 구분이 없는 물고기가 발견되고, 일본에서는 수컷 잉어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전자공장의 유기용제 취급노동자들이 집단불임을 겪는가 하면 남성의 정자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보고도 나와있다.
이번에는 부산 부경대 연구팀이 전국 27개 해안에 사는 고둥을 조사해 보았더니 전 지역에서 암컷이 수컷으로 성전환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암컷 고둥에서 비정상적인 수컷 생식기가 발달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바닷물이 선박페인트 등 각종 화학물질로 오염된 탓이 주범이라지만 환경호르몬은 스티로폼이나 패스트푸드 용기 등 생활주변에도 얼마든지 널려 있다.
농약 같은 화학물질의 범람으로 새들의 노래가 멎고, 병아리가 부화되지 않으며, 나무에 열매가 열리지 않는 ‘침묵의 봄’이 오고야 말 것이라는 레이첼 카슨의 경고는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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