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도둑’

도척은 중국 춘추시대의 큰 도둑이었다. 부하가 ‘도둑도 도(道)가 있는가’라고 묻자 도척은 ‘물론 있다’고 말했다. 도둑질하러 들어간 집안의 물건을 훤히 아는 것이 성(聖)이요, 먼저 들어가는 것이 용(勇), 맨 뒤에 나오는 것이 의(義), 일이 제대로 될지 안될지 아는 것이 지(知)요, 골고루 나누는 것이 인(仁)이라고 했다. 이 다섯가지를 갖춰야 큰 도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자에 나오는 이야기로 일말 웃음을 자아낸다.
인간사회와 도둑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제우스를 속이고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준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가 첫 도둑일까. 모세가 시내산에서 받았다는 십계명에도 물론 도둑질하지 말라는 계명이 있다. 고조선의 팔조법금에도 남의 물건을 훔친 자는 노비로 삼는다고 했다. 그런데도 사람이 사는 곳에는 항상 도둑이 있었으니, 이는 결국 인간성의 어둡고 약한 면의 반영일 것이다.
도둑에 대해서는 좀도둑이니, 큰 도둑이니, ‘양상군자’니, ‘밤손님’이니 하면서 말도 많다. 작은 도둑은 금품을 훔치고 큰 도둑은 나라를 훔친다는 말도 있다. 금품을 훔치는 도둑은 어떤 면에서는 작은 도둑이다. 국민의 혈세나 공적자금 같은 나랏돈에 손을 대거나, 부정과 부패를 통해 냄새나는 재물을 쌓은 우리사회의 높으신 분들도 ‘양상군자’일 것이다. 김지하 시인은 서울을 ‘오적(五賊)의 소굴’이라고 신랄히 비판했는데 지금의 상황은 그때보다 나아진 것일까.
새벽시간 골프용품점에 도둑이 들어 1분 만에 3천여만원어치의 고급 골프채를 털어간 사건에 대해 법원이 경비회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도둑의 신출귀몰에 불가항력이었다는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의 한 장면쯤 되는 것 같다.
바이러스들이 항생제에 내성이 생기듯 도둑들도 첨단경비시스템에 대처하기 위한 내성이 생기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사회 상층부의 ‘양상군자’들도 국민들의 강렬한 반부정·반부패 의지를 교묘히 피하면서 강한 내성을 키워가는 것이나 아닌지 또한 우려된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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