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 "'호프'는 세상의 불길함에서 출발…칸 초청 기뻐"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여름 국내 개봉 전까지 계속 손볼 것"
외계인 캐릭터에 7년 공들여…고대 언어 기반 외계 언어 만들기도
"뒷이야기 써놓아…기회 된다면 후속편 만들 계획"
영화 '호프' 나홍진 감독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영화제가 선정하는 경쟁작 리스트에 올랐다는 것 자체가 기분이 너무 좋고 기쁩니다. 이렇게 기분이 좋고 영광스럽고, 큰 기쁨을 얻게 될 줄은 몰랐어요."
지난 17일(현지시간) 제79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신작 '호프'를 월드 프리미어로 전 세계 관객들에게 소개한 나홍진 감독은 경쟁부문에 초청된 기쁨을 여과 없이 표현했다.
나 감독은 18일 프랑스 칸 마제스틱 바리에르 호텔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국내 개봉은) 두 달 정도 남았는데, 마지막까지 손을 더 볼 것"이라고 말했다.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항구마을 '호포항'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명체가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나 감독이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사고를 보며 느낀 '불길함'이 '호프' 이야기의 출발이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인간이 사는 이 행성에 불길한 게 많이 느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전쟁이 벌어질 것 같기도 하고, 엄청난 폭력이 무자비하게 온 세상을 뒤덮을 것 같은 불길함이 있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엄청난 폭력의 기운은 '호프' 속에서 외계인에 의해 참혹하게 초토화되는 호포항의 모습으로 강렬하게 전달된다. 크고 힘세고, 빠른 외계인이 인간을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장면이 쉬지 않고 이어진다.
나 감독은 "이 영화는 세상의 문제와 폭력 등 아주 좋지 않은 일들이 어떻게 해서 일어나고 어떻게 커지는가를 이야기하는 영화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영화 '호프' 속 한 장면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배우 황정민과 조인성, 정호연이 출연했고, 할리우드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은 외계인 캐릭터를 연기했다. 국내에서는 여름 개봉이 예고돼 있다.
영화 초반엔 '정체불명의 생명체' 정도로만 언급되는 외계인은 약 50분간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희생자의 모습이나 소리 등으로만 공포를 선사한다.
나 감독은 "시작부터 끝까지 마치 양파 껍질을 하나씩 벗겨가는 듯한 구조"라고 소개했다.
외계인의 외형이나 특징, 이들이 호포항을 헤집어놓은 이유 등은 영화가 전개되면서 하나하나 베일이 벗겨진다. 하지만 실체가 밝혀지는 과정에서 각종 코믹한 상황이 벌어지며 장르를 넘나들고, 관객들은 혼란에 빠지기도 한다.
나 감독은 "관객들이 이 미스터리에만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고 싶어서 (인물들이)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하고, 이상한 행동을 하게 했다"고 말했다.
영화 '호프' 칸영화제 포토콜 [UPI=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충격적인 외형의 외계인 캐릭터들은 전 세계 디자이너 수십 명이 개발에 참여하는 등 7년간의 작업 끝에 완성됐다.
외계인들이 짧게 주고받는 외계 언어도 언어학 교수와 협업해 고대 언어를 기반으로 새로 만들었다.
외계인의 세계관에 이토록 공을 들인 건 아무래도 후속편을 염두에 둔 선택으로 보인다.
나 감독은 "이 영화 이후의 이야기를 써놓기도 했다"며 "기회가 된다면 당연히 (후속편을) 만들 것"이라고 귀띔했다.
영화 음악은 조던 필 감독의 '겟 아웃'(2017), '어스'(2019), '놉'(2022) 등에 참여한 음악감독 마이클 에이블스가 맡았다.
나 감독은 마이클 에이블스 음악감독에 대해 "진심으로 존경스럽고 저에겐 선생님 같은 분이셨다"며 "영화에 엄청난 부분을 선물해주셨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나 감독은 '추격자'(2008)와 '황해'(2011), '곡성'(2016) 등 '호프' 이전의 작품까지 모두 칸영화제에 초청되는 영예를 안았지만,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또 전작의 경우 이미 국내에서 개봉한 뒤 칸에서 전 세계 관객들을 만났던 터라, 영화제를 통해 월드 프리미어 상영을 한 것도 '호프'가 처음이었다.
영화 '호프' 포스터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o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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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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