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의 순간

나는 전쟁사를 좋아한다. 인류가 시작된 이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삶과 죽음, 그리고 전쟁일 것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분투한다. 내면에서는 여러 가치가 충돌하고, 개인과 개인이 부딪히며, 공동체가 형성되는 순간 '우리'와 '그들'로 나뉘게 된다. 갈등의 외연이 확장되고, 갈등이 정점에 이르는 순간 전쟁이 발생한다.
우리가 가장 많이,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전쟁은 2차 세계대전이라고 생각한다. 2차 세계대전은 어떤 면에서는 영웅 서사를 보듯 드라마틱한 면이 있다. 하지만 드라마틱함에도 불구하고, 전쟁의 승패는 한순간에 결정되지 않았다. 승패의 기류를 바꿔놓은 몇 개의 분기점이 있었다. 1940년 독일 공군은 영국 본토 항공전에서 제공권을 장악하는 데 실패했고, 이로써 영국 침공은 좌절된다. 이후 대서양에서 독일의 U보트는 한때 위협적인 성과를 거뒀지만, 미국의 참전과 연합군의 호송 체계 발전, 잠수함에 대한 대응 능력이 강화되면서 점차 힘을 잃어갔다. 하지만 독일은 여전히 내륙전에서 승리를 이어가고 있었다. 프랑스를 단기간에 무너뜨리며 유럽 대륙을 장악했고, 그 기세 속에서 1941년 소련 침공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소련 침공 초기에는 빠르게 진격했지만, 전선이 과도하게 확장되면서 보급이 한계에 이르게 됐다. 그리고 혹독한 겨울은 독일군이 상상하지 못한 가장 큰 적이었다. 결국 소련 침공은 단순한 전술적 실패가 아니라 전쟁 방향 자체를 바꾼 결정적 사건이 됐다. 이것을 보면서 생각하게 된다. 지금 우리는 어떤 순간을 지나고 있는가.
국가의 경제와 발전 역시 전쟁의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가 발전에는 중요한 분기점들이 존재한다. 만약 지금 우리가 그 중요한 분기점을 지나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날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축으로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금융이 자주 언급된다. 이것은 단순한 산업의 문제가 아니다. 미래 질서를 좌우하는 인프라스트럭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데이터가 있다.
AI는 데이터 위에서 학습하고, 디지털 금융 역시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전한다. 데이터는 더 이상 보조적 자원이 아니라 경쟁력 그 자체다. 확보하지 못하고 활용하지 못하면 결국 뒤처지고 기술이 종속된다. 오늘날의 경쟁은 기술 경쟁이면서 동시에 데이터에 대한 접근과 활용을 둘러싼 경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데이터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가. 혹시 데이터의 보호와 활용 사이의 균형을 찾지 못한 채 스스로 발전 기회를 제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전쟁에서 패배는 한두 번의 결정적 전투가 아니라 수많은 작은 선택의 누적에서 비롯된다. 결정하는 바로 그 순간에는 사소해 보였던 우리의 의사결정들이 쌓이고 쌓인 뒤에는 되돌릴 수 없는 격차로 나타나 그 중요성을 스스로 입증할지 모를 일이다. 시대의 거대한 흐름 앞에서 지금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은 무엇일지 한 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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