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 호르무즈 문제 해결에 필요한 지혜?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5-11 22:21


호르무즈 문제 해결에 필요한 지혜? 





우리는 완벽(完璧)이라는 단어와 어떤 문제나 흠이 있다는 뜻의 하자(瑕疵)라는 단어를 알고 있다.


그런데 이 두 단어가 시작된 것은 2300년 전 중국 조(趙)나라 명재상이었던 인상여(藺相如)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당시 중국은 전국시대(戰國時代) 말기로 7개 나라가 서로 경쟁하고 있었다. 인상여가 태어난 조나라 바로 이웃에는 당시 최강국이었던 진(秦)나라를 통치하는 소양왕(昭襄王)이 있어 막강한 힘으로 이웃 국가를 억압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소양왕이 관심을 가진 게 조나라 보물인 화씨벽(和氏璧)이었다.


이 보물은 중국 초나라 사람인 변화(卞和)가 강가에서 우연히 발견해 이름이 화씨벽이 됐다고 한다. 즉, 화(和)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발견한 옥(璧)이라는 의미의 화씨벽은 아주 크고 아름다운 옥이었는데 당시 중국 최고의 보석이었다.


나중에 중국을 통일하고 황제가 된 진시황이 이 천하의 보석인 화씨벽으로 도장을 만들어 중국 황제의 옥새(玉璽)로 사용했다고 한다. 한자로 옥새의 뜻은 “옥으로 만든 황제의 도장”인데 이때 사용된 옥이 바로 화씨벽이다. 옥새는 진나라가 멸망한 후 유방이 건국한 한나라에서도 황제의 도장으로 사용됐다. 우리가 잘 아는 삼국지연의에서도 여러 번 등장하는 황제의 상징이다. 그 후 수나라와 당나라 시절까지 모든 황제가 화씨벽으로 만든 옥새를 사용했다고 하니 대단한 보물이었던 것이다.


이런 천하의 보물인 화씨벽은 조나라의 큰 자랑이었지만 오히려 이 화씨벽 때문에 조나라는 곤란을 겪게 된다. 이웃 진나라 소양왕이 조나라에 화씨벽을 내놓으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냥 달라고 하면 단호히 거절이라도 하겠지만, 진나라 15개 성을 조나라에 줄 테니 그 대신 화씨벽을 달라는 것이었다. 15개 성이면 워낙 넓은 영토인지라 조나라가 거절하기도 어려웠다. 그렇지 않더라도 호시탐탐 조나라를 침공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진나라 소양왕이 화씨벽을 핑계로 조나라를 공격할 수도 있기에 답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진나라 소양왕이 화씨벽만을 받고 막상 15개 성을 내주지 않는 것인데, 조나라로서는 실리와 체면을 모두 잃게 되기 때문이다.


조나라 왕이 인상여에게 대책을 묻자 인상여는 조나라가 진나라에 화씨벽을 줬는데 진나라가 약속한 15개 성을 내주지 않으면 세상은 진나라를 욕할 것이다. 하지만, 만일 진나라가 15개 성을 주겠다고 했는데 조나라가 응하지 않으면 세상은 조나라를 책망할 것이므로 일단 화씨벽을 진나라에 보내 성의를 보이는 게 도리라고 답했다. 그리고 진나라가 화씨벽만 챙기고 15개 성을 내주지 않을 것에 대비해 자신을 진나라에 사자로 보내달라고 자원해 허락받았다.


인상여는 화씨벽을 가지고 진나라로 가 소양왕을 만났다. 화씨벽을 본 소양왕은 아름다운 보석을 보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지만, 약속한 15개 성에 대해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 모습을 본 인상여는 진나라 왕에게 화씨벽에 사실 작은 흠집, 즉 하자가 있는데 보여주겠다고 하면서 다시 화씨벽을 돌려받는다.


그런데 돌려받자마자 인상여는 큰 기둥에 화씨벽을 가까이 대고 “지금 진나라 왕의 모습을 보니 화씨벽을 받기만 하고 약속한 15개 성은 주지 않으려는 듯합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 화씨벽을 기둥에 쳐서 부서뜨리고 여기서 죽고자 합니다. 만일 정말로 15개 성을 주고 화씨벽을 받고자 하면 진나라 소양왕 자신이 5일 동안 목욕재계를 하여 정성을 보인 후 약속한 15개 성을 주면 그때 화씨벽을 줄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정말로 목숨을 건 외교를 한 셈이다. 진나라 소양왕은 화씨벽이 깨질까 두려워 인상여의 말을 따르겠다고 하고는 5일간 목욕재계를 하고 정성을 들였다. 그 뒤 다시 인상여를 찾았는데 인상여가 사과할 일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5일 전 이미 화씨벽을 온전히 조나라로 몰래 돌려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상여는 이렇게 말했다. “진나라 소양왕은 이제 조나라가 정말로 화씨벽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십니다. 그리고 조나라는 진나라에 비해 약소국이니 진나라가 15개 성을 내주면 조나라는 반드시 화씨벽을 다시 가져다 드릴 것입니다. 그러니 화씨벽을 먼저 달라고 하지 마시고 먼저 15개 성을 내주십시오.”


이 말을 들은 진나라 소양왕은 오히려 웃으며 인상여에게 조나라로 그냥 돌아가라고 했다. 분명 소양왕은 화씨벽만 먼저 받고 15개 성을 내줄 생각이 없었는데, 이 사실을 간파한 인상여가 먼저 15개 성을 내주면 화씨벽을 주겠다고 역제안을 한 것이다. 결국 자신의 속셈이 들켰다는 것을 알고 없던 이야기로 하자고 한 셈이다.


이솝우화에 “사자와 농부의 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어떤 숫사자가 인간인 농부의 딸을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진 이야기다. 사자는 그 농부에게 가 당신의 딸과 내가 결혼하고자 하니 허락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연히 자신의 귀한 딸을 사자에게 시집을 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사자의 청혼을 거절하면 사자가 난동을 부려 농부 가족들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농부는 꾀를 내 사자에게 먼저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뽑으면 딸과의 결혼을 허락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순진한 사자는 이 말을 듣고 당장 자신의 이빨과 발톱을 모두 제거했다. 그러자 농부는 약속을 어기고 더 이상 인간을 공격할 능력이 없어진 사자를 두들겨 패 죽였다.


게임이론에는 백워드 인덕션(backward induction)이라는 기법이 있다. 상대방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지 말고, 막상 미래의 시점에서 상대방에게 가장 유리한 행동이 무엇인지 생각해 행동하라는 말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한자성어와 연관이 있으며 바둑이나 장기에서 상대방의 몇 수 앞을 내다보는 고수들의 전략과도 같은 뜻이다.


특히, 이 사자와 농부의 전략 대결에서 중요한 것은 먼저 행동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와 나중에 행동하는 세컨드 무버(second mover)의 차이점을 이해하는 것이다. 농부는 사자에게 먼저 이빨과 발톱을 빼라고 했는데 이는 사자가 퍼스트 무버가 돼라는 의미다. 그리고 사자의 행동을 보고 나서 농부 자신이 딸의 결혼을 허락하겠다고 했으니 농부는 세컨드 무버가 되겠다고 말한 것이다. 문제는 이 게임의 상황에서는 퍼스트 무버가 되면 불리하고 약속을 깰 수 있는 세컨드 무버가 되면 유리하다는 사실이다.


사자가 백워드 인덕션을 배웠다면 먼저 이빨과 발톱을 빼 퍼스트 무버가 되면 더 이상 무섭지 않은 사자 자신에게 농부가 딸을 주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사자를 죽일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때 사자가 취해야 했던 행동은 농부에게 먼저 자신을 딸과 결혼시켜주면 결혼식이 모두 끝난 뒤 이빨과 발톱을 빼겠다고 역제안을 하는 것이다. 사자를 퍼스트 무버로 만들어 속이려는 농부에게 그러지 말고 농부가 퍼스트 무버가 돼라고 역제안을 하는 것이다.


진나라 소양왕이 화씨벽을 내놓으면 조나라에게 15개 성을 주겠다는 말은 농부가 이빨과 발톱을 빼면 사자에게 자신의 딸을 주겠다는 제안을 한 것과 같다. 다행히 조나라 인상여는 조나라가 퍼스트 무버가 돼라고 강요하는 진나라의 속셈을 백워드 인덕션으로 깨닫고 있었다. 그래서 화씨벽을 일단 보여준 뒤 진나라의 제안을 바꿔 진나라가 퍼스트 무버가 돼 15개 성을 먼저 내놓으면 조나라는 세컨드 무버가 돼 화씨벽을 주겠다고 한 것이다. 미국과 이란의 현 상황에서도 호르무즈(Hormuz) 해협이 화씨벽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인상여의 지혜가 지금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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