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없는 길] 노 신부님, 붓끝에서 피어나는 수행…

권오정 문화부장/ 기자

등록 2026-04-24 06:19

노 신부님, 붓끝에서 피어나는 수행…

가톨릭 안동교구 전장호 신부(73세)



한 노 신부의 끝없는 배움, 인생의 황혼은 흔히 ‘쉼’의 시간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신부로 교회법학자 박사로 살아 온 한 생애 쉽지 않은 삶인데 은퇴 후 새로운 길 논어 공부를 시작한지 4년. 또 다른 수행의 길 개척하는 모습이 필부들에게 묵직한 메세지를 던지고 있다.


한 손에는 성경을 다른 한 손에는 논어를 놓지 않는 신부님의 일상을 따라 가 본다. 그러나 어떤 이에게 그것은 오히려 더 깊은 ‘시작’이 된다. 은퇴한 한 노 신부의 삶이 그렇다. 


그는 지금도 매일,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미사를  올린 뒤 책상 앞에 앉아 붓펜을 든다. 그리고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자신의 길을 써 내려간다.


그의 앞에 놓인 것은 다름 아닌 논어. 이미 31차례나 필사를 마쳤지만, 그에게 반복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한 글자, 한 문장을 옮겨 적는 일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스스로를 다듬는 수행에 가깝다. 그렇게 쌓인 시간은 그의 삶을 다시 빚어내고 있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주 2회 강의를 들으며 맹자까지 공부의 폭을 넓혔고, 결국 논어 지도자 자격까지 취득했다. 평생 서학의 길을 걸어온 그가 동양 고전 속으로 걸음을 옮긴 것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닌, 인간과 삶의 본질을 향한 더 깊은 탐구였다.




그의 집에는 수없이 많은 족자가 걸려 있다. 붓펜으로 정성껏 써 내려간 글귀들이다. 힘 있게 이어진 획, 때로는 흔들린 듯한 선들까지도 모두 시간의 흔적이다. 


다 닳아버린 붓펜들은 큰 상자를 가득 채우고, 넘쳐난 것들은 다시 다른 상자에 옮겨 담겨 있다. 그 풍경은 말없이 묻는다. ‘이토록 한 길에 몰두해 본 적이 있는가’라고.


그는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마음을 닦는 일입니다.” 라는 짧은 한 문장이지만, 그 안에는 그의 삶이 오롯이 담겨 있다. 종교와 학문, 동양과 서양이라는 경계를 넘어 그는 이제 ‘사람’을 넘어 '어질 인仁'을  아니 사랑 공부를 하고 있다.


속도와 효율을 좇는 시대다. 그러나 그의 삶은 정반대의 방향을 가리킨다. 느리지만 깊고, 반복되지만 결코 헛되지 않은 길. 그 길 위에서 그는 오늘도 붓을 들고 자신을 담담하고 새롭게 써 내려간다.


어쩌면 진정한 배움이란 더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살아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한 노 신부의 고요한 정진은 우리에게 그 사실을 조용히, 그러나 또렷하게 일깨워주고 있다.

황혼 길에서 해지는 날 까지 부름에 걸맞는 소명을 다 하고 있는 전장호 신부님 앞길에 축복이 있기를 기도한다.




권오정 문화부장/

권오정 문화부장/

기자

헤드라인 뉴스

한국매일뉴스
등록번호인천 아 01909
발행인최용대
편집인이원희
연락처010)8834-9811
FAX031)781-4315
이메일hangukmaeilnews@naver.com
사무실031-781-9811
사업자 번호583-06-03523
주소 인천 서구 원당대로 628 714호 보미 골드 리즌빌
한국매일뉴스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