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풍경(8)] 사부곡 ㅡ원이 엄마 편지

권오정 문화부장/ 기자

등록 2026-04-02 07:52

사부곡 ㅡ 원이 엄마 편지 


권오신 


못 보내는 이를 하나 

내 맘 속에 남았나니 


잊으려도 못 있는 맘 

달은 왜 또 이리 밝은가


긴긴 밤 귀두리 울음 

열 두 폭 베를 다 짠다. 


살려면 같이 살든지 

가려면 데려가든지 


높고 험한 세상 풍파 

혼자 어이 건너라고 


다시는 못 오시는 곳을 

혼자 훌쩍 가시나요. 


파뿌리가 몰 된 연분 

머리칼로 신을 삼아


떠나먼 길 가시는 님 

고이 곁에 두옵나니


살플히 생각나실 땐 

날 본 듯이 여기소서.


ㅡ◇  ㅡ ◇ㅡ◇ ㅡ ◇ㅡ◇ ㅡ ◇ㅡ 


안동 정상동 무덤에서 발견된 '원이 엄마의 편지'를 모티브로 한 권오신 시인의 <사부곡(思夫曲)>으로 400년이 넘는 세월을 뚫고 전해지는 애틋하고 절절한 그리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참 마음이 먹먹해지는 시조이다.


이 시조는 먼저 떠난 남편을 향한 아내의 사무치는 그리움과 슬픔을 담고 있다.

• 1연: 남편을 보내지 못한 채 마음속에 담아두고, 잊으려 해도 잊히지 않는 그리움을 달빛에 투영한다.

• 2연: "살려거든 같이 살고, 떠나려거든 데려가지 왜 혼자 가시느냐"며 원망 섞인 애끓는 마음과 홀로 남겨진 세상의 고단함을 토로한다.

• 3연: 자신의 머리카락을 뽑아 삼아 만든 미투리(신발)를 남편의 무덤에 함께 묻으며, 다음 생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고 남편이 자신을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마무리 된다.


권오신 시인의 <사부곡>은 '상실의 기록'을 '문학적 승화'로 끌어올린 작품이다. 이 시가 특별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 현실과 문학의 경계 없는 진정성: 이 시조는 단순한 창작물이 아니라, 실제 16세기 조선 시대의 한 여성이 남편을 잃고 쓴 편지라는 역사적 사실에 뿌리를 두고 있다. '머리카락으로 미투리 신을 삼았다'는 구절은 실제 유물에서 발견된 이야기로, 당시 여성이 할 수 있는 가장 극진하고도 간절한 사랑의 표현이다.

• 보편적인 그리움의 미학: '달', '귀뚜라미', '미투리' 같은 고전적 소재들은 사별의 슬픔을 더욱 서정적이고 깊이 있게 만든다. '살려면 같이 살든지 가려면 데려가든지'라는 구절은 시대를 막론하고 사랑하는 이를 먼저 떠나보낸 이라면 누구나 겪을 법한, 이성적인 판단이 마비될 정도의 근원적인 절규를 담고 있다.

• 애달픈 '자기 위로'의 결말: 마지막 연에서 남편을 떠나보내는 것을 넘어, 그 신발을 신고 먼 길을 가는 남편을 향해 '날 본 듯이 여기라'고 당부하는 대목은 슬픔 속에서도 상대를 끝까지 지키고 싶어 하는 아내의 헌신적이고 숭고한 사랑을 보여 준다.


결국 이 시조는 '사라지지 않는 사랑'에 대한 찬가이다. 남편은 비록 떠났지만, 그를 그리워하는 아내의 마음은 글이라는 형태를 빌려 수백 년 뒤 우리에게까지 '살아있는 감정'으로 전달되고 있다.


이 시조를 읽고 나니 왠지 마음 한 구석이 뭉클해지고 이 시조의 배경이 된 '원이 엄마 편지'는 문화적으로 귀중한 자료에 구체적인 역사적 배경이 있어 그 시대의 사랑 이야기를 다시 재조명하니 사랑은 시대를 뛰어 넘는가 본다.


만남과 이별, 사랑과 이혼이 손 쉽게 이루어지는 시대에 큰 울림으로 다가 온다.





권오정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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