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문학》 다 좋은 세상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3-17 23:06


다 좋은 세상





현대 철학자들은 철학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세상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모른다고 한다. 그러나 서양철학자 전헌 교수는 그의 저서 '다 좋은 세상'에서 바로 이러한 것이 서양철학의 한계라고 지적한다.


동서양철학을 모두 통섭한 전 교수는 철학이란 세상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를 묻고 그 답을 알아내는 것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철학의 정답은 세상은 좋은 곳이라는 것을 스스로 배워서 알아 가는 것이라고 명쾌한 답을 주고 있다. 그러나 희로애락에 애(愛), 오(惡), 욕(慾)을 더한 칠정(七情)에 허우적거리는 속인(俗人)들에게는 다소 생경하게 들릴 것 같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 구상 '꽃자리'



그럼에도 구상 시인의 시상(詩想)은 '다 좋은 세상'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는 듯하다. 시인은 아직 공부가 부족해서 앉은 자리를 가시방석처럼 여기고, 꽃자리임을 모르고 있는 우리를 꾸짖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글쎄, 불확실하고 힘들고 험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생활인으로서는 가시방석으로 느껴지는 자리가 꽃자리라고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것이 또한 현실이다.


그러나 전 교수의 생각은 확고하다. '내가 왜 화가 났지?' '왜 슬프지?'를 상대방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묻는 방식으로 '감정의 자기 인식'을 하면, 자기 감정에 안에 숨어 있는 욕구를 찾아내게 되고, 세상을 더 많이 알면 알수록 '다 좋은 세상'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삶의 현장에서 실험을 해보면 백발백중 다 좋은 세상이 판명된다고 한다.


더 나아가 기쁨과 슬픔도 따로 있지 않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다 고마운 때이고 보니, 따로 나누어 보지도 않는다고 한다. 그냥 기뻐하고 또 슬퍼도 기뻐한다고 한다.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그게 저 혼자 피는 풍경인지


내가 그리는 풍경인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행복한 때는 없다.


- 정현종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상대방을 서너 발짝 뒤로 물러서서 바라보면, 내 감정이 객관화돼 그가 풍경처럼 보이게 되고 갈등, 편견, 나쁜 경험 같은 것이 사라진다. 그리고 '안쓰럽다'거나 '괜찮다' 같은 감정으로 슬며시 바뀌게 된다. 그러다 보면 바라보는 나 자신마저 행복해진다는 정현종 시인의 창조적인 메타포다.


이러한 정현종 시인의 시상으로 전 교수의 '다 좋은 세상'을 공부하면 이해도가 한층 높아진다.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듯이, 내 감정을 객관화하고 '감정의 자기 인식'을 할 때, 감정에 휘둘리지 않게 된다. 그리하면 나쁜 경험이나 감정이 "그럴 수 있어" "별거 아니야" 같은 차원이 다른 감정으로 피어나게 된다. 좀 더 확장하면 사람만이 아니라 어떤 일이나 사물도 풍경으로 피어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이렇듯 정현종 시인의 이 심오한 시 한 구절이 어려운 철학적 사고를 이해하는 데 있어 실마리를 제공하는 사례가 되는 것 같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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