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좋은 세상

현대 철학자들은 철학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세상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모른다고 한다. 그러나 서양철학자 전헌 교수는 그의 저서 '다 좋은 세상'에서 바로 이러한 것이 서양철학의 한계라고 지적한다.
동서양철학을 모두 통섭한 전 교수는 철학이란 세상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를 묻고 그 답을 알아내는 것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철학의 정답은 세상은 좋은 곳이라는 것을 스스로 배워서 알아 가는 것이라고 명쾌한 답을 주고 있다. 그러나 희로애락에 애(愛), 오(惡), 욕(慾)을 더한 칠정(七情)에 허우적거리는 속인(俗人)들에게는 다소 생경하게 들릴 것 같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 구상 '꽃자리'
그럼에도 구상 시인의 시상(詩想)은 '다 좋은 세상'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는 듯하다. 시인은 아직 공부가 부족해서 앉은 자리를 가시방석처럼 여기고, 꽃자리임을 모르고 있는 우리를 꾸짖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글쎄, 불확실하고 힘들고 험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생활인으로서는 가시방석으로 느껴지는 자리가 꽃자리라고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것이 또한 현실이다.
그러나 전 교수의 생각은 확고하다. '내가 왜 화가 났지?' '왜 슬프지?'를 상대방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묻는 방식으로 '감정의 자기 인식'을 하면, 자기 감정에 안에 숨어 있는 욕구를 찾아내게 되고, 세상을 더 많이 알면 알수록 '다 좋은 세상'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삶의 현장에서 실험을 해보면 백발백중 다 좋은 세상이 판명된다고 한다.
더 나아가 기쁨과 슬픔도 따로 있지 않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다 고마운 때이고 보니, 따로 나누어 보지도 않는다고 한다. 그냥 기뻐하고 또 슬퍼도 기뻐한다고 한다.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그게 저 혼자 피는 풍경인지
내가 그리는 풍경인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행복한 때는 없다.
- 정현종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상대방을 서너 발짝 뒤로 물러서서 바라보면, 내 감정이 객관화돼 그가 풍경처럼 보이게 되고 갈등, 편견, 나쁜 경험 같은 것이 사라진다. 그리고 '안쓰럽다'거나 '괜찮다' 같은 감정으로 슬며시 바뀌게 된다. 그러다 보면 바라보는 나 자신마저 행복해진다는 정현종 시인의 창조적인 메타포다.
이러한 정현종 시인의 시상으로 전 교수의 '다 좋은 세상'을 공부하면 이해도가 한층 높아진다.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듯이, 내 감정을 객관화하고 '감정의 자기 인식'을 할 때, 감정에 휘둘리지 않게 된다. 그리하면 나쁜 경험이나 감정이 "그럴 수 있어" "별거 아니야" 같은 차원이 다른 감정으로 피어나게 된다. 좀 더 확장하면 사람만이 아니라 어떤 일이나 사물도 풍경으로 피어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이렇듯 정현종 시인의 이 심오한 시 한 구절이 어려운 철학적 사고를 이해하는 데 있어 실마리를 제공하는 사례가 되는 것 같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헤드라인 뉴스
-
《인문사회》 신뢰를 유지하는 법
신뢰를 유지하는 법 요즘 세대가 자주 쓰는 단어 중 하나가 '꼰대'다. 젊은이도 피해갈 수 없다. 세대 간 가치관의 차이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면 꼰대다. 여러 세대와 어울리다 보니 간혹 경험과 생각을 전하려다가 '혹시 꼰대처럼 들리지 않을까' 망설이기도 한다. 한때는 그저 농담처럼 들리던 이 표현이 이제는 세대 간의 거리감을 상징하는 말이 되어버렸다. 다만
-
《인문사회》 나 하나 꽃 피어
나 하나 꽃 피어 정조대왕은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명군이자 개혁의 아이콘으로 잘 알려져 있다. 민생안정과 산업진흥을 위한 개혁을 추진했고, 탕평을 통해 개혁세력의 국정참여 문호도 넓혔다. 그러나 그의 개인사는 잔혹했다. 왕이 될 운명이었던 아버지가 뒤주에 갇혀 생을 마감했고, 목숨까지 위협했던 당파의 견제도 있었다. 이런 극적인 서사 때문에 정조의
-
《인문 》문학 아름다움에 대하여
아름다움에 대하여 아름다움의 대상은 어떤 사물보다 몸소 느끼는 순간이고 장면이라고 말하고 싶다. 다시 말하면 아름다움은 소유의 대상이라기보다 경험의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미술품을 구입해 소유할 땐 기쁘고 감격스럽기까지 할 것이나, 일단 소유하고 나면 마음에서 멀어지기 십상이다. 더구나 고가의 미술품을 소유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전시 공간에도
-
《인문 사회》 다정함
다정함 '종의 기원'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은 1871년 발표한 '인간의 유래와 성 선택'이란 글에서 "자상한 구성원들이 가장 많은 공동체가 가장 번성하며 가장 많은 수의 후손을 남겼다"고 썼다. 멸종하지 않고 현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생물을 오랜 기간 관찰한 결과였다. '종의 기원'을 통해 '진화'와 '자연선택'의 개념을 설파한 다윈에게 '자연선택'은
-
《인문사회》 소수의 가치와 도전
소수의 가치와 도전 다수결은 민주사회를 지탱해 온 근본원리로, 안정 유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모든 분야에서 다수 의견과 주류적 입장은 법적·사회적으로 견고한 보호를 받는다. 문제는 새로 대두하는 영역에서 전제 사실이 잘못됐거나 중요한 상황을 빠트린 채 형성된 다수 의견의 폐해다.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신기술과 그에 기반한 산업, 경제의
-
《인문 인성》 사랑, 주는 사랑
사랑, 주는 사랑 헤르만 헤세의 단편 '아우구스투스'를 다시 읽어본다. 한 여인이 아들을 낳고, 천사에게 아이가 행복하게 살아가게 해 달라고 간청한다. 천사는 아이에게 세상 모든 이로부터 사랑받는 축복을 내린다. 아우구스투스는 사람들의 애정과 관심 속에 자라며, 사랑받는 것이 삶의 당연한 권리라고 믿는다. 자신의 욕망을 좇고, 타인을 이용하며 살아간다.
-
《인문독서》 병렬독서의 즐거움
병렬독서의 즐거움 책을 읽을 때 다소 산만한 편이다. 보통 한 번에 7권 정도의 책을 번갈아가며 읽는 습관이 있다. 대단한 주제를 연구하는 것도 아니면서 이 책 저 책 넘나든다. 읽다가 흥미로운 부분이 생기면 책읽기는 급물살을 탄다. 책 사냥을 나선다. 책들이 서로 꼬리를 물고 다른 책을 불러들인다. 책의 숲에 들어가 이 나무 저 나무로 마음껏 줄타기를
-
《인문 문학》 시와 함께 걷는 기쁨
시와 함께 걷는 기쁨 나는 마음에 드는 시를 만나게 되면 휴대폰에 입력시킨 후 며칠에 걸쳐서 암송한다. 산책할 때 주위에서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 암송한다. 그렇게 하면 그 시의 참맛을 음미할 수 있다. 그래서 가 좋아하는 시는 암송하기 편한 시들이다. 지나치게 산문적이어서 암송하는 맛이 없는 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원래 한자에서 시(詩)는
-
《인문 철학》 자유와 인생 여정
자유와 인생 여정 삶에 대한 교훈을 얻으려는 필자의 시도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 그들을 보고 들으며 자신을 검증하는 일이었다. 만난 사람이 수만명을 넘고, 수시로 연결이 가능한 번호가 수천개를 넘는다. 사람들 속에 살면서 그들을 존중하고, 그들로부터 받는 가르침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것. 이것을 신조로 살아온 것 같다. 로마의
-
군 복무 중 사고 걱정, 마포구 상해보험으로 덜다
군 복무 중 사고 걱정, 마포구 상해보험으로 덜다 마포구(구청장 박강수)는 군 복무 중 예기치 못한 사고와 질병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지역 내 청년의 안전한 복무 여건을 마련하고자 '군복무 청년 상해보험 지원 사업'을 올해도 이어간다. 이 사업은 2025년 처음 시행됐으며, 시행 첫해 14건의 신청에 대해 총 664만 원의 보험금이 지급됐다.
-
경기도 친환경농산물 인증면적 비율 4%대 첫 진입…친환경농업 확산 1,970억 투입
경기도 친환경농산물 인증면적 비율 4%대 첫 진입…친환경농업 확산 1,970억 투입 경기도 친환경농산물 인증면적 비율이 처음으로 4%대에 진입했다. 경기도는 올해 1,970억 원을 투입해 친환경농업 확산이 지속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발표한 '2025년도 유기식품 등 인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의 유기·무농약 등 친환경농산물
-
[연재] 사하라에 지다. 파리 -다카르 경주의 추억/지옥의 랠리 스물두번째 날 지옥의 랠리 -최종림 작가
마지막 아프리카의 햇빛 대회 조직위 시간 6시, 현지 시각 새벽 4시, 마지막 브리핑이라 하는 수 없이 만신창이 몸으로 참석했다. 아직 깜깜한 밤이다. 웬 꼭두새벽이라니. 오늘 경주 코스는 해안선 썰물 시간대에 맞춰 생기는 모래사장을 타기 위함이란다. 조직 위원장 질베르 사빈느 씨의 특별 브리핑이라지만 내 눈은 계속 아래로 감기고 한기가 들어 몸은
-
[K-방산] 불곰사업에서 천궁-Ⅱ까지 이어진 나비효과
한국 방위산업의 발전사를 따라가다 보면 흥미로운 연결선 하나가 드러난다. 1990년대 초 러시아 부채 상환을 계기로 시작된 '불곰사업'이 수십 년의 시간을 건너 중동 하늘을 지키는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Ⅱ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냉전 해체의 부산물에서 출발한 기술 협력이 오늘날 한국 방위산업의 핵심 토양이 됐고, 그 결실이 국제 안보 환경 속에서 점차
-
서초구, 3년 연속 서울시 자치구 자살률 최저 기록
서초구, 3년 연속 서울시 자치구 자살률 최저 기록 서울 서초구(구청장 전성수)가 3년 연속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최저 자살률을 기록하며 생명존중 문화 확산과 자살예방 정책을 선도하는 자치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서초구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16.3명으로, 서울시 자치구 중 가장 낮은 것으로
-
아이 키우기 좋은 인천…"보육료 지원 대폭 확대"
아이 키우기 좋은 인천…"보육료 지원 대폭 확대" 인천광역시(시장 유정복)는 보육 현장의 운영 여건을 개선하고 학부모의 양육 부담을 덜기 위해 보육료 및 필요경비 수납한도액을 조정하고, 무상보육 지원을 확대 시행한다고 밝혔다. 시는 최근 지방보육정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수납한도액을 인상하는 한편, 이에 따른 추가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경비 지원 범위를
-
《속보》‘강선우·김경’ 나란히 구속
‘강선우·김경’ 나란히 구속 강선우(왼쪽 사진) 무소속 의원과 김경 전 서울시의원. 연합뉴스 지방선거 시의원 선거 공천을 대가로 1억원을 주고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강선우 무소속 의원과 김경 전 서울시의원이 나란히 구속됐다. 이종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4일 정치자금법·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두 사람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
《사설》 대구시장 뺏길라 TK통합 유턴했다니… 끝없는 野 추락
대구시장 뺏길라 TK통합 유턴했다니… 끝없는 野 추락 국민의힘 내부 상황을 보면 이젠 공당(公黨) 아닌 공당(空黨)이라고 해야 할 만큼 난맥상이 심각하다. 6·3 지방선거를 90여 일 앞두고 내부에서부터 붕괴 조짐이 나타난다고 할 정도다. 최대 지지 기반인 대구에서조차 시장 선거 승리를 말하기 어려울 지경이 됐다는 탄식이 당내에서 나온다. 여권의 일방
-
《특집 연재/ 인문철학》 이고득락(離苦得樂)을 학습하다 ② _최용대
행복 누리기를 학습하라 “사랑해, 진돌이. 사랑해, 진순이.” 우리 집 개 두 마리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사랑’을 고백한다. 그러면 그놈들도 꼬리를 찰랑대고 혀로 내 코를 핥으며 철철철 행복에 넘친다. 개의 행복에 사람의 가슴은 더 따스해진다. 그런데 이게 무슨 것일까. 어째서 사람에게는 그냥 “사랑해.” 하지 않으면서 개에게는 이 따위 바보 같은 수작을
-
《특집 연재/ 인문철학》 이고득락(離苦得樂)을 학습하다 ① _최용대
이고득락(離苦得樂)을 학습하다 1. 고(苦)의 두 얼굴 — 외부와 내면 늙기 시작하는 나이에 3,000년 전의 인도인을 만났다. 그 사람은 이고득락(離苦得樂)을 추구하다 깨달음을 얻어 각자(覺者)가 되었다 한다. 어디 그 사람만 고(苦)를 싫어하고 낙(樂)을 좋아하겠는가. 나도 똑같이 그렇다. 어쨌거나 육십갑자를 한 바퀴 도는 동안 제 딴에는 이 궁리 저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