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

'종의 기원'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은 1871년 발표한 '인간의 유래와 성 선택'이란 글에서 "자상한 구성원들이 가장 많은 공동체가 가장 번성하며 가장 많은 수의 후손을 남겼다"고 썼다. 멸종하지 않고 현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생물을 오랜 기간 관찰한 결과였다. '종의 기원'을 통해 '진화'와 '자연선택'의 개념을 설파한 다윈에게 '자연선택'은 생존 가능한 후손을 남기는 일이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 요건은 '자상함'에 있다고 밝힌 것이다.
미국의 진화인류학자인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는 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에서 다윈의 이 발언을 소개하며 호모 사피엔스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로 '타인에 대한 다정함과 협력'을 꼽았다. 이들은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종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숨은 비결"이라고 말한다.
이들의 주장은 저출생으로 대변되는 인구 위기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여러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각자도생'이란 말과 '금수저' '흙수저'란 말이 시사하듯 현재 우리의 삶은 여러모로 각박하다. 대학 입시부터 취업에 이르기까지 도를 넘는 경쟁 환경에 둘러싸인 우리는 경쟁에서 지면 도태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너도나도 우위를 점하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협력보다 경쟁이 최고 가치로 통용되는 사회에서 자란 이들이 '번아웃'되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이들이 후손에게 자신과 같은 일을 겪지 않게 하고 싶어 하는 것 또한 어쩌면 당연하다. 나이로, 성별로, 학벌이나 직장으로 구분 짓고 차별하는 세상에서는 아이도 차별의 대상이 된다. 노키즈존으로 대변되는 아이를 배제하고 분리하는 사회 분위기도 아이 낳기를 저어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그리고 이것이 한국 사회 저출생의 근본 원인인지도 모른다.
저출생의 원인을 "새끼를 낳아서 기를 수 없는 상황" 때문이라고 지적한 진화생물학자 최재천 교수는 공생하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었다면서, 지금 이 시대에 적합한 인류상으로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 즉 '공생하는 인간'을 천명한다. 그는 바로 이 개념에서부터 시작해야 저출생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현재의 대한민국을 조금 더 살 만한 세상으로 바꾸는 것이 저출생 해소의 실마리가 된다면, 함께 살아가는 동료로서 서로에 대한 자상함과 다정함 등 긍정적 가치를 되찾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다. 경쟁에 매몰되기보다는 서로 협력하고 존중하며 아이의 성장을 다 함께 돕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 저출생 추세를 멈춰 세울 기본 요건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타인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가기 마련이다. 이때 필요한 건 존중과 인정, 공감과 공명이다. 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아프리카 반투(Bantu)족이 쓰는 말,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뜻의 '우분투'(Ubuntu)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 '다정함'과 '우분투'를 기억하고 실천해보자. 다정한 것이 살아남고, 우분투가 우리를 인구 위기에서 구해줄 것이니 말이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헤드라인 뉴스
-
《인문경제》 형세 읽는 자본시장 전략
형세 읽는 자본시장 전략 손자는 '손자병법' 허실편에서 "병형상수(兵形象水)"를 말하고 있다. 전쟁의 형세는 물과 같다는 뜻이다. 물이 높은 곳을 피해 낮은 곳으로 흐르듯 전략 역시 시대의 흐름을 따라 유연하게 움직여야 한다. 자본시장의 역사도 그런 흐름 속에서 발전해 왔다. 주식시장의 기원은 17세기 동인도회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기 주식시장은 투기와
-
《인문정치》 일하는 의회
일하는 의회 현대 민주주의 국가들이 지지층 결집만을 노린 극단적 대립으로 입법 기능 마비라는 중대한 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 미국 연방하원의 초당적 의원 모임인 '문제해결위원회(Problem Solvers Caucus)'가 보여주는 행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7년 1월, 미국 정치가 당파적 양극화로 치닫던 시기에 결성된 이 위원회는
-
《인문사회》 씨앗과 울타리
씨앗과 울타리 주말에 도심 외곽을 지나가다 보면 주말농장을 운영하며 '에코힐링'을 즐기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본다. "벼는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했다. 이들은 땀 흘리며 흙을 고르고 씨앗을 뿌리면서 풍성한 수확을 기대한다. 고생한 만큼 알찬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는 작은 행복은 결코 인공지능(AI)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 영역으로
-
《인문문화》 봄꽃축제 단상
봄꽃축제 단상 전 국토가 가히 꽃밭이다. 아파트 단지와 학교 같은 집 주변은 물론 강변과 도로변, 전국의 산과 들 어느 곳이나 봄꽃들로 가득하다.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벚꽃과 목련까지 활짝 핀 꽃들이 온 산하를 아름답게 꾸미고 있다. 원래 봄이 오면 노란 복수초가 눈 사이를 비집고 얼굴을 내미는 것을 시작으로 매화와 산수유가 피고 이어서 개나리
-
《인문 문학》 소설 '할매'와 AI
소설 '할매'와 AI "새 한 마리가 날아왔다." 최근 출간된 황석영 작가의 소설 '할매'의 첫 문장이다. 자연을 묘사한 아름다운 도입부에 흠뻑 빠졌다. 창공을 가로지르던 새는 수명을 다하고 갯벌에 묻혔다. 죽은 새의 몸 안에 있던 씨앗에서 자라난 팽나무가 육백 살 '할매' 나무가 되어 인간의 역사와 어우러진다. 작가의 작품 세계는 놀랍도록 확장되었고
-
《인문사회》 해마다 봄이 오면
해마다 봄이 오면 매년 봄이면 서점에 다녀온다. 지금도 내 책장 한 칸을 차지하고 있는 '정리 잘하는 사람은 이렇게 합니다' 같은 실용서다. 나는 단정한 삶을 꿈꿔왔다. 내가 지향하는 공간의 미학은 '검이불루 화이불치'다.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은 상태로 잡지 화보처럼 세련된 집보다는 간소하고 명료하게 정리된 집 말이다. 식탁이나
-
《인문정치》 냉전과 평화
냉전과 평화 7080세대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반공·방첩 논리는 절대적 규범이었다. 일상의 모든 상황이 냉전이라는 필터로 구분됐다. 20대를 지나면서 잠깐은 이에 저항하는 길을 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십수 년 후 워싱턴을 무대로 레이건과 조지 부시, 고르바초프가 '냉전의 끝'을 연출한다. 이 과정을 지켜보며 냉전이 알려준 평화의 조건을 다시
-
《인문사회》 정으로 맞서고 기로 이긴다
정으로 맞서고 기로 이긴다 요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산업으로 인공지능(AI)과 디지털금융이 자주 거론된다. 이 두 분야의 전략을 설명하는 데 손자의 말만큼 적절한 표현도 드물다. '손자병법' '병세'에는 "범전자 이정합 이기승(凡戰者 以正合 以奇勝)"이라는 구절이 있다. 무릇 싸움은 정으로 맞서고 기로 이긴다는 뜻이다. 기본기와 원칙으로 전쟁을
-
《인문사회》 프레임의 법칙
프레임의 법칙 하늘이 무슨 색이냐고 물으면 누구나 파란색이라고 답한다. 정말 그런가? 사실은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 하늘이 파란 것은 아니다. 불교 설화에 시각장애인들이 각기 코끼리의 다른 부위를 만져보고 코끼리를 설명하면서 서로 자기가 옳다고 다툰다는 군맹무상 예화가 있다. 모두 자신의 한정된 경험이나 지식을 근거로 판단하다 보니 본질을 제대로 보지
-
하나금융그룹, 포스코인터내셔널·두나무와 블록체인 활용 해외송금 판 바꾼다
하나금융그룹, 포스코인터내셔널·두나무와 블록체인 활용 해외송금 판 바꾼다 하나금융그룹(회장 함영주)은 포스코인터내셔널(대표이사 사장 이계인), 두나무(대표 오경석)와 금융·산업·디지털자산간의 융합 혁신으로 미래형 글로벌 금융 생태계 교두보 마련을 위한 3자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업무협약은 하나금융그룹의 독보적인 외국환 네트워크,
-
"지리산이 키운 첫물 찻잎"…하동 야생차 수확 한창
"지리산이 키운 첫물 찻잎"…하동 야생차 수확 한창 하동군이 본격적인 야생차 수확철을 맞아, 지리산 자락에서 자생하는 야생 찻잎 채엽(찻잎을 따는 과정)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차 수확과 함께 하동야생차문화축제(5.1∼5.5), 별천지 하동 차문화관 등도 연계해 우리나라 차 문화 확산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하동 야생차는 농약과 인위적 재배에 의존하지
-
한국마사회, 2026년 제1차 내부통제위원회 개최
한국마사회, 2026년 제1차 내부통제위원회 개최 한국마사회(회장 우희종)는 기관경영의 효율성 제고 및 경마사업의 공정성 강화 등을 위한 내부통제위원회를 개최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우희종 회장을 비롯해 임원진 및 주요 실·처장 등이 참석, 전사적 내부통제 강화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올해 새롭게 수립한 내부통제 추진체계는
-
군산시, 국제 탱고 마라톤 유치로 '맥주·문화 도시' 도약
군산시, 국제 탱고 마라톤 유치로 '맥주·문화 도시' 도약 국제적인 탱고 동호인들의 교류 행사인 '2026 군산 탱고 마라톤(GUNSAN TANGO MARATHON)'이 오는 5월 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 군산비어포트 일원에서 개최된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문화행사를 넘어, 군산이 구축해온 '로컬맥주 도시' 브랜드를 국내외에 확산하는 계기로 주목받고
-
기장군, 보훈회관 건립 박차…신축부지 현장점검 나서
기장군, 보훈회관 건립 박차…신축부지 현장점검 나서 기장군(군수 정종복)은 보훈회관 건립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지난 23일 보훈회관 신축부지에서 현장점검을 실시했다고 29일 밝혔다. 기장군 보훈회관은 장안읍 좌천리 271번지 일원에 연면적 약 1,526.08㎡, 지상 4층 규모로 건립될 예정이다. 군은 오는 6월 설계용역 완료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
경기도, 시흥·성남과 '피지컬 AI 확산센터' 협약…제조현장 AI 도입 본격 시동
경기도, 시흥·성남과 '피지컬 AI 확산센터' 협약…제조현장 AI 도입 본격 시동 경기도가 로봇과 자율이동장치 등 물리 환경에서 작동하는 피지컬 인공지능(AI)을 산업 현장에 확산하기 위해 30일 시흥시, 성남시와 '피지컬 AI 확산센터 구축 및 운영 사업 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협약 기간은 5년이다. 이를 통해 도는 확산센터 핵심 인프라 구축과
-
인천공항공사, 공공기관 개인정보 보호수준 평가 '2년 연속 최우수(S) 등급' 획득
인천공항공사, 공공기관 개인정보 보호수준 평가 '2년 연속 최우수(S) 등급' 획득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주관 '2025년도 공공기관 개인정보 보호수준 평가'에서 2년 연속 최고 등급인 S등급을 획득하며 공공기관 최고 수준의 개인정보 보호 역량을 입증했다고 이달 28일 밝혔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주관하는 이번 평가는 중앙부처·지자체·공기업
-
성남시, 야탑밸리 도시첨단산업단지 조성 본격 추진
성남시, 야탑밸리 도시첨단산업단지 조성 본격 추진 성남시(시장 신상진)가 분당구 야탑동 일원에 추진 중인 '야탑밸리 도시첨단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사전타당성 조사와 기본구상 수립 용역을 본격화한다. 시는 4월 27일 해당 용역 발주를 결정했으며, 5월 중 용역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2026년 4월 13일 국토교통부의 「공업지역 대체지정
-
《사설》 기자 모욕 작가에 배상 판결...언론 폄훼는 민주주의 훼손
기자 모욕 작가에 배상 판결...언론 폄훼는 민주주의 훼손 기자 얼굴을 혐오스럽게 묘사한 캐리커처를 그려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전시회까지 연 작가의 손해배상 책임이 최종 인정됐다. 대법원은 기자 22명이 작가 박모씨를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1인당 3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박씨는 2020년부터 기자들 캐리커처를 게시하면서 저질
-
설렘이 "茶" 오르는 하동야생차문화축제, 올해도 특별함 가득
설렘이 "茶" 오르는 하동야생차문화축제, 올해도 특별함 가득 하동군이 5월 1∼5일 개최되는 '제29회 하동야생차문화축제' 최종 보고회를 24일 마무리하고, 마지막 축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차(茶) 축제로 자리매김한 하동야생차문화축제의 올해 슬로건은 "차오르는 설렘, 하동에서"이다. 지리산 자락 천년 야생차의 깊은 향기 속에서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