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칼럼] 시간을 잇는 돌의 사유. 창녕 영산 만년교- 청암 배성근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3-06 09:40

만년교


경남 창녕 영산 호국공원 안에 자리한 창녕 영산 만년교는 길이 13.5m, 너비 3m의 무지개다리다. 하천 양쪽의 바위 위에 반달 모양의 화강석을 쌓아 올리고 그 위에 돌과 흙을 얹어 길을 만든 이 다리는, 구조적으로는 단순하지만, 존재론적으로는 깊은 의미를 품고 있다. 이름 그대로 “만년을 견딜 만큼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다리는 인간이 자연을 건너기 위해 만든 가장 오래된 장치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다리는 단순히 물리적 공간을 넘는 기능을 넘어 단절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의지를 상징한다. 흐르는 물은 시간처럼 끊임없이 이어지고 인간은 그 위에 다리를 놓음으로써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삶의 지속을 가능하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만년교는 공간을 건너는 시설이 아니라 시간을 건너는 사유의 구조라 할 수 있다.


홍예문


이 다리는 남산에서 흘러내린 물길 위에 놓여 ‘남천교’라 불리기도 했고, 다리를 놓은 고을 원의 공덕을 기리는 의미에서 ‘원다리’라 불리기도 했다. 이는 다리가 단순한 토목 구조물이 아니라 공동체적 기억 속에 자리한 존재였음을 보여준다. 다리를 놓는 일은 곧 공동체를 잇는 일이었고, 물길을 건너는 길을 만든다는 것은 삶의 흐름을 멈추지 않겠다는 집단적 의지의 표현이었다.


정조 4년 처음 축조된 이후, 고종 29년에 중수되고 여러 차례 보수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이 다리가 단순히 오래된 시설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보존되어야 할 공동체의 기반이었음을 말해준다. 다리가 낡는다는 것은 단지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연결의 위기가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리를 수리하고 다시 세운다는 행위는 물리적 복원을 넘어 공동체의 지속성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홍예 구조의 아치형 형태는 무지개를 닮아있다. 무지개는 하늘과 땅을 잇는 자연의 상징이며, 인간은 그 형상을 빌려 돌로 다리를 세웠다. 이는 기술의 산물이면서 동시에 상징의 구현이다. 인간은 단절된 두 지점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단순한 구조물을 넘어서 삶의 철학을 형성해왔다. 다리는 자연과 인간, 과거와 현재, 개인과 공동체를 잇는 상징적 공간이 된다.


세월 속에서 만년교는 구조적 변형을 겪었고, 전면적인 수리를 통해 안정성을 회복하게 되었다. 일부 부재가 교체되면서 외형의 변화가 있었지만, 다리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이는 중요한 인문학적 통찰을 제공한다. 정체성은 형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능과 의미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연결하려는 의지가 유지되는 한, 다리는 여전히 같은 다리다.


오늘날 우리는 다리를 효율성과 이동의 관점에서 이해한다. 그러나 만년교는 다른 시선을 제시한다. 다리는 길을 잇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잇고, 기억을 잇고, 시간을 잇는다. 공동체는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연결의 지속 속에서 유지된다. 따라서 다리를 세운다는 행위는 곧 공동체를 세우는 행위였다.


만년교는 조선 후기의 토목 기술을 보여주는 문화유산이면서 동시에, 인간이 단절을 극복하려는 방식에 대한 사유를 담고 있는 상징적 구조물이다. 돌 위에 놓인 길은 결국 사람 사이의 연결을 의미하며, 흐르는 물 위에 세워진 아치는 삶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이어질 수 있다는 믿음을 형상화한다.


이 다리는 묻는다. 우리는 오늘 무엇으로 서로를 이어가고 있는가. 과거의 사람들은 돌을 쌓아 물을 건넜지만, 실은 관계를 쌓아 시간을 건너고 있었다.



시와늪 대표 배성근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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