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을 밀어내는 힘의 외교, 그 대가는 우리 모두에게 돌아온다
북극을 둘러싼 전략적 요충지 그린란드가 다시 국제 정치의 중심에 놓이고 있다.
로이터 (Reuters Daily Briefing)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그린란드 문제와 관련해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세계의 긴장은 주변부에서 시작해 중심으로 번진다. 최근 다시 소환된 트럼프의 그린란드 발언은 그 사실을 상기시킨다.
국제 정치는 다시 규칙보다 힘을 앞세우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최근 미국 정치권에서 재부상한 그린란드 발언은 상징적이다. 북극 항로와 자원, 군사적 거점이라는 전략적 가치가 결합된 지역을 둘러싼 계산이 외교의 언어로 복귀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주변부로 보이던 사안이 국제 질서의 핵심으로 이동하는 과정이 분명해지고 있다.
유럽을 향한 관세 압박 역시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보호무역의 문제는 동맹을 상대로 한 압박이 협상력을 높이기보다 예측 가능성을 훼손한다는 점이다. 시장은 정책의 의도를 해석하기보다 불확실성을 먼저 가격에 반영한다. ‘셀 아메리카’라는 표현이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역 질서는 제재보다 신뢰에 의해 유지된다.
중동에서의 상황은 힘의 외교가 남기는 공백을 보여준다. 휴전 이후 가자지구에 내려진 이동 명령은 군사적 판단의 연장선이다. 전투의 중단이 곧바로 민간의 안전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은 반복되고 있다. 분쟁을 관리할 기준이 부재할 때, 그 부담은 언제나 민간에 전가되기 때문이다.
공통으로 드러내는 갈등을 조정할 규칙이 후퇴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세와 영토, 군사 압박이 외교의 전면에 등장할수록 국제사회는 충돌을 억제할 최소한의 장치를 잃는다. 힘의 정치는 단기적 효과를 낼 수 있으나, 관리되지 않은 긴장은 구조적 비용을 축적한다.
충돌을 제거할 수 없다면 관리해야 한다. 다자 규범의 복원, 외교 채널의 상시 유지, 민간 보호를 우선하는 기준 설정은 갈등의 비용을 통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현실적 선택이다.
관리의 핵심 세 가지
첫째, 예측 가능성이다. 정책의 방향과 사용 가능한 수단이 분명할수록 상대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지 않는다. 관세든 군사적 조치든, 갑작스러운 전환이 반복될수록 긴장은 증폭된다.
둘째, 조정 가능한 채널의 유지다. 갈등이 심화될수록 비공식·공식 외교 채널은 동시에 열려 있어야 한다. 대화의 목적은 합의를 이루는 데 있지 않다. 오해와 오판을 줄이는 데 있다. 관리란 합의 이전 단계에서 작동하는 장치다.
셋째, 비용의 가시화다. 관리되지 않은 갈등은 비용을 외부로 전가한다. 민간인, 시장, 제3국이 그 부담을 떠안는다. 관리의 목적은 충돌의 비용을 사전에 계산하고, 그 부담이 무작위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데 있다.
따라서 관리란 유화책이나 힘의 사용을 부정하는 태도도 아니다.
오히려 힘이 사용되는 조건과 한계를 명시함으로써, 파국적 결과를 방지하는 현실적 선택이다. 규칙이 작동하지 않는 국제 환경에서, 관리란 남아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한국 역시 이 흐름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북극 항로, 에너지 공급망, 글로벌 무역 질서의 변화는 국내 경제와 직결된다. 중견국 외교의 역할은 강대국의 선택을 반복하는 데 있지 않다. 규칙이 밀려날수록 관리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완충의 언어를 제안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 힘이 규칙을 대체하는 순간, 그 대가는 국경을 가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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