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비평] 생명의 목적지로 가는 황홀한 미로와 그 끝에서 만나는 전령들 -이원희 기자-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5-12-31 08:43

김진 현대미술작가 작품

김진 작가의 작품은 끊임없이 박동하는 생명의 계를 현미경적 시선으로 포착해낸 추상적 서사의 회화다. 그림 전면 색채의 운용과 구도의 배치는 자연의 섭리와 생존의 본능을 관통하는 시각적 사유를 제시한다.


상단을 지배하는 노란색은 생태학적 관점에서 가시광선 영역 중 가장 높은 반사율을 지니며, 대기 중 산란을 뚫고 가장 멀리 전달되는 빛 에너지다. 꽃이 진화 과정에서 획득한 이 '유혹의 시그널'은 벌과 곤충의 시각 체계 안에서 자외선과 결합하여 '빛의 화원'으로 인식되며, 꿀과 생존의 약속을 의미한다. 작가는 이 황금빛 색조를 화면 상단에 배치함으로써 메마른 가지 속에 숨겨진 생명의 목적지를 제시한다.


그림 전면에 깔린 검은 망상 구조는 인고의 시간을 견뎌낸 대지의 무게이자, 중력을 거스르는 생명의 의지다. 질 들뢰즈가 주창한 '리좀(Rhizome)'적 사유를 시각화한 이 구조는 시작도 끝도 없이 서로 얽히며 중심 없는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생명이란 끊임없이 주변과 관계 맺고 확장하는 '생성(Becoming)'의 과정임을 보여준다. 메마른 가지처럼 보이는 검은 선들은 다음 계절로 넘어가기 위한 생명의 치열한 접속(Connection)이다.

마른 가지 사이사이에 배치된 색채의 파편들은 '봄의 전령'들의 날갯짓을 시각적 잔상으로 치환한 효과로서, 보이지 않는 향기와 계절의 전환을 암시한다. 작가는 메마른 가지 사이에서 희망의 노란 빛을 발견해야 한다는 생명의 본질적 명제를 제시한다.

이는 복잡하게 얽힌 우리네 삶의 궤적과 다르지 않다. 관계의 그물망 속에서 길을 잃고, 어둠의 시간을 통과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멀리 희미하게 빛나는 노란 빛을 향해 나아가는 것. 작품 속 검은 가지들이 결국 황금빛 캐노피로 수렴하듯, 우리의 고단한 일상 또한 언젠가 도달할 봄을 예비하는 과정이다. 이 작품은 생존의 본능과 계절의 순환이라는 자연의 원리를 추상적 형식 안에 응축시킨 회화적 성취이자, 삶의 의미를 묻는 존재론적 질문이다.



김진 현대미술작가 

김진 현대미술 작가는 시인이자 소설가 그리고 시낭송가로도 왕성하게  활동중이다

미술 전시회에 이어 두권의 책을 출간했다

시집 빈총잡이 저격수’2024

환상문학 단편선집 위험한 이방인’2025

 

빈총잡이 저격수

 위험한 이반인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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