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은 왜 존재하는가

설이다. 온 집안사람이 모여 조상을 기리고 뿌리를 되새기며 친밀성을 높이는 날이다. 하비 화이트하우스 영국 옥스퍼드대 인류학과 교수의 '인간 본성의 역습'(위즈덤하우스 펴냄)에 따르면, 이는 인간만의 독특한 본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동물들은 영적인 행위를 하지 않는다. 우리 사촌인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 등은 죽은 자들의 영혼에 음식을 제물로 바치며, 그 마음을 달래고 도움을 간청하지 않는다.
인간은 다르다. 이토록 발달한 디지털 문명 세상에서도 인류가 존재하는 모든 장소에서 죽은 자의 영혼이 존재한다는 생각, 몸 없는 삶을 살아가는 그들이 여전히 우리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친다는 믿음은 널리 퍼져 있다. 동물에 없는 이런 독특한 관념은 우리 인간성, 즉 인류의 문화적 진화의 산물이다.
인간성의 세 가지 특징을 순응주의, 종교성, 부족주의라고 본다. 순응주의란 주변의 다른 사람을 무작정 모방하려는 성향, 특히 소속 집단의 법도와 관습을 받아들여 되풀이하려는 성향이다. 종교성은 신과 혼령, 조상에 대한 관념을 받아들이고 이를 전파하려는 마음이다. 부족주의는 소속 집단에 대한 열정적 충성심을 뜻한다. 소속 집단 사람이 모두 모여 잔치를 벌이거나, 목숨 걸고 다른 집단과 싸우는 행위가 이로부터 비롯됐다.
문화적 진화는 집단 기억을 생성하고, 전통과 지식을 축적하며, 물리적 폭력이 아니라 영적·도덕적 질서에 바탕을 둔 사회를 이룩하고, 집단 유대와 그 확장판인 인류애에 바탕을 둔 협력과 교류를 가능하게 했다. 모든 문화와 사회의 뿌리가 여기에 놓여 있다. 명절 역시 마찬가지다.
인간은 의례의 동물이다. 경제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의례를 좇아 행동한다. 의례엔 합리적 목적이나 이유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 행위와 결과 사이에 아무 인과가 없는 게 의례의 큰 특징이다. 스크루지가 보기에, 고생해 모은 큰돈을 들여 명절을 기념하는 건 어리석다. 그러나 모든 인류는 어떻게든 생일과 결혼과 장례를 치른다. 스크루지의 조카가 말하듯,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하나라는 것, 서로 배려하고 친밀성을 주고받는 사이임을, 그로써 스스로 인간임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오늘날 명절의 의미와 형식 사이에 균열이 불거지면서 명절에 가족을 찾지 않고 해외여행을 가는 등의 혼란이 생기고 있다. 그러나 명절은 단지 휴일일 수 없다. 우리가 인간인 한 의례는 사라지지 않는다. 현대사회에 맞는 명절의 변화는 필요하나, 자신의 문화적 뿌리를 확인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 인간은 어긋나게 된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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