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파(學派

최용대 발행인/ 논설위원 기자

등록 2025-12-15 23:38

학파(學派)




한국 역사상 최고의 학문적 논쟁은 조선중기 퇴계(退溪) 이황(李滉)과 그의 제자 고봉(高峯) 기대승(奇大升)간에 벌어진 사단칠정(四端七情) 논쟁이다. 퇴계와 고봉은 무려 8년여에 걸쳐 편지를 주고 받으며 논쟁을 벌였다.


이(理)와 기(氣)를 둘러싼 두 사람의 ‘존재론 논쟁’은 인간 본성에 대한 근원적 문제제기로 조선 성리학의 독창적 학풍을 이루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들이 높이 평가받는 것은 옳고 그름을 떠나 서로를 존경·신뢰하는 가운데 자신을 검증해가는 그 치열성과 진지성 때문이다.



전라도 출신인 기대승은 과거에 급제한 후 영남 성리학의 거두인 퇴계의 문하생이 된 인물이다. 당시 선조가 “학문에 뛰어난 이가 누구냐”고 묻자 퇴계는 주저없이 기대승을 천거했다. 퇴계는 젊은 제자의 ‘도전’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고봉은 스승의 견해를 묵수하지 않고 진취적으로 소신을 펼쳤다. 오늘날 ‘너는 악, 나는 선’이라는 식으로 벌어지는 한국사회의 저열한 논쟁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품격 높은 논쟁’이었다.


퇴계·고봉 논쟁의 다른 교훈은 아무리 좋은 스승과 사상·이론으로 무장한 학파라도 그것이 ‘권력화’할 때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느냐는 것이다. 학파는 대가를 중심으로 제자들이 거대한 집단을 이뤄 형성된다. 그러나 다른 견해를 인정치 않고 자기들끼리 ‘학문의 근친혼’을 거듭할 경우에는 학파 자체가 권력집단화할 수밖에 없다.


한국사회에서 성장주의와 분배중시론이라는 양대 학파를 각각 대표하는 학자들이 모처럼 한자리에서 강연을 했다고 한다. 이들의 논쟁이 논쟁다운 논쟁, 상호존중의 토론문화가 자리잡지 못하는 우리 사회에 하나의 자극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용대 발행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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