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자》
부모의 뜻을 봉양하라
최근 존속살인 뉴스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최근에는 부모가 자식을 학대하거나 죽인 사건보다 자식이 부모를 죽인 사건들이 대서특필된다. 가해자의 연령도 낮아졌다. 뿐만 아니라 이전에는 부모의 재산을 노리거나 보험금을 노린 살인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술 마시지 마라, 게임하지 마라, 공부하라는 말에 발끈하여 부모를 살해하는 우발적 사건들이 많아졌다.
우리 사회에서 부모와 자식은 흡사 채권자와 채무자 관계 같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 최선의 물질적인 조건을 세팅해줌은 물론, 미래까지도 자신의 책임으로 생각한다. 좋게 말하면 자식에게 헌신적이다. 남에게 꿀리지 않도록 남들 하는 건 다 시켜줘야 한다. 물심양면으로 애정을 쏟아 부어야 ‘부모’로서의 체면이 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자식이 이 모든 걸 지극히 당연한 사실로 여긴다는 데 있다. 이들에게 부모는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채워주는 존재이다. 청소나 빨래 같은 일상의 사소한 일들은 물론이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두 충족시켜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자식은 채무자, 부모는 채권자다. 물론, 언젠가 이 관계는 역전될 수 있다. 부모는 자식이 출세하면 자기가 보상받을 거라 생각하고, 자식도 ‘나중에 돈벌어서 갚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이렇게라도 생각하면 차라리 다행이다. 씁쓸하지만 효(孝)와 자(慈)는 오늘날 이렇게 채권-채무의 관계로 재해석되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공자는 제자로부터 ‘효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다. 공자가 말하길, 만약 부모님에게 기본적인 의식주를 제공하는 것을 ‘봉양한다’고 이른다면, 집에서 키우는 개나 고양이에게 먹을 것과 잠자리를 주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냐고 되묻는다. 즉 효에는 물질적인 것을 제공하는 양육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얘기다. 맹자는 이 논리를 더 발전시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남겼다.
증자(曾子)가 부친 증석(曾晳)을 봉양할 적에 밥상에 반드시 술과 고기가 있었는데, 장차 밥상을 치우려 할 적에 증자는 반드시 “누구에게 주시겠습니까?” 하고 청하여 물었다. 증석이 “남은 것이 있느냐?” 하고 물으면, 증자는 반드시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증석이 죽고, 증자는 아들 증원(曾元)에게 봉양을 받았는데, 그 밥상에도 술과 고기가 항상 올라왔다. 그러나 밥상을 치울 적에 증원은 “누구에게 주시겠습니까?” 하고 청하지 않았으며, 증자가 “남은 것이 있느냐?” 하고 물으면, 반드시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는 그 음식을 다시 올리려고 해서였다. 이것은 이른바 “입과 몸만을 봉양한다(養口體)”는 것이고, 증자의 경우는 “부모님의 뜻을 봉양한다(養志)”는 것이다.(<맹자> ‘이루’(離婁)편)
부모의 입과 몸을 챙기는 것보다 부모님의 뜻을 봉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효의 진정한 의미는 후자에 있다. 증자가 아들에게 남은 음식이 있느냐고 물은 까닭은, 다른 누군가에게 주어 음식을 그들과 함께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증원은 누구에게 주겠느냐는 질문을 아예 하지도 않았다. 그는 부친이 어떤 의향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부친의 의중에 담긴 뜻을 파악하지 못했다.
한술 더 떠서 증원은 음식이 남았느냐는 부친의 질문에, 부엌에 음식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여기서 그가 부친의 의향을 알고서도 음식이 아까워 없다고 했다면 그는 부친의 마음을 저버린 것이었다. 이러한 증원의 봉양은 부친을 집에서 키우는 개나 고양이를 대하듯 한 것일 뿐이다.
부친의 뜻을 봉양한다는 것은 공경하게 받드는 마음 자세(敬)를 말한다. 이를 오늘날 어떤 식으로 재독해할 수 있을까. 부모의 뜻을 공경하게 받든다는 것은 마치 부모가 원하는 대로 따르는 ‘마마보이’가 되겠다는 것으로 들리지만 그렇지 않다. 그것이야말로 채권-채무 관계이다. 그렇기에 오늘날 부모에 대한 공경은 오히려 채권-채무 관계의 수동적이고 맹목적인 관계에서 벗어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식이 한 개인으로서 자립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부모의 뜻을 받드는 것이다. 그리고 부모의 입장에서도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태도, 부모의 역할을 돈과 물질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할 것이다. 채권-채무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고 배려하는 데서 오늘날의 효와 자가 새로 정립될 것이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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