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사면 요청…BBC "저임금 이주노동자 사법절차에 취약"
사우디아라비아 국기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하는 스리랑카인이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모독했다는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고 BBC방송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6월 말 스리랑카 내 힌두교 성지에서 한 무슬림 남성이 순례단을 따라오는 개를 차는 영상이 소셜미디어(SNS)에 게시되면서 종교 간 설전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한 페이스북 이용자가 힌두교 신을 비하하는 글을 올렸고 이에 스리랑카인 시바라사 아노잔이 타밀어로 무함마드를 모욕하는 댓글을 달았다. 시바라사는 즉시 이 댓글을 지우고 사과하는 영상을 올렸으나 이 댓글은 이미 캡처돼 사우디 당국에 신고됐다. 시바라사는 7월 압수수색을 받고 체포됐다.
애초 사우디 형사법원은 그에게 징역 5년과 벌금 300만 리얄(약 10억7천만원)을 선고했으나 지난달 17일 검찰이 항소하면서 사이버 범죄법에서 샤리아(이슬람 율법) 위반으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항소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시바라사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이에 스리랑카 정부는 대통령 직속으로 외교 채널을 가동해 사우디 당국에 사면을 요청하는 한편, 국회의원을 포함한 4명의 법률 대표단을 현지에 파견해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스리랑카의 불교, 힌두교 고위 지도자들도 공동 탄원서를 제출하며 구명운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사우디 당국이 사전 통보 없이 사형을 집행하는 관행이 있는 데다 지난 달 28일 이후 시바라사와 가족의 연락이 전면 차단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BBC는 사우디에 1천만 명 이상의 외국인 노동자가 거주하고 있으나 저임금 이주 노동자의 경우 언어 장벽과 법적 조력 부족으로 사법 절차에서 극도로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의 신성모독 혐의에 대한 사형 선고는 마약이나 살인 범죄에 비해 이례적이지만 사우디 당국은 최근 온라인상에서의 표현의 자유와 발언에 대해 중형을 선고하는 등 엄벌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