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면 이달 전역…故 지수혁 일병 쓰러진 길 걸은 사람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10-04 14:48

지난해 9월 부대 마라톤 참가했다 열사병 숨져…"다른 누군가의 아들 살리도록"


(포천=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엄마는 이 길을 꼭 한번은 걸어봐야 했다, 수혁아. 네가 살아있었다면 맞았을 전역일에 너를 꼭 안아주고 싶었어."


지난 3일 오전, 경기 포천시 포천천을 찾은 고(故) 지수혁 일병 어머니는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향한 그리움에 눈물을 흘렸다.


길을 걷는 참가자들길을 걷는 참가자들 [지수혁 일병 유가족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곳은 지난해 9월, 무더위 속에서 부대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가 열사병으로 숨진 지수혁 일병(상병 추서)이 쓰러진 길이다.


지수혁 일병이 살아있었다면 전역했을 이달, 유가족들은 지 일병을 추모하고, 비슷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곳에서 지 일병이 뛰었던 길을 함께 걸었다.


지 일병 어머니는 "무사히 군복을 벗고 엄마 품으로 돌아올 전역일이 다가오는데 정작 돌아와야 할 아들이 없다는 것이 너무 아프고 두렵다"며 "엄마는 네 이름이 하나의 사고로만 남지 않도록, 다른 누군가의 아들을 살리는 이유가 되도록 할 수 있는 일을 끝까지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 행사에는 지수혁 일병 유가족뿐만 아니라 최전방 GOP에서 집단 괴롭힘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김상현 이병 부모, 2015년 서울 구파발 검문소에서 총기 사고로 숨진 고 박세원 상경 어머니를 비롯해 군대에 자식을 보낸 부모 모임인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무사 귀환 부모연대(아말다말)' 회원 등 26명이 참여했다.


준비운동 하는 참가자들준비운동 하는 참가자들 [지수혁 일병 유가족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들은 안전 수칙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당시 군의 마라톤 대회 운영을 규탄하는 의미에서 구간별로 안전 요원을 배치하고, 언제든 힘들면 달리기를 멈추라고 서로 독려하며 함께 걸었다.


지 일병이 숨진 마라톤 대회는 육군 8사단에서 6·25 전쟁 영천대첩 승리를 기념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당일 최고 기온은 31도까지 올랐고, 전날 비가 내려 습도가 70% 정도로 높아 달리기하기 녹록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군은 열사병 등 비상 상황에 제대로 대비하지 않았다.


특히 군에서 훈련이나 작전 수행시 위험 요소를 미리 파악하고 대비하는 '위험성 평가'가 없었다.


군의관은 당일 휴가였으며, 간호장교는 대회 참가자로 달리기 하고 있었다.


현충원에 잠든 지수혁 일병(상병 추서)현충원에 잠든 지수혁 일병(상병 추서) [지수혁 유가족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평소 취사병 임무를 수행하느라 달리기 연습을 할 여유가 없었던 지 일병은 결국 8km 지점에서 쓰러져 숨졌다.


경찰은 해당 부대 당시 사단장을 비롯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총 4명을 송치했으며, 검찰 요구로 일부 보완수사가 진행 중이다.


행사를 기획한 당시 사단장은 송치 후에도 자리를 지키다가 8사단 소속 부사관이 숨진 채 발견된 후 직무 배제됐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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