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에세이] 고흐의 환청 -공석진 시인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8-15 09:21

고통의 소음 속에서 다시 움직이는 세계


빈센트 반 고흐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예술과 고통이 묘하게 닿아 있는 지점을 만나게 된다. 공석진 시인은 자신의 경험과 시 「환청」을 고흐의 생애와 겹쳐 놓으며, 인간의 내면을 뒤흔드는 소리와 기억이 어떻게 문학적 상상력으로 전환되는지를 이야기한다. 고통의 한가운데서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세계에 대한 시인의 문학적 고백이다. _편집자




빈센트 반 고흐는 화가로 지냈던 시절 내내 환청으로 괴로워했다. 그의 환청은 이명과 극심한 어지럼증이 원인이었다. 무엇이 세상이 빙빙 도는 듯한 어지러움과 귀에서 들리는 참을 수 없는 소음으로 그를 괴롭게 하였을까? 그의 동생인 테오에게 편지 글로 호소했던 그의 질환은 처음에는 우울증으로 시작되었다. 결국 더욱 악화되어 환각이라는 정신 질환으로까지 악화되었었다. 우리는 그가 남긴 수많은 작품에서 그의 고통을 확인할 수 밖에 없다.


  고흐는 여러 번에 걸쳐 발작을 일으켰는데 자신의 귀를 자른 일도 환청으로 인한 결과였다. 결국 그는 자신의 가슴에 총을 발사하여 자살하면서 불행했던 화가의 생애는 끝이 났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그린 그림들은 의외로 밝다. 모든 그의 그림에서 우울을 상징하는 파란색과 희망을 상징하는 노란색이 빠짐없이 나타나는 건 그만큼 고흐는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끝도 없이 고민했던 것이다.


  가끔 어떤 상황에 집중을 하면 환청이 들리는 경우가 있다. 특히 여러 날 동안의 불면으로 심신이 약해져 있을 때 더욱 심해진다. 일종의 망상이기도 하지만 간절히 원할 때 스스로의 확신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필자는 군 시절에 고참들의 가혹 행위로 나흘을 꼬박 잠을 새우게 되었는데 그 때부터 전역하고 나서도 한동안 귀에서 마치 벌레가 잉잉 날아다니는 듯한 환청으로 고통스러워 했었다.


  이성복 시인은 자신의 시 '귓속의 환청같이'라는 시에서 '꽃이 진다 / 신경즉적 야심도 없이 꽃이 진다 / 서럽다고 하지 마라 / 넌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 꽃이 진다 / 귓속의 환청같이 꽃이 진다' 시인은 낙화를 귓속의 환청으로 전락시켜 버리고 있다. 믿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인정해 버리고 싶은 충동이 자기 확신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천상병 시인이나 최승자 시인처럼 여러 시인들이 환청으로 고생하기도 했지만 때로는 환청이 영혼의 엔진을 가동시키는 내적의 힘이기도 한다. 필자 또한 그런 상상력이 과하여 환청이 들릴 듯 망상으로 몰입되어 시 창작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때가 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의 경우엔 몸에 기력이 모두 소진되는 경우나 잦은 불면이 환청을 심화시키는 것이다.


  고흐의 귀에는 작은 바다가 있었을 것이다. 언제나 출렁였을 것이며, 자신의 고독에 채찍질하는 파도 소리가 끊임없이 들렸을 것이다. 마치 전달되지 못한 모스 부호 같은 환청은 얼마나 그를 우울의 깊은 심연으로 그를 빠뜨렸을까? 스스로 세상을 등진 고흐와는 달리 필자의 환청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그대가 밀어 올린 / 그리움이 꿈틀대는가 / 닝닝거리는 꽃벌이 / 밤새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 바람처럼 떠나 버린 그대 / 수묵화 한 폭이 물에 풀어져 / 대나무가 토막이 나고 / 매화가 흩어졌다 // 멈춰 있던 지구가 / 비걱비걱 /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필자의 시 '환청'이다. 환청을 겪고 슬픈 기억이 한 차례 폭풍처럼 휩쓸고 간 뒤에야 비로소 멈춰있던 세계는 다시 움직인다는 반전이다.


  이성복 시인은 자신의 시에서의 '환청'을 냉정히 부정했다면, 이 시는 '환청'을 고통스럽지만 생생한 현실로 체감한다. 다시 말하면 이성복이 환청을 '허상'으로 규정하며 객관을 추구했다면, 필자는 환청을 '실체적 고통'으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기어이 살아낼 힘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는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강한 의지다. 


  참다 보면 좋은 날은 분명히 온다. 살다 보면 반드시 그리운 사람은 만나게 되어 있다. 살면서 고비마다 극복하고 힘든 일을 겪을 때마다 다시 재기하기를 반복했던 필자이기에 고흐와 같이 자신의 삶에 스스로 종지부를 찍는 일은 없었던 것이다. 고흐와 필자는 동일한 고독과 아픔을 앓았지만 필자는 더 큰 고독과 아픔으로 자발적으로 대처했기에 기사회생이 가능한 일이었다. 


  고흐가 가장 좋아했던 밀밭에서 죽음을 선택했듯 필자도 가장 좋아하는 제주의 남원의 후미진 바닷가나 혹은 '수산한못'처럼 인적 드문 곳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그것도 아주 먼 훗날의 일이다. 




시인 공석진 프로필


필명 추암(秋岩)


1960년생

충남 성환 고향

한국문인협회 회원

고양문인협회 수석부회장

파주문인협회 회원

2021년 現 파주문화원 이사

파주문예대학 시창작 교수(2020)

공석진 문학관 대표


[저서]

1시집 『너에게 쓰는 편지』

2시집 『정 그리우면』

3시집 『나는 시인입니다』

4시집 『흐린 날이 난 좋다』

5시집 『지금은 너무 늦은 처음이다』

6시집 『당신의 마음은 빈집』

시화집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시창작론 『글이 시가 되는 길』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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