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블루밸리에 ‘철강 AI 융합실증센터’ 들어선다

박상봉 사회부장 기자

등록 2026-08-10 07:33

산업통상부 ‘철강산업 AI 융합실증허브 구축’ 공모 선정

2026~2030년 240억 투입…중소·중견 철강기업 AX 전환 본격 지원

경북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단에 조성되는 철강AI융합실증센터 조감도.[사진=경북도 제공]포항 철강산업이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제조혁신에 속도를 낸다.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에 철강산업에 특화된 AI 실증 거점이 들어서면서 중소·중견 철강기업들이 고가의 AI 장비를 직접 갖추지 않고도 기술 개발부터 현장 실증까지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경상북도와 포항시는 산업통상부가 공모한 ‘철강산업 AI 융합실증허브 구축’ 사업에 최종 선정됐다고 9일 밝혔다. 사업 기간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5년간이며 총사업비 240억 원이 투입된다. 국비 120억 원과 지방비 120억 원으로 추진된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단에 조성되는 ‘철강 AI 융합실증센터’다. 센터에는 철강기업들이 AI 기술을 실제 생산공정에 적용하고 성능을 검증할 수 있는 실증 공간과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기반으로 한 AI 연산 인프라가 구축된다.

특히 AI-GPU 운영에 필요한 전력과 공조, 보안 네트워크를 비롯해 철강 생산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분석할 수 있는 컴퓨팅 환경을 갖춘다. 사실상 중소·중견 철강기업들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철강 전용 AI 데이터센터’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사업은 포항소재산업진흥원이 주관하고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한국철강협회 등이 공동 참여한다. 연구기관과 대학, 산업계가 함께 참여해 AI 기술 개발과 기업 현장 적용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구축된 인프라를 활용해 도내 철강기업 30개사를 대상으로 현장 적용형 AI 솔루션 실증을 지원할 계획이다.


주요 실증 분야는 작업현장의 위험 징후를 미리 찾아내는 ‘중대재해 예방 AI’를 비롯해 설비 이상과 고장을 사전에 예측하는 ‘설비 예지보전’, 생산성과 효율을 높이는 ‘공정 최적화’ 등이다. 생산공정뿐 아니라 품질관리와 산업안전 분야까지 AI 적용 범위를 넓혀나갈 방침이다. 


이번 사업이 주목되는 것은 AI 도입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비용과 전문인력 문제로 선뜻 나서기 어려웠던 중소·중견 철강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춰준다는 점이다.


철강기업이 개별적으로 고성능 GPU 서버와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상당한 초기 투자가 필요하다. 여기에 전문인력과 현장 실증 환경까지 확보해야 해 지역 중소·중견기업에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이번 센터는 이러한 장비와 기술, 실증 환경을 공동으로 제공해 기업의 AI 도입 부담을 줄이는 역할을 맡는다. 


실증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철강 데이터도 중요한 자산으로 활용된다. 축적된 데이터를 표준화해 기업의 생산·운영 기술을 고도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철강산업에 특화된 AI 모델을 개발하는 기반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철강기업과 AI 기업,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철강-AI 네트워크’도 구축한다. 이를 통해 생산공정과 품질, 안전, 에너지 등 철강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AX(인공지능 전환) 수요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관련 기술을 가진 기업과 연구기관을 연결한다. 개별 기업에서 검증된 AI 기술을 다른 철강기업으로 확산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포항시는 올해 초부터 철강산업 AI 융합실증허브를 주력 사업으로 준비해 왔다. 포항시의회 업무보고에서도 철강공정은 실시간 분석과 제어가 중요하고 핵심 생산데이터에 대한 높은 보안성이 요구되는 만큼 ‘현장 중심의 고성능 AI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사업 추진 배경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이번 사업은 글로벌 공급과잉과 보호무역 강화, 탄소중립 요구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포항 철강산업의 체질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설비와 생산량 중심의 경쟁에서 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생산성·품질·안전 경쟁으로 철강산업의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이다.


박용선 포항시장은 “철강산업의 AX 전환으로 현장 중심의 실증 지원과 인프라 구축을 통해 지역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가 제조 AI 혁신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도 “철강산업의 위기는 지역 제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 과제”라며 “이번 사업 선정은 철강산업의 위기를 AI 기반 산업 전환의 기회로 바꾸고 지역과 국가 산업의 기반을 더욱 견고히 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단이 이차전지에 이어 철강과 AI가 결합하는 산업혁신 거점으로 기능을 넓히면서, 전통 제조도시 포항의 ‘철강도시’ 정체성도 ‘AI 기반 첨단 철강도시’로 한 단계 확장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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