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돌담길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8-06 23:43


돌담길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 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우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김영랑 시인이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에서 노래한 봄날의 시정이다. 그는 또 담장 안 뜰에 핀 모란과 깊은 교감을 나누었다. 그래서 그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이라고 했다.


돌담에는 우리의 서정과 정취, 추억과 향수가 배어있다. 돌담은 그만큼 우리와 가까이 있었다. 혜원 신윤복의 ‘월하정인’(月下情人)은 깊은 밤 달빛 아래 돌담 모퉁이에서 만난 두 젊은 남녀의 정경을 화폭에 담았다. 그가 그림에 쓴 글처럼 두 사람의 마음은 두 사람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나훈아의 ‘물레방아 도는데’는 ‘돌담길 돌아서며 또한번 보고 서울로 떠나간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다. 유봉(김명곤)과 송화(오정혜)가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내려오던 청산도의 돌담길은 영화 ‘서편제’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덕수궁 돌담길에서는 얼마나 많은 청춘 남녀들의 사랑의 밀어와 다짐이 있었을까.



타고르는 서구는 ‘성벽의 문명’, 인도는 ‘숲의 문명’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흙속에 저 바람 속에’에서 한국은 ‘돌담의 문명’이라고 정의했다. 밖에서 보면 내부가 반쯤 보이는 돌담의 반개방성은 분열이면서 통일이고, 고립이면서 결합이고, 폐쇄이면서 개방이라는 것이다. 담은 나와 외부의 구분이지만 돌담은 양자의 조화를 이룬 담장문화가 아닌가 싶다. 콘크리트 칸막이의 아파트, 가시철망과 감시카메라가 설치된 높은 콘크리트 벽과 대비된다. 돌담은 훨씬 넉넉하고 친자연적이다. 도종환 시인은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고 했는데 돌담에는 여백이 있다.


문화재청은 전통의 아름다움과 향토적 서정을 지니고 있는 영·호남지역의 10개 마을 돌담길을 문화재로 등록예고했다. 그동안 시멘트와 벽돌에 밀려 사라져가던 추억의 전통 돌담이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니 반갑게 다가온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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