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 일연과 삼국유사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8-03 00:06


일연과 삼국유사





원효는 어느날 거리에서 노래를 불렀다. “누가 자루 없는 도끼를 빌려주려나. 내가 하늘을 떠받칠 기둥을 깎겠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요석공주와의 로맨스가 맺어졌다. 밤중에 해골물을 달게 마신 후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깨달은 스님의 사랑의 경지는 어디일까. 삼국유사에는 원효뿐 아니라 단군신화, 서동과 선화공주, 처용설화, 신라 경문왕의 ‘당나귀 귀’ 등 관심을 모으는 내용이 많다. 딱딱한 역사적 사실 이외에 다양한 신화와 설화 등을 통해 고대문화의 원형과 생명력을 펼쳐보이고 있다.


일연(一然·1206~1289)스님은 삼국유사를 남겼다. 일연스님의 어머니는 태몽을 꾸었다고 한다. “둥근 해가 집안으로 들어와 배를 쬐는 꿈을 꾸었다”는 것이다. 후에 일연은 당대의 고승으로 국사가 됐다. 충렬왕은 “일연은 도와 덕이 높고 성대하여 사람들이 모두 우러르는 바이다”라고 말했다. 당대의 시인 이승휴는 ‘선문(禪門)의 운사(韻士)’라고 칭했다고 한다. 선문의 시인이라는 말이다. 일연은 도(道)와 덕(德)과 함께 시심(詩心)도 그윽했던 모양이다.



일연이 살았던 13세기는 고난과 어둠의 시기였다. 무신정권의 소용돌이와 몽골의 침입 및 지배로 얼룩졌다. 백성들의 삶은 처참하고 피폐했다. 이러한 때 일연이 말년에 집필한 책이 삼국유사였다. 고운기 연세대 연구교수(국문학)는 일연을 “밝은 해가 비치는 태몽 끝에 태어난 사람, 그러나 어두운 시대를 살아가며 끝내 그 밝음과 어둠을 하나로 보려했던 사람”이라고 했다. 삼국유사는 어둠 속에서 빛을 보려는 노력의 결실이었을까.


삼국유사는 삼국사기와 함께 한국사 연구의 가장 중요한 역사서이다. 삼국유사는 고려의 멸망 이후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거의 잊혀질 뻔했다. 민족의 수난기인 20세기 들어 재조명·재평가됐다니 책의 운명이 평탄치 않았다.


올해는 일연스님의 탄생 820주년이 되는 해이다. 지금 한·중·일 사이에는 ‘역사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연스님이 오늘을 산다면 어떠한 역사책을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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