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야쿠르트 아줌마' 55년…AI 시대 채우는 '사람의 온기'
hy 방문판매원 47명으로 시작해 전국 누비는 1만1천명…10명중 3명은 2030
이동형 냉장 카트로 신선 배송 진화…홀몸 노인 살피는 '골목길 안전망'
홀몸 노인에게 제품을 전달하고 있는 hy 프레시 매니저 [hy 제공]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인공지능(AI)이 주문을 예측하고 배송 시간을 단축하는 초연결 시대에도 사람의 온기는 기술이 대체할 수 없다.
우리 골목길에서 가방을 메고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던 '야쿠르트 아줌마'는 이제 시대의 애환을 넘어 우리 사회를 지키는 따뜻한 파수꾼으로 자리 잡았다.
hy(옛 한국야쿠르트)의 '프레시 매니저'(Fresh Manager)는 제품의 신선 배송을 넘어 홀몸 노인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거나 고독사로부터 구조하는 등의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1971년 단 47명의 여성으로 서울 종로구에서 방문 판매를 시작한 지 어느덧 55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이들은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함께하며 대중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숨 쉬어왔다.
◇ 한국 사회 애환 달랜 '야쿠르트 아줌마'…여성 경제활동 개척자
기성세대의 기억 속에 애틋하게 남아있는 야쿠르트 아줌마는 냉장 배송 시스템이 없던 1970년대 발효유를 가장 신선하게 배송하기 위해 탄생했다.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던 시절 가정주부들이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도전했던 이 일자리는 1975년 1천명, 1983년 5천명, 1998년 1만명을 넘어서며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여성 일자리의 산실로 자리매김했다.
지나온 세월만큼 많은 게 바뀌었다. hy는 지난 2019년 3월, 신선함을 뜻하는 '프레시'(Fresh)와 건강을 관리하는 '매니저'(Manager)를 결합한 '프레시 매니저'(이하 FM)로 명칭을 변경했다.
단순히 제품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고객 가장 가까운 곳에서 건강한 생활 습관을 전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경력 단절과 나이의 장벽 없이 누구나 도전할 수 있었던 이 직업은 여전히 끈끈한 생명력을 이어간다.
17일 hy에 따르면 이달 기준 FM의 평균 활동 기간은 14년이며, 최장 활동 기록은 무려 49년 3개월에 달한다.
본사와 계약 후 근무 시간과 형태를 스스로 정할 수 있어 육아를 병행하는 주부들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인 셈이다.
hy 프레시 매니저 [연합뉴스 자료사진]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FM은 경력과 나이에 관계 없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FM은 hy 본사와 계약을 맺고 근무 시간과 형태를 본인이 정한다.
지난 3월에 열린 제55회 'hy 대회'에서 최고 영예인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박유리(54) FM은 "위험이 적고, 시간 활용이 자유로우며, 나이·경력·정년에 상관없이 평생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소개했다.
시간이 갈수록 FM을 직업으로 택하는 젊은 세대도 늘고 있다.
지난해 신규 FM 가운데 20·30세대의 비중은 32%로, 6년 전인 2019년 21%에서 대폭 높아졌다.
새롭게 발을 들인 10명 중 3명은 청년층이다. 현재 최연소 FM은 20세다.
FM 중에서는 같은 동네에서 함께 근무하는 모녀부터 대학생·외국인까지 구성원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hy 관계자는 "회사에 다니면 수반되는 피로감과 조직 생활, 관계에 대한 부담이 적어 FM을 선택한 분이 많다"며 "비교적 근무 시간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고, 육아를 병행하면서도 활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hy는 FM이 점차 젊고 다양해지자 2022년 말 FM의 근무복(유니폼)을 기존 노란·베이지색에서 진한 초록색으로 바꾸며 젊은 감각과 세련됨을 강조하기도 했다.
◇ 손수레는 옛말…세계 첫 냉장 카트 '코코'에 야쿠르트 2천200개
과거 무거운 아이스박스를 들거나 손수레를 끌며 땀방울을 흘리던 풍경은 이제 첨단 기술과 만나 진화했다.
hy가 2014년 말 개발한 '코코'(CoCo·Cold&Cool)는 탑승형 세계 최초 이동형 냉장 카트로 유통 경쟁력에 혁신을 가져왔다.
현재 3세대 '코코 3.0'은 260ℓ 용량으로 '야쿠르트 라이트' 기준 약 2천200개까지 실을 수 있으며, 충돌 방지 센서와 자동 잠금장치 등 안전 기술이 대거 적용됐다.
hy는 1천400만원 상당의 이 카트를 FM에게 무상 대여하고 있으며, 현재 전국에 1만대가 보급돼 하루 500만개의 신선식품을 전국 방방곡곡으로 배달하고 있다.
이동형 냉장 카트 '코코 3.0' [hy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변화는 hy의 사업 영역 확장과도 맞물린다. 코코 도입 이후 FM이 취급하는 제품은 유제품 중심에서 커피, 밀키트, 샐러드, 치즈, 김치 등 신선 식품 전반으로 넓어졌다.
◇ 소외 이웃 구하는 생명선 역할…독거·치매노인 위기 신고
코코로 날개를 장착한 FM의 역할은 유통을 넘어 지역사회 안전망으로 확장됐다.
특히 hy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사업으로 뿌리를 내린 '홀몸 노인 돌봄'은 1994년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독거노인을 돕기 위해 시작된 사업이다.
FM의 탄탄한 네트워크를 밑바탕 삼아 혼자 사는 노인의 안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FM이 노인들의 집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건강 음료를 전달하며 안부를 살핀다.
매일 마주하는 작은 관심은 홀로 쓸쓸히 세상을 떠나는 고독사를 막는 유일한 생명선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이상 징후를 발견해 주민센터나 경찰에 신고함으로써 위급한 노인을 구한 사례는 전국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22년 서울 성북구 종암동에서 유제품을 배달하던 이영애 FM은 할아버지가 집안에 쓰러져있는 것을 발견 후 즉각 신고했다. 병원으로 실려 간 할아버지는 이 FM 덕분에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이 밖에 FM이 지역 기반의 조직망을 활용해 실종된 치매 노인을 찾거나 길거리에 쓰러져있는 행인을 발견해 경찰에 인계·신고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hy 관계자는 "건강사회건설이라는 창업 이념에 걸맞게 hy만이 할 수 있는 활동을 통해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hy 기업이미지 [hy 제공]
redfla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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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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