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흔드는 저가 5G…'가격 메리트' 사라지나
정부 저가요금 압박에 이통3사 중저가 경쟁 본격화
QoS·결합할인 확대에 알뜰폰 수익성 악화 우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형빈 기자 = 정부가 '기본통신권 보장' 기조 아래 이동통신 3사에 저가 요금제 출시를 압박하면서 알뜰폰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통3사의 중저가 5G 요금제가 확대될 경우 알뜰폰의 핵심 경쟁력인 가격 우위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 저가 5G 확대에 흔들리는 알뜰폰 경쟁력
1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국내 알뜰폰 가입자는 1천만명 이상으로 통신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4월 성장세가 한풀 꺾였지만, 지난해 4월 발생한 SK텔레콤[017670] 유심 해킹 사고를 계기로 이탈 가입자를 흡수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왔다.
그간 정부도 전파사용료 감면과 도매대가 인하 등을 통해 알뜰폰 시장을 육성해 왔으나, 일각에서는 이런 지원 정책이 오히려 사업자들의 자생력을 약화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모순은 현재 업계의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요인 역시 정부의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 압박에 따른 이통3사의 저가 요금제 확대 기조라는 점이다.
현재 알뜰폰 시장의 주력 상품은 월 2만∼3만 원대 LTE 무제한 요금제다.
그러나 이통3사가 정부 기조에 따라 비슷한 가격대의 저가 요금제를 늘리고 데이터 소진 시에도 저속으로 지속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 안심옵션(QoS)을 적용하면 알뜰폰의 가격 차별성은 급격히 희석될 수 있다.
서비스 경쟁력 격차도 문제다.
이통3사 요금제는 가족 결합 할인, 멤버십 혜택, 인터넷·IPTV 결합 할인 등을 제공하는 반면, 알뜰폰은 이러한 서비스 기반이 취약하다.
통신업계에서는 동일한 데이터 제공량을 기준으로 알뜰폰 요금제가 이통사보다 최소 30% 이상 저렴해야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결국 이통3사의 요금 하한선이 내려가면 알뜰폰은 가격을 더 낮추거나 데이터 제공량을 무리하게 늘려야 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알뜰폰 활성화를 지원하는 동시에 이통3사의 요금 인하도 압박하는 것은 정책 간 모순"이라고 말했다.
◇ '0원 경쟁' 치킨게임…차별화 전략 요구
시장 내부의 출혈 경쟁도 '치킨 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시장을 주도하는 거대 이통사의 알뜰폰 자회사들은 네이버페이 포인트나 상품권 등 현금성 사은품을 앞세워 체감 요금을 사실상 '0원' 수준으로 낮추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에 중소 사업자들까지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초저가 프로모션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시장 전체가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4년 하반기 기준 이통3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은 47%에 달한다. 이통사들이 자회사를 저가 가입자 이탈을 막는 방어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알뜰폰 업계가 단순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사업 구조를 다각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미국의 '컨슈머 셀룰러'처럼 시니어 계층을 특화하거나, 영국의 '기프가프'처럼 커뮤니티 기반으로 운영하는 등 특정 타깃을 겨냥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바리퍼블리카(토스), KB금융그룹의 사례처럼 타 산업의 시장 진출로 이통3사에 대한 협상력을 키우거나 중소사업자 간 인수합병(M&A)을 통해 독자적인 경쟁력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binz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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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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