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마 교회/ 여성 목사님이 사역중
필리핀 마닐라 근교의 쓰레기 매립지 위에 형성된 이주촌 "해피 렌드"(Happyland) 마을. 도시가 뱉어낸 오물과 쓰레기가 층층이 쌓인 매립지 위에서 사람들은 위태로운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손수레 하나 겨우 지날 법한 좁은 골목길 끝, 그곳에 "아로마 교회"가 있다. 숨 막히는 열기와 먼지조차 빠져나갈 곳 없는 창문 없는 비좁은 공간, 그곳이 바로 그들의 성소(聖所)였다.
처음 마주한 풍경은 가슴 저미게 했다. 쓰레기 더미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었다. 그것은 화려한 빌딩과 쇼핑몰, 비약적인 경제 성장이라는 도시 발전의 이면이자 소비구조의 적나라한 종착지였다. 누군가 누리는 풍요 뒤편에서, 또 다른 누군가는 우리가 버린 폐기물 위에 집을 짓고 하루를 시작한다. 가난은 개인의 나태함이 아니라 뒤틀린 구조의 결과라는 사실이 그곳에선 뼈아프게 다가왔다.
선교비를 전해드리는 모습
그러나 암울한 환경과 달리 아이들의 눈망울은 놀랍도록 맑았다. 아이들은 이방인인 우리에게 먼저 다가와 손을 잡았고, 환한 미소로 품에 안겼다. 가진 것은 없었으나 마음의 문은 누구보다 넓게 열려 있었다. 선교라는 이름으로 도움을 주러 갔던 우리는, 정작 그들의 순수한 환대 앞에서 누가 누구를 돕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과 마주해야 했다.
척박한 땅이었으나 그들의 영혼은 풍요로웠다. 믿음의 씨앗을 심으로 간 우리가 오히려 그들을 통해 더 큰 위로와 사랑을 수확하고 돌아왔다. 하나님 한 분만으로 기뻐하며 춤추는 영혼들, 그 뜨거운 열기와 순수한 눈빛은 안락함에 길들여진 우리의 신앙을 되돌아보게 했다. 단기 선교는 단순한 시혜(施惠)가 아닌 깊은 성찰의 자리가 되어야 한다. 감동만으로 끝나는 방문이나 물질을 전하는 손길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럼에도 그곳엔 분명 희망이 있었다. 아이들의 찬양은 높았고, 창문 없는 작은 교회 안에서 터져 나온 기도는 하늘을 향해 울려 퍼졌다. 믿음은 환경에 의해 무너지지 않았다. 그 눈빛은 가난의 증거가 아니라 꺾이지 않은 인간 다음이 증거였다. 쓰레기 더미 위에서도 믿음은 꽃을 피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생명력에 안도하며 방관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이 쓰레기 더미가 아닌 단단한 땅 위에서 찬양하고 기도할 수 있도록, 그들의 삶에 실질적인 마음과 손길을 보태는 것, 그것이 그곳에서 희망을 배운 우리가 져야 할 몫이다.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 (사무엘상)
이종영 시인
문학21 시 부문으로 등단
문에감성 수필 부문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들소리 신문 문학상
청향 문학상
시집: 63.5그램, 바람의 사색, 추억의 간이역 첫눈 역에서
작품공저: 싸앗과 다이어리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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